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선⑲] "기술 있어도 활용 못해"···규제에 꽉 갇힌 바닷 속 신재생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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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경 기자
입력 2021-08-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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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수력발전 중소업체 A기업은 최근 바다로 버려지고 있는 육상 양식장의 배출수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소수력발전설비 개발에 성공, 특허를 획득했다. 하지만 개발의 기쁨도 잠시, 개발한 설비를 제대로 활용해보지도 못할 처지에 놓였다. 해당 기술을 실용화하면 매달 꾸준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나, 수익을 인건비로 몽땅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A기업 관계자는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적극 장려한다는데, 규제에 가로막혀 5년째 사업을 아예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게 말이 되냐”며 “소수력발전 시설을 운영하면 월 200만원 정도의 이익을 얻는데, 안전관리자 인건비를 빼면 오히려 적자다. 상황이 이런데 도대체 어느 기업이 신재생을 활용하려 할지 의문”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의 대안으로 신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적극 추진 중이다. 원자력발전 의존도를 낮추려면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신기술이 개발되면서 새로운 제도가 생기고 과거 규정이 정비되고 있으나, 아직 낡은 규제가 곳곳에 박혀 있어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A기업도 이러한 규제에 발목이 잡힌 사례다. A기업은 육상 양식장에서 사용한 후 바다로 배출되는 양식장의 해수를 재활용이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보고 소수력발전설비를 개발해 특허까지 받았다. 버려지는 해수를 활용하다 보니 발전업자는 물론 양식업자 입장에서도 부가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하는 ‘1석3조’ 신재생에너지인 셈이다.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 [사진=중소기업옴부즈만]

하지만, 전기설비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전기안전관리법은 발전용량이 20kW 이상의 풍력, 수력 등 전기사업용 발전설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1곳마다 전기안전관리자 1명을 선임해 상주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양식장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통상 육상 양식장은 200kW급 정도의 설비가 설치된다. 200kW급 발전설비를 통해 한달에 약 200만원 정도의 부가수익이 발생하는데, 전기안전관리자를 고용하면 인건비로만 최소 월 182만원(2021년도 최저임금 기준)이 지출된다. 여기에 설치‧운영비 등을 포함하면 사실상 적자다. 다른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발전설비는 최대 1000kW까지 전기안전 관리업무를 대행할 수 있다. 100kW 이하 태양광발전설비는 월 13만원 정도에서 관리가 가능하다. A기업 관계자는 “현재 기술로 충분히 원격제어와 통제가 가능하고, 사고우려도 높지 않은 소수력발전설비에 전기안전관리자를 선임하고 상주해야 하는 것은 낡은 규제”라고 꼬집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제외한 나머지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경우 설치 이후 현재까지 전기사업용 발전설비에서 발생한 사고사례는 한 건도 없다.

해당 건의를 접수‧검토한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소규모 발전설비 업체의 현장 애로사항을 산업부에 건의하며 규제 해소에 나섰다. 산업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해당 규정을 수정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 국회 차원에서도 해당 규제에 대한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전기안전관리 대행 가능 발전시설물에 수력발전을 추가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돼 소관위에서 심사 중이다. 박주봉 중기옴부즈만은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이를 막는 기존 규제는 바꾸는 게 타당하다”면서 “여러 분야의 신기술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지속해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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