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용산참사·통개발 보류…굴욕의 용산, 이번엔 훨훨 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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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1-08-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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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제강점기부터 교통의 요충지...너무 좋아 한국인 차지 안 됐던 '비운의 땅'

  • 국가 대형 프로젝트만 몇 개?...3번의 좌절 끝 날아오르나

[사진=용산개발위치/용산국제도시 조감도]


누구에게나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3번의 기회가 찾아온다는 말이 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금융위기(2007년), 사상 최악의 용산참사(2009년),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2018년) 좌절 등 한 번도 겪기 힘든 실패를 무려 3번이나 겪은 뒤 사실상 방치됐던 용산이 다시 부활의 날갯짓을 펴고 있다. 

정부가 용산역 철도 정비창 부지에 미니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미군기지 반환으로 용산공원 조성 사업에도 탄력이 붙었다. 여기에 용산국제업무단지, 용산전자상가, 국가상징거리 조성 사업 등 용산 개발과 연계된 사업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경제적·사회적 외풍으로 십수년간 버려진 땅이었던 용산이 하늘로 승천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인박명'의 용산...일제강점기부터 비운의 땅
용산은 지리적으로도, 상징적으로도 서울의 중심지다. 뒤로는 남산을 앞으로는 한강을 낀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역이다.

예로부터 기후가 좋고, 땅이 비옥해 조선시대에는 세금으로 걷힌 쌀이나 공납품이 모이는 명당이었으며, 조선 말기에는 청나라와 일본의 세력다툼이 벌어지는 주 무대였다. 일제강점기에는 지리적 강점을 살려 군사, 철도, 교통의 요충지로 꼽혔다.

그러나 이런 입지적 조건은 용산의 발전을 가로막았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이 점령했고, 광복 후에는 미군의 주둔지가 되는 등 100년 넘게 한국인은 감히 법접할 수 없는 땅이다. 역대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용산을 서울의 중심지로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지만 번번이 계획은 무산됐다.

그런 용산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건 이명박 전 서울시장 시절 용산뉴타운 등 개발사업이 본격화하면서다. 이 전 시장에 이어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용산은 '한강 르네상스'의 핵심이자 서울을 대표할 국제업무도시 개발 꿈에 부풀었다.

단군 이래 최대 사업으로 꼽히는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용산철도기지와 그 주변지역을 철거한 자리에 31조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대규모 업무지구와 수변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당시 정부는 용산에 초고층빌딩 23개를 지어 '한국판 두바이'를 만들겠다는 목표였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냉각되면서 좌절됐다.

이후 2009년 부동산 개발로 인한 최악의 사태인 용산참사가 발생하면서 사업은 무기한 중단됐다. 2011년에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전임 시장의 역점 사업이었던 한강르네상스와 뉴타운 사업이 백지화됐다. 2013년에는 용산개발 사업시행자인 '드림허브'가 52억원의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이자를 내지 못해 1차 부도를 내면서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시계는 또다시 멈췄다. 

용산은 2018년 박 전 시장의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통개발)'으로 다시 부활할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싱가포르 출장 중이던 박 전 시장이 용산 통개발 구상을 발표하자 용산과 여의도는 물론 목동, 마포 등 주변을 비롯해 서울 전역으로 집값 상승이 이어졌다. 집값 상승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박 시장은 결국 "부동산이 안정될 때까지 사업을 무기한 보류하겠다"고 선언해 용산의 승천은 실패로 끝났다.
 

[사진=용산국제공원/ 국토부 ]

 
국제도시+한국판 센트럴파크+국가상징거리...대형 프로젝트 줄줄이 대기
조용하던 용산이 다시 주목을 받은 건 '집값 상승'이라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한 정부의 다급한 움직임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5월 수도권 공급 대책에서 용산 정비창 개발지역 부지에 8000가구의 '미니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용산 정비창 부지는 용산국제업무지구에 포함된 땅으로, 정부는 서울시와 협의해 빠르게 이 일대에 공급계획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도 용산국제업무지구 통합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구체적인 방법론만 조율되면 개발 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미국의 용산 주한미군 기지 반환도 용산 개발에는 긍정적 신호다. 지난해 12월 용산 기지 남측 지역인 스포츠필드 부지(4만5000㎡)와 동남쪽 소프트볼경기장 부지(8000㎡)를 반환받은 데 이어 내년 초까지 추가로 약 50만㎡ 규모의 용산부지가 한국에 반환된다. 정부는 용산기지 토지정화사업을 거쳐 오는 2027년까지 용산공원을 조성할 방침이다.

용산공원이 완성되면 미국의 센트럴파크처럼 서울에도 대도심지에 위치한 대규모 평지 공원이 조성된다. 용산공원은 서울의 지하철 노선만 5개, 인접한 역만 9개에 달하는 초대형 공원이다. 용산공원과 용산국제업무지구, 용산~한강~서울역~광화문을 연결하는 초대형 숲길인 국가상징거리 조성까지 모두 완성되면 용산은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용산은 지금이 가장 쌀 때"
부동산 업계에서는 용산 개발의 수혜를 선점하려는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정부가 용산정비창 부지와 인근 재개발·재건축 7곳, 용산역 주변 재개발구역 6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지만 거래가 가능한 매물을 중심으로 일부 아파트와 빌라 호가는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대상은 정비창 부지와 인근 한강로동, 이촌2동 재건축·재개발 사업 구역 총 0.77㎢다. 주거지역의 경우 18㎡, 상업지역의 경우 20㎡가 넘는 토지를 거래할 경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한 재건축 아파트나 대지지분이 18㎡를 넘지 않는 주택의 경우 토지거래허가제에서 제외된다.

이촌 1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촌1구역 내 대지지분이 4평(약 13㎡)인 빌라의 호가가 7억원 선"이라면서 "이촌동 안에서도 허가제로 묶이지 않은 일부 지역으로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동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용산에 최근 유입되는 투자자들의 50%는 강남 사람들과 지방 유지들"이라면서 "용산 통개발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는 방배동과 반포 자산가들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가 가능한 매물이 워낙 적기 때문에 대지지분이 적은 빌라는 나오는 족족 팔려나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용산 내에서 토지거래허가제를 빗겨간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는 현상도 나온다. 한강로 일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한강로가 다 묶이고 나니 투자자들이 원효로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문배동과 신계동 일대 부동산으로 수요가 쏠리면서 이 일대 가격만 부추긴 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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