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장기적인 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춘 경제 운영 '지구전'에 돌입했다. ‘과주기 조절(跨周期調節)’이라 불리는 이 전략은 경기 회복 둔화를 막으면서도 장기적이며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최근 중국이 각종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점과 지급준비율(지준율)을 낮춘 점 등이 모두 이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하반기 들어 경제 운용 방향을 '과주기 조절' 강화에 맞추고 있다.
과주기 조절이란 자금을 대규모로 투입하지 않고, 조정과 내외 균형에 중점을 두는 역주기 조절을 보완한 거시정책이다. 역주기 조절처럼 경기 둔화에 맞서 적절한 유연성을 발휘하는 동시에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표적으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준율을 인하함과 동시에 부동산 대출 규제를 강화한 점이 과주기 조절 전략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중정성 핑안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지표가 둔화세를 보이기 전에 인민은행은 지준율을 낮추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며 “(과주기 조절 전략에 따라) 인민은행이 실질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 인하를 자제하는 대신 추가 지준율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중 이코노미스트는 “지준율을 추가로 인하함과 동시에 중국은 부동산 분야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앞으로도 완화하지 않고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지방정부의 부채 줄이기에도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전문가들은 과주기 조절은 중국 지역별로도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관리들은 과주기 조절 전략이 어떤 내용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한 적은 없지만, 정부와 관련이 깊은 몇몇 경제학자들은 일부 지역에서는 규제를 유지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규제를 완화하는 것 역시 과주기 조절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방정부 채권 발행도 과주기 조절에 따르고 있다. 예를 들면 각 지방정부가 올해 배정된 특별채권 한도를 이전처럼 한 번에 발행하지 않고 현지 경기상황에 맞게 '속도 조절'을 하는 것이다. 중국증권망에 따르면 올해 저장·윈난·톈진에 배정된 특별채권 한도가 각각 506억, 428억, 324억 위안인데, 이 중 26%, 34%, 30% 정도는 예비 물량으로 남겨둔 상태다. 올해 경제 성장세가 '상고하저' 양상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연말에 나머지 한도를 대폭 발행해 경기 하방 압력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국이 최근 인터넷 플랫폼과 온라인 교육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동시에 탄소배출 저감, 출산율 상승에 힘을 쏟고 있는 점도 모두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주기 조절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국영 싱크탱크인 금융연구소의 장샤오징 소장은 “중국은 더 긴 기간에 걸친 경제적 성과를 고려하고 있다”며 “앞으로 2~3년 내에 경제가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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