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유통가] 벼랑 끝 면세점, 생존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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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연 기자
입력 2021-09-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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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 채널 확대·온라인 플랫폼 강화 '사업다각화'

 

한산한 공항 면세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내 면세점업계가 2분기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코로나19 이후 비상경영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덕분에 거둔 결과라는 이유에서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사업다각화를 꺼내 들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이마저도 역부족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2분기 실적 개선…'기저효과' 불과

5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신라·신세계 등 면세점 3사는 올해 2분기 일제히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호텔롯데의 올해 2분기 면세사업부 매출은 1조60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했다.

신라면세점은 올해 2분기 매출이 84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7%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71억원으로 지난해 적자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면세점 중 국내 시내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했다. 공항점 매출은 같은 기간 61% 늘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면세점은 2분기 영업손실 77억원으로 적자폭을 103억원 축소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면세점의 매출은 560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80.4% 늘었다. 영업이익도 192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하지만 면세업계에서는 이번 2분기 실적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기저효과'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부터 면세업계는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임차료 감면, 매장 영업 중단, 직원 무·유급 휴직 등을 시행하고 있다. 즉 면세업계의 전반적인 효율성 제고 전략이 영업이익에 반영됐을 뿐 완전한 경기 회복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하반기부터는 실적 회복세가 기대되고 있으나 코로나19 이전으로의 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우세하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7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3167억원을 기록했다. 6월(1조3470억원)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세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 고객까지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국내 면세점의 외국인 이용객은 5만1199명으로 6월(6만2499명) 대비 18.1%, 내국인은 40만7619명으로 전달(53만873명)보다 23.2% 급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트래블 버블 소식에 기대감이 컸는데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델타 변이 확산에 또다시 무력화되는 분위기"라며 "위드 코로나로 방역체계를 전환한다 해도 해외여행이 활성화되는 것은 아닌 만큼 하반기도 실적 개선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면세점이 공식 홈페이지를 '가장 신뢰받는 여행 파트너'라는 경영 비전을 담아 리뉴얼했다.[사진=롯데면세점]



▲판매 채널 확대·온라인 플랫폼 강화

생사기로에 놓인 국내 면세업계는 사업다각화를 검토하며 새로운 경쟁력 제고에 나서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웹사이트·모바일 앱 등 온라인 플랫폼을 리뉴얼에 주력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공식 홈페이지를 '가장 신뢰받는 여행 파트너'라는 경영 비전을 담아 리뉴얼했다.

여행 콘셉트에 맞춰 그래픽모션과 영상을 활용한 감각적인 화면 구성으로, 롯데면세점 홈페이지에 방문한 고객들이 여행 온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연출했다. 사업소개 페이지에선 롯데면세점이 최근 론칭한 해외 직소싱 온라인몰인 ‘엘디에프바이’와 내수통관 면세품 전용몰인 ‘럭스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ESG 페이지도 신설했다. 지역 청년 기업을 육성하는 ‘LDF 스타럽스’ 등 롯데면세점의 사회공헌 사업에 대한 접수 기능을 추가했다.

앞서 5월과 7월에도 홈페이지를 개편했다. 상품 할인가를 강조한 전시 형태에서 벗어나 스토리텔링형 매거진 형태로 전환해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디지털 쇼핑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AR(증강현실)을 활용한 선글라스 피팅 서비스, VR(가상현실) 기술로 구현한 플래그십 스토어 가상 체험 공간을 비롯해 고객 개개인의 소비패턴을 분석해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개인화 상품 추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재고 면세품 판매 채널을 확대했다. 그동안 신라면세점은 자체 여행 중개 온라인 플랫폼인 '신라트립'에서만 재고 면세품을 선보였다. 그러나 최근 수요가 높은 이커머스 업체 쿠팡에 이어 삼성물산 공식 패션몰인 'SSF샵'과 손을 잡았다. 쿠팡의 오픈 마켓 서비스 마켓플러스를 통해 총 100여개 브랜드의 2000여종 재고 면세품을 내놨고, SSF샵에서는 총 21여개 브랜드의 950여종 재고 면세품을 판매한다.

또한 지난달 중국 하이난성 하이요우면세점(HTDF)과 업무협약을 맺고, 중국 면세점 시장에 진출했다. 신라면세점은 하이요우면세점과 상품 소싱, 시장 개발, 인적자원 교류, 상품 공동개발 등 운영 전반에 대해 협력하며 추후 합작사 설립도 준비 중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7월 운영 3년 만에 강남점을 폐점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동남아시아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SSG닷컴 내 ‘SSG DUTYFREE’ 공식 스토어를 통해 재고 면세품 판매를 확대하는 등 온라인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면세업계가 생존을 위해 돌파구를 찾고 있는 가운데 정부 정책 방안의 변화와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점 업계가 생존을 위해 사업다각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면서 "면세 한도 상향과 내국인 구매 한도 폐지가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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