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중독(中讀)] ‘9만원 맥주’의 공습…중국 주류시장 판 흔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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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기자
입력 2021-08-2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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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상반기 맥주시장 회복세 뚜렷

  • 9만원짜리 초고가 맥주 '리' 출시돼

  • 올해 맥주 업계 '전환점' 고급·글로벌화 '걸음마

화룬맥주가 출시한 고급 브랜드 제품 '리' [사진=화룬맥주]
 

“중국 맥주 브랜드가 주도하는 ‘프리미엄 시대’가 곧 다가올 것이다.”

허우샤오하이(侯孝海) 화룬맥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자신했다. 화룬맥주와 더불어 다수 중국 맥주 제조업체가 품질 향상에 힘쓰고 있으며, 소비자 요구 조건도 그만큼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가볍고 청량하며 저렴한 가격대의 라거 맥주 비중이 컸던 중국 맥주시장에는 최근 몇 년 사이 다양한 종류의 수제맥주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10위안(약 1800원) 이상의 중·고가 가격대 맥주의 인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9만원을 호가하는 초고급 맥주가 등장한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맥주가 5년 내 고급화 단계를 거쳐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상반기 중국 맥주업계 회복세 가팔라... 실적 '好好'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부진했던 중국 맥주 시장이 올해 되살아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중국 주류 시장은 유독 성장세가 가팔랐다. 사상 최초로 매출이 1조 위안을 넘어선 것이다. 이는 물론 구이저우마오타이 등 나날이 가격이 오르고 있는 바이주(白酒)의 기여가 크다. 전체 매출에서 바이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0%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사적인 성적을 달성한 데는 맥주업계의 빠른 회복세도 힘을 보탰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 중국 주요 맥주 업체들은 지난해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뒀다. 가장 먼저 중국 최대 맥주 업체인 화룬맥주의 지난 상반기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한 42억9000만 위안을 기록했다. 다만 여기에는 토지 양도에 따른 보상 수익 17억5500만 위안도 포함돼 있는데, 이를 제외한 순익 역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에 비해 두 자릿수 대의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라고 21세기경제보도는 설명했다.

주장맥주 역시 상반기 예비실적 보고서를 통해 이 기간 순익이 2억9500만~3억4000만 위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약 40~60% 증가한 것이다. 아직 실적보고서를 내놓지 않은 칭다오맥주는 앞서 1분기 회사의 주력제품인 칭다오맥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4% 늘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AB인베브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업체인 버드와이저브루잉의 순익은 5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인데, 이중 인기가 가장 많았던 제품은 중국 토종 브랜드인 하얼빈맥주였다. 하얼빈맥주는 버드와이저 산하 맥주브랜드다.

칼스버그 산하 충칭맥주는 중국 맥주업계에서 지난해 이어 올해(상반기 기준)에도 2년 연속 매출·순익·판매량 트리플 성장을 이룬 유일한 제품이다. 상반기 순익 성장률은 38%를 기록했다.

◆맥주 수요 높아지면서 중고가 제품 판매량 증가 

상반기 맥주 시장의 성장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후 “마시고 싶으면 마시자”라는 중국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맥주 시장 회복세와 더불어 소비자 입맛도 날로 까다로워지고 있다.

중국주류협회 맥주업분회 허융(何勇) 이사장은 “맥주 수요가 높아지면서 기본만 요구하던 시장에서 품질 중시 현상이 나타났다”며 “최근 몇 년 사이, 각 맥주 업체들의 중고가 제품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곧 중국 고급 맥주시장의 성장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주류협회 통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 맥주업체들의 주력 제품 평균 가격은 4~5위안인데, 이들의 판매량은 매년 하락하고 있다. 반면, 6~8위안대 중간 가격 제품의 판매량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또 다양한 종류의 맥주 수요가 늘어나면서 10위안 이상의 프리미엄 맥주 비중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곧 중간가격 제품이 주력 제품군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추세는 중국 전체 맥주 판매량에서도 드러나는데 글로벌 리서치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 중고가 맥주 판매량은 2014년 972만㎘에서 지난해 1338만㎘로 늘었다. 연평균 성장률은 5.5%다. 이에 따라 유로모니터는 2025년 중고가 맥주 판매량이 1593만㎘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중국 맥주시장에 프리미엄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지난 상반기 주류업계를 뒤흔들 만한 놀라운 제품도 출시됐다. 한병에 무려 500위안에 달하는 맥주다. 화룬맥주가 내놓은 ‘리(醴)’라는 제품인데, 고가의 가격 탓에 ‘마오타이 맥주’라는 별명마저 붙었다.

물론 ‘리’는 한정판으로 현재 시중에선 판매되지 않지만, 이는 맥주업계뿐 아니라 중국 주류시장에 던지는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왔다. 허우샤오하이 화룬맥주 CEO는 “리의 출시는 중국 맥주업계의 자신감의 상징"이라며 "문화와 정성이 담긴 맥주라면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로, 중국 맥주가 해외 맥주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리 출시 계기로 중국 맥주업계 프리미엄 단계 진입할 듯 

업계에서는 리의 출시를 계기로 중국 맥주 업계가 본격적인 프리미엄 단계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실 중국 맥주 업체들은 리 출시 이전부터 꽤 오랜 기간 제품 고급화에 힘을 써왔다. 중국 대표 맥주업체 중 하나인 옌징맥주는 주로 해외에서 가져온 12개 기술을 제품 제조에 도입했다. 이 중 옌징의 제품인 ‘V10크래프트비어’는 독일의 ‘순양조(純釀)’ 기술을 도입해 만들었다. 상면발효 과정을 거쳐 진하고 풍부하고 밀도가 높은 거품이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이름을 알린 옌징맥주의 대표 고급 제품이다.

주장맥주 역시 산하 첨단 기술기업이 8개에 달하며 매년 연구개발에 수억 위안을 투자하고 있다. 또 뮌헨공과대학, 중국식품발효공업연구원 등 연구기관과 협업을 통해 맥주 제조는 물론이고 과학기술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5년 내 중국 맥주시장이 프리미엄 단계로 진입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 중신증권은 “중국 맥주시장이 고급화 전환점이 도래했다”며 "프리미엄화는 맥주 산업 발전에 있어 피할 수 없는 단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신증권은 "5년 내 맥주 시장이 고급화 단계를 거쳐 글로벌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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