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만 CPTPP 가입 신청 환영...중국은 입회 기준 충족할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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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9-2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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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장국 일본 '온도 차이' 극명...아소 "中, 너무 쉽게 생각"

  • 日매체 "일본이 중국과 대만 양측의 러브콜을 심판해야"

대만과 중국이 동시에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의장국인 일본의 상반된 입장이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23일 교도통신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외신에 따르면, 이날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대만의 CPTPP 가입 신청을 "환영한다"면서 "전략적 관점과 (일본) 국민의 이해도를 고려하며 대응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모테기 외무상은 이날 오후 정의용 외교부 장관·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함께 1시간여 동안 3자 회담을 진행했다. 이후 모테기 외무상은 화상 방식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해당 발언을 내놨으며, 정 장관과 블링컨 장관은 20분가량 별도의 양자회담을 이어갔다.

모테기 외무상은 이어 "일본에 있어 대만은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법치주의 등의 기본적인 가치를 공유하고 경제 관계가 긴밀한 중요한 파트너 (국가)"라고 강조하면서도 "CPTPP는 시장 접근과 규칙의 측면에서 수준이 높기 때문에 (대만이 이 기준을) 완전히 충족할 준비할 돼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다른 참여국들과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왼쪽)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사진=로이터·연합뉴스]


다만, 모테기 외무상의 '환영 표명'은 엿새 전 중국의 CPTPP 가입 신청 당시의 반응과 사뭇 다른 모양새다. 전날인 22일 천정치(陳正祺) 대만 경제부 차장(차관 격)은 대만이 CPTPP에 정식으로 가입을 신청했다고 발표했으며, 중국은 지난 16일 CPTPP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재 해당 협정의 가입 신청은 뉴질랜드가 받고 있다.

이에 지난 17일 모테기 외무상을 비롯한 일본 내각 관료들은 '환영 표명'을 끝까지 피하며 중국 당국이 CPTPP의 가입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지 여부에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당시 모테기 외무상은 "전략적인 관점에 입각해 대응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언급하면서 "중국이 (CPTPP의) 높은 수준(규칙)을 충족할 준비가 돼있는지 먼저 제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아울러, 올해 초 CPTPP에 가입을 신청한 영국에 대한 심사 절차를 선행한 후에야 중국의 가입 신청을 검토하겠다고도 덧붙였다.

특히,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중국의 CPTPP 가입 가능성에 대해 노골적으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아소 부총리는 "지금의 중국은 '새로 가입할 수 있습니까?'하면서 (CPTPP 가입을)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국유 기업·지적재산권과 투자자 보호·정부 조달·전자상거래 등의 예를 들면서 CPTPP 규약이 "세세하게 적혀있다"고 말해 중국 측의 협정 준수 가능성에 의문에 제기했다.

이와 같은 논의가 일본 정부에서 나오고 있는 것은 현재 일본이 CPTPP의 의장국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CPTPP 가입 여부는 전체 회원국(현재 11개국)의 승인이 필요한데, 향후 중국과 대만의 CPTPP 가입을 가를 '캐스팅 보트'를 자국이 쥐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일본의 의장국 임기는 올해 12월까지기에 일본으로서도 여유로운 입장은 아니라는 진단도 나온다. 23일 일본 주간지 '재팬비즈니스프레스(JBpress)'는 "내년 CPTPP의 의장국 자리는 친중 성향에 가까운 국가인 싱가포르로 옮겨간다"면서,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은 시장 규모가 거대한 중국의 CPTPP 가입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20일 아세안 회원국 중 하나인 말레이시아는 중국의 CPTPP 가입 신청을 환영하면서 이르면 오는 2022년부터 자국과의 가입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매체는 "의장국인 일본이 중국과 대만 양쪽의 '러브콜'을 심판해야 한다"면서 해당 문제는 "올해 10월 이후 새로 출범할 내각의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이날 모테기 외무상은 한·미·일 3자 외교장관 회담에서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향해 미국의 TPP 복귀를 촉구하기도 했다. 중국의 CPTPP 참여를 반대하는 미국을 끌어들여, 대만의 가입을 지지하는 자국의 입지를 더욱 굳건하게 다지려는 의도인 것이다.

따라서 오는 25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리는 '쿼드(QUAD)' 정상회담에서도 관련 논의가 나올지에 이목이 쏠린다. 쿼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의 주도로 출범한 비공식 군사·안보 협의체로, 현재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이 회원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날 출범 후 첫 대면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쿼드는 국제 인프라(사회기반시설) 개발 사업과 공급망 협력 등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대중 견제책을 제시하는 동시에, 참여·협력국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CPTPP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기원을 두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자유무역 협정이다. 2005년 뉴질랜드·싱가포르·칠레·브루나이 등 4개국이 출범한 TPP는 이후 2010년 미국과 호주 등 5개국이, 2013년에는 일본이 참여해 2015년 총 12개국이 협정을 체결했다.

출범 초기 TPP의 영향력은 미약했으나, 당시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아시아 회귀)' 정책을 추진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참여로 급격하게 힘이 실리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하며 미국은 이듬해 일방적으로 TPP에서 탈퇴했고, 이후 일본과 호주 등의 주도로 2018년 해당 협정을 CPTPP로 개정했다. 우리나라 역시 2010년 이후 TPP 가입 의향을 밝혀온 상태지만, 아직 협정에 가입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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