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RI 아그로니아가는 27일 임시주총에서 디지털은행 사업 전환을 위한 상호변경과 증자계획을 승인받았다. (사진=BRI 아그로니아가 제공)]
인도네시아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DX)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계좌개설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은행 업무에 머무르지 않고, 디지털 분야에 강점을 지닌 기업과 제휴관계를 맺고, 서비스를 확충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영은행 BRI(Bank Rakyat Indonesia)의 자회사는 은행명까지 변경하며 이미지 쇄신에 나서고 있다.
복합기업 MNC그룹의 계열사 MNC인베스타마는 27일, 미국 이커머스(EC) 아마존닷컴의 클라우드 서비스업체인 아마존 웹 서비스(AWS)와 제휴관계를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MNC그룹 계열사인 디지털은행 MNC뱅크 인터내셔널이 AW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조치다. MNC뱅크 인터내셔널의 디지털은행 서비스명은 ‘모션뱅킹’이다.
지난 5월 금융감독청(OJK)으로부터 허가를 취득한 모션뱅킹은 6월 초부터 서비스를 개시했다. 7월에는 인도네시아 최초 가상신용카드를 미국 비자(VISA)를 통해 발행했으며, 이후 마스터카드를 통해서도 발행했다.
BRI의 자회사 BRI 아그로니아가는 2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은행명을 ‘뱅크 라야 인도네시아’로 변경하기로 했다. 28일자 인베스터 데일리에 의하면, 뱅크 라야의 카스팔 시투모란 행장은 “아그로니아가라는 은행명은 농업분야에 비중을 크게 둔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금번 상호변경을 통해 이미지를 혁신, 디지털은행으로의 전환을 강조하기 위한 리브랜딩 전략”이라고 말했다.
■ 긱 노동자에 조준
뱅크 라야는 디지털은행 전환과 함께, 대출전략에도 변화를 시도한다. 뱅크 라야가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필요에 따라 임시로 계약을 맺은 후 일을 맡기는 긱 경제 플랫폼에서 일거리를 구하는 긱 노동자(gig worker)들이다. 최근 들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의 긱 노동자 증가율은 풀타임 근로자 증가율을 웃돌기 시작했다. 2025년에는 긱 노동자 수가 7481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뱅크 라야는 이와 같은 사업모델 변신의 일환으로, 이미 연초부터 10억루피(약 780만엔)를 넘는 대출은 제공을 중단했다. 앞으로는 대출금액 10억루피 이하, 대출기간 1년 이내의 소규모 단기융자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뱅크 라야는 디지털은행 사업강화를 위해 증가도 실시한다. 주주총회는 신주예약권 무상할당(Right Issue) 실시에 대해 승인했다. 최대 21억 5000만주의 신주를 1주당 100루피아로 발행할 예정.
앞으로 디지털은행간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고객확보를 위한 다양한 시도도 엿보인다. 최대민간은행 뱅크 센트럴 아시아의 자회사인 BCA디지털은 7월 초, 디지털은행 서비스 ‘블루(Blu)’를 개시했다. EC 블리블리닷컴(Blibli.com)과 제휴를 맺고, 블리블리의 EC사이트에서 블루의 계좌개설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현지 보도에 의하면, 블루의 계좌개설건수는 9월 중순까지 1만 5000건 이상, 서비스 개시로부터 2개월 만에 거래액은 400억루피아 이상을 기록했다.
동종업계간 제휴를 통해 서비스를 확충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미쓰비시UFJ은행의 자회사 뱅크다나몬은 27일, 은행간 송금 서비스를 애플리케이션 ‘Flip’으로 제공하는 현지기업과 제휴관계를 맺었다고 밝혔다.
Flip은 2015년에 설립된 스타트업이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미 국내 16개 은행이 뱅크다나몬에 앞서 제휴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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