국세청 산하 일선 세무서들이 ‘대민 창구’로 운영하는 세정협의회가 ‘로비 창구’로 전락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세정협의회 민간 회원들은 관할 세무서로부터 세무조사 유예 등의 특혜를 받았고, 세무서장은 각종 민원을 들어준 대가로 퇴직 후 1년간 고문료 명목으로 답례를 받았다는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서울 종로세무서 세정협의회 회원인 보령약품 대표로부터 ‘고문료 지급’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종로세무서 간부 A씨는 언론사를 통해 “세정협의회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관행적으로 사후뇌물이 맞는다. 그런데 그것을 터치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세청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 의원실에 제출한 ‘서울 소재 세무서별 세정협의회 명단’에 따르면 27곳의 서울 일선 세무서가 운영하는 세정협의회 민간 회원은 509곳이다. 세무서 1곳당 평균 19곳이 참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강남소재 세정협의회 소속 회원 B씨는 김 의원실을 통해 “고문료를 내고 있고, 세무조사가 있을 경우 도움을 받으려는 측면에서 보험 성격인 셈”이라고 밝혔다.
국세청 공무원이 퇴직 후 세정협의회 소속 민간기업에 취업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특히 송파구 소재 C산업의 경우 2014년 3월 서울 잠실세무서로부터 기재부장관상을 받았는데, 이듬해 6월 당시 (상을 줬던)잠실세무서장이 퇴직하자, 2018년 3월 그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후 2019년 3월 C산업은 잠실세무서 세정협의회에 가입했다.
국세청이 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기재부장관상의 경우 3년간 세무조사 유예 및 납세담보 면제, 무역보험 우대 외에도 공항출입국 우대, 의료비 할인, 대출금리 등 금융 우대,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입찰 적격심사 시 가점을 부여하는 적격심사 우대 등의 파격적 혜택이 따른다.
의원실 관계자는 “본인 관할 내 기업에 상을 주고, 상을 준 곳에 사외이사로 들어간 경우”라며 “무엇보다 기업 입장에서는 3년간 세무조사 유예라는 것이 매우 매력적”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에서도 세정협의회를 둘러싼 비리 사건이 있었다. 해남세무서장이 세정협의회로부터 고가의 선물세트를 받은 사실(김영란법 위반 혐의)이 국무총리실에 적발된 것이다.
김 의원은 “국세청의 전직 세무서장들에 대한 사후뇌물 의혹은 ‘국세청 게이트’”라며 “전국의 전직 세무서장들에 대한 국세청 게이트 의혹을 수사기관이 전면적으로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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