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가구업계] 유통 빅3가 집어삼킨 가구시장… 장수 업체도 생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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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입력 2021-09-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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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기업 뛰어든 가구 시장… 중소업체 입지 좁아질 듯

  • 가구업계 코로나19 특수에도… 대형사만 웃는다

  • 위기감 깊어진 중소업체… "양극화 심화되면 줄도산"

[그래픽=전미진 기자 ]


롯데쇼핑이 국내 가구·인테리어 1위 업체인 한샘 인수에 나서면서 관련 시장의 대기업 쏠림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롯데뿐 아니라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 빅3가 일제히 가구‧인테리어 사업에 뛰어들면서 중소업체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샘 품는 롯데··· 유통 3사 진격에 中企 ‘움찔’
1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 PE가 한샘 지분 인수를 위해 설립하는 PEF에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한다. 롯데쇼핑은 지난 9일 이사회를 열고 이 PEF에 2995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IMM PE는 지난 7월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 30.21%를 인수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인수가는 1조5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인수 절차가 완료되면 한샘 경영권은 IMM PE가 갖게 되며 롯데쇼핑은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노릴 계획이다. 다만 추후 IMM PE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한샘을 다시 매물로 내놓을 때 우선매수권을 가진 롯데쇼핑이 경영권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쇼핑이 한샘을 인수하면 유통 빅3인 신세계, 현대와의 가구‧인테리어 시장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대백화점은 2012년 리바트(현 현대리바트)를 500억원에 인수해 몸집을 2배 이상 키웠고, 2018년 건자재기업 한화L&C(현 현대L&C)를 3680억원에 사들여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신세계는 2018년 까사미아를 1837억원에 인수해 최근 신세계까사로 사명을 바꾸는 등 그룹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중소업체들은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과거 중소기업 영역이던 가구‧인테리어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하고 몸집을 키우면서 중소업체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업체들은 고가 가구 시장을 공략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들의 프리미엄 전략과 ‘가구 공룡’ 이케아의 가성비 전략 사이에 낀 중소업체들은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
 
가구업계 ‘코로나 특수’··· 이면에는 양극화 심화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한샘 사옥. [사진=한샘 제공]


 
지난해 업체들의 엇갈린 실적은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현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가구‧인테리어 업계는 톡톡한 반사이익을 누렸으나 수혜는 대형사에 치우쳤다. 한샘 매출은 2017년 이후 3년 만에 매출 2조원 고지를 탈환했고 영업이익은 67% 늘어난 931억원을 기록했다.

현대리바트도 지난해 매출이 1조3846억원, 영업이익은 37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8%, 55.6% 증가했다. 신세계까사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으나 지난해부터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실적 개선을 이뤘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8% 증가한 163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107억원으로 전년(-170억원) 대비 적자 폭을 줄였다.

반면 B2B(기업 간 거래) 중심의 중소업체들은 오히려 내리막길을 걸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주방가구 기업인 에넥스는 지난해 매출액이 2336억원으로 전년 대비 35.7% 줄었다. 2년 전 매출(4456억원)과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영업손실은 85억원으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주방가구 업체 넵스도 지난해 1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2018년 1756억원에서 2018년 1234억원, 지난해 893억원 등으로 쪼그라들었다. 에넥스와 넵스 등은 건설업체 등을 대상으로 한 특판용 가구 비중이 높아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수요가 줄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업체들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 비중을 키우고 있지만 대형 업체들에 밀려 기를 펴지 못하는 상황이다.
 
백화점, 가구 키운다··· 중소 가구 “구조조정 불가피”
 

현대백화점 미아점에 입점한 리바트 매장 전경. [사진=현대리바트 제공]


코로나19 이후 가구업계는 B2B 중심에서 B2C 중심으로 사업구조 재편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대형 유통망을 보유한 백화점 3사는 B2C 사업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어 앞으로 시장에서 더욱 공격적인 행보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가구는 소비자가 직접 보고 경험한 후 구매하는 경향이 강한 탓에 백화점에 대형 매장이 입점한다면 고객 유치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한샘은 이미 롯데의 유통시설에 대형 매장을 잇따라 열며 고객 접점을 넓혀 왔다. 올해에만 △롯데마트 부산광복점 △롯데백화점 부천중동점 △롯데백화점 울산점 △롯데몰 동부산점 등에 대형 토털 홈인테리어 매장을 선보였다. 부엌·욕실·가구·생활용품부터 리모델링까지 인테리어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체험·구매할 수 있는 매장이다.

지난 6월에는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테마파크에 ‘한샘디자인파크 롯데 메종 동부산점’을 열었다. 지상 1~2층에 영업면적만 2960㎡ 규모로 롯데백화점에 입점한 국내외 38개 가구·가전 브랜드 매장 중 최대 규모다. 최근 경기 의왕에 문을 연 ‘타임빌라스(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의왕점)’ 인근에도 신규 매장을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과 현대리바트,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까사의 협업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2월 현대백화점 미아점에 문을 연 토털 인테리어 전시장 ‘리바트 미아점’은 전국 현대백화점에 입점한 리빙 브랜드 매장 중 가장 크다. 714㎡ 규모의 인테리어 전시장으로 거실‧안방‧서재 등 공간별 가구 200여종과 주방‧욕실 제품이 전시된 10여개 쇼룸이 설치됐다. 신세계 영등포점에도 까사미아 매장이 926㎡ 규모로 들어서 있다.

유통 대기업이 가구 사업을 키우면서 중소 가구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업체들은 양극화가 심화할 경우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부는 이미 경영난을 못 이겨 도산하거나 대기업의 생산 하청업체로 전락한 상태다. 과거에는 중소업체들도 가구 제조부터 유통‧판매까지 전 과정을 전담했으나, 이제는 대기업의 주문에 따라 생산만 담당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중소가구 단체인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 김화만 회장은 “가구시장에서 대형사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중소업체는 하청화되거나 폐업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기업은 물론 이케아와 같은 외국계 기업의 영역 확장으로 중소업체들이 생존에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라며 “롯데까지 가세하면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가구뿐 아니라 인테리어‧건자재 등 관련 시장 전체가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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