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저축은행 ‘건전성 적신호’…연체율 개선은 대출 급증 ‘착시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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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1-08-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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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DB]

대형 저축은행들의 건전성 지표에 적신호가 켜졌다. 표면적인 연체율은 떨어졌지만,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일각에서 양호한 연체율은 신규 대출이 급증한 데서 비롯된 ‘착시효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BI, OK, 웰컴, 페퍼, 한국투자 등 5대 대형 저축은행 중 4곳의 올 1분기 말 고정이하여신(부실여신)이 크게 늘었다.

고정이하여신은 회수 가능성이 극히 낮은 악성 부채를 뜻한다. 통상 연체가 2개월 이하면 ‘정상’, 2~4개월 연체이면 ‘요주의’, 4개월 이상이면 ‘고정이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채권으로 분류한다.

가장 증가 폭이 컸던 곳은 OK저축이다. 이 회사의 고정이하여신은 작년 1분기 말 5090억6900만원에서 올 1분기 말 5417억4900만원으로 326억8000만원이 늘었다.

이어 웰컴저축 272억5800만원(2183억6500만원→2456억2300만원), SBI저축 189억원(2280억900만원→2469억700만원), 한국투자저축 121억34000만원(753억4800만원→874억8200만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페퍼저축만이 1795억6000만원에서 1458억9200만원으로 유일하게 336억6800만원 줄었다.

부실 가능성 최대 단계로 분류되는 ‘추정 손실’ 채권도 일제히 증가했다. 이 채권은 △웰컴 255억3300만원 △한국투자 184억9000만원 △SBI 155억400만원 △OK 99억4800만원 순으로 크게 늘었다. 5개 업체의 총 부실여신 증가액(573억400만원) 중 추정 손실(556억5000만원)이 차지하는 비중만 약 97%에 육박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추정 손실 채권 중심으로) 부실 대출을 키웠다는 건 그만큼 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는 뜻”이라며 “결국 향후 관련 리스크가 흔들릴 수 있는 우려가 커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들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소폭 증가하거나 줄었다. 이는 전체 대출액이 급증한 데 따른 착시효과다. 통상 신규 대출 규모가 커지면, 분모인 대출액 자체가 늘면서 겉으론 건전성이 양호한 것으로 비춰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연체율은 페퍼의 개선 폭이 2.39% 포인트(5.22%→2.83%)로 가장 컸다. 이어 웰컴 0.82% 포인트(3.48%→2.66%), SBI 0.7% 포인트 (2.27%→1.57%), OK 0.6% 포인트(4.35%→3.75%) 순이다. 한국투자만이 2.17%에서 2.24%로 0.07% 포인트 늘었다.

업계에선 ‘코로나19’ 관련 대출 만기 및 이자 유예가 또 한 차례 연장되면, 건전성 관련 위험 부담이 극에 달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현재 전체 대출액 중 차지하는 비중이 크진 않지만, 부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불확실성을 키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가계 대출 규제로) 신규 대출 취급 속도가 둔화되면, 기존 대출에서 연체가 발생해 부실이 급격히 진행될 우려가 있다”며 “여기에 (코로나 대출) 연장·유예가 키운 불확실성도 힘을 보태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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