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진짜 책임자는 어디에…'반쪽짜리' 중대재해법

류혜경 기자입력 : 2021-09-24 05:34
"조금 더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두고 이같은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모호한 규정과 불분명한 기준이 오히려 산업현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라는 비판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중대재해법 처벌 수위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모두 보완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점이다. 

노동계·경영계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책임자'에 대한 내용이다. 중대재해법에서는 경영책임자에 대한 정의를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명시하고 있다.
 
노동계는 진짜 책임자를 벌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해달라고, 경영계는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처벌받는 경영진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밝혀달라고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책임자가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 이행해야 하는 안전보건확보의무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인력과 예산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어떤 형태로 어떤 범위까지 관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내용이 없어서다.
 
이를 두고 한 법학과 교수는 "사고가 나면 책임 소재가 누구에게 있는지,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 등을 살피는 것은 이미 하고 있던 일"이라며 "사고가 발생한 뒤 또다시 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법은 2017년 고(故) 노회창 정의당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발의한 법안이다. 하지만 중대재해라법이라는 말을 빼고 본다면 산업재해의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해 벌여오던 논쟁은 이미 우리 사회가 몇십 년 간 반복해오던 일이다.
 
끝나지 않는 논쟁이 이어지는 동안 중대재해를 예방하자는 본래 취지는 무색해진 것 같다.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느냐"며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냐"며 모두가 '사고가 난 뒤'의 상황만을 가정하고 따진다. 중대재해를 없애자고 했더니 중대재해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입장을 대립하는 모양새다.

중대재해법과 관련해 수많은 의견이 오가는 사이 현장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매년 2000여 명의 노동자가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중대재해법이 발의된 2017년에는 1957명, 2018년 2142명, 2019년 2020명, 2020년 2062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중대재해법은 중대재해를 위한 법이 아니다. 적확한 표현을 하자면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법이다. 사고 후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보다 노동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이는 노동계·경영계가 함께 완성해야하는 일이다.  

 

[산업부 류혜경 기자]


 

  • 아주경제 공식 카카오채널 추가
  • 아주경제 공식 유튜브 구독
  • 아주TV 공식 유튜브 구독
  • 아주TV 공식 페이스북 좋아요
컴패션_PC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네티즌 의견 0
0 / 300

실시간 급상승

9.9초 더보기

아주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