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티드랩, 환매청구권·공모가 비기로 골리앗 크래프톤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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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입력 2021-08-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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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원티드랩 청약 결과 비교 [그래픽=아주경제]


최근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형주로 꼽히던 크래프톤이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공모청약을 마감했다. 청약 증거금은 총 5조358억원으로 경쟁률은 7.79대1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공모 청약을 진행한 원티드랩은 대박이 났다. 원티드랩은 2일부터 3일까지 진행된 공모 청약에서 5조5291억원의 청약 증거금을 모았다. '대어' 크래프톤을 웃도는 수치다. 경쟁률은 1731대1이었다.

두 기업의 공모 청약 일정이 같았다는 점에서 금융투자업계는 원티드랩의 성적을 우려했다. 시장의 큰 주목을 받던 크래프톤이 시중의 투자자금을 모조리 빨아들일 기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성적은 정반대였다. 골리앗이 다윗에 일격을 맞았다. 주목받지 못했던 원티드랩이 대박을 기록한 이유는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청약의 기본요인 '공모가'와 청약의 특별요인 '환매청구권'이다.
 
49만8000원 vs 3만5000원…크래프톤이 무증했더라면
우선 두 종목의 1주당 가격은 큰 차이가 난다. 크래프톤은 1주당 공모가가 49만8000원이었다. 이 정도의 가격은 주식시장에서 상당한 고가다.

크래프톤 입장에서도 이에 대한 고민은 있었다. 당초 크래프톤은 연초만 해도 비상장 시장에서 1주당 가격이 300만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일반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접근이 어려운 수준이다.

크래프톤은 상장 전에 이 문제를 해소하려고 지난 5월 5대 1의 액면분할을 실시했다. 액면가 500원을 100원으로 낮춘 덕분에 장외에서 가격이 1주당 60만원 선까지 낮아졌다. 액면가 100원은 상법에서 정한 최소 액면가다. 더 분할하고 싶어도 못한다.

이후 수요예측과 당국의 권고 등을 거쳐 정해진 공모가는 이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크래프톤 입장에서는 할 만큼 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정해진 공모가도 일반 투자자들 눈높이와는 맞지 않았다. 마침 크래프톤이 고평가를 받았다는 논란이 이어지면서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

이에 크래프톤이 수요예측 전에 무상증자를 해서 유통주식수를 늘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크래프톤은 지난 1분기 기준 무상증자의 재원으로 쓸 수 있는 자본잉여금이 1조원이 넘었다.

특히 크래프톤의 경우 중복청약이 가능했기 때문에 눈높이가 높았다는 게 두고두고 아쉬운 점이다. 지난 6월 20일 이후에 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은 중복청약이 안 되지만 크래프톤은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주관사에 모두 청약을 할 수 있었다.

공모가에 따라 최소청약수량 10주를 넣으려면 증거금이 249만원이 필요하다. 주관사에 모두 청약을 넣으려면 747만원이 필요하다. 일반 투자자들로서는 확실히 눈높이가 높았다.

반면 원티드랩의 공모가는 3만5000원으로 크래프톤의 7% 수준에 불과하다. 최소청약수량 10주를 넣기 위해 필요한 증거금은 17만5000원에 불과하다. 크래프톤과 달리 중복청약을 할 수 없었지만 흥행에 성공한 비결이다.
 
#폭락 안전판 '환매청구권'…떨어져도 다시 팔면 그만
두 종목의 희비를 가른 다른 요인은 환매청구권의 유무다.

환매청구권이란 쉽게 말해 폭락하는 공모주를 환불해주는 제도다. 공모 청약으로 주식을 받은 일반 청약자가 상장 이후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공모주를 배정받은 증권사에 다시 팔 수 있는 권리다. 행사가격은 주가지수가 폭락한다면 90% 이하보다 낮아질 수 있다.

공모 청약에 나서는 모든 종목에 환매청구권이 있지는 않다. 기술특례 상장이거나 이익 미실현 기업이 상장할 때만 걸 수 있는 조건이다.

원티드랩은 기술특례로 상장하는 종목이다 보니 투자자에게 환매청구권이 있다. 기술특례로 상장하는 만큼 수익성이 좋지 않아 그 보상으로 환매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환매청구권의 유무는 투자자 입장에서 큰 매력 포인트다.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할 경우 안전판이 되면서 큰 손실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원티드랩과 달리 크래프톤은 환매청구권이 없었다. 환매청구권을 부여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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