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김현아 낙마가 소모적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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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1-08-0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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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별관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김현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내정자가 결국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했다. 도시계획과 부동산 분야의 전문가라며 SH공사 사장으로 일할 기회를 달라고 간곡하게 호소했지만 김 내정자의 호소는 정치권과 여론, 그 어느 쪽에서도 호응을 얻지 못했다. 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는 건 곤욕이었다. 말을 할수록 오해가 생기고 상황이 꼬였다. 기대했던 정책적 대안과 비전은 없었다.

본인 말처럼 김 내정자는 주택건설업계에 20년 이상 몸담은 자타공인 부동산 베테랑이다. 교수, 건설산업연구원 재직 시절에는 기자의 콜을 가장 많이 받는 전문가였으며, 제20대 국회의원 시절에는 대한민국헌정회로부터 의정활동을 가장 성실히 수행한 의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줄줄이 실패할 때마다 정부를 향해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부동산 정치를 하고 있다"며 매섭게 몰아붙일 땐 짜릿한 카리스마도 느껴졌다.

김 내정자를 좌절시킨 건 지명 순간부터 발목을 잡던 다주택 투기 논란이다. 그는 청문회에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파트와 서초구 잠원동 상가를 포함해 4채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각종 투기, 탈세 논란에 시달렸다. 김 내정자는 이에 대해 "내 연배상 지금보다 내 집 마련이 쉬웠고, 주택 가격이 오름으로써 자산이 늘어나는 일종의 시대적 특혜를 입었다"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화만 키웠다. 이를 두고 김 후보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상가와 오피스텔이 언제부터 주택수에 포함됐느냐"며 "민주당이 악에 받쳤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김 내정자의 낙마는 부동산 투기 때문이 아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공공주택을 공급하고 주거복지를 개선해 공공재의 질을 높여야 할 SH수장으로서 본인의 철학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는 청문회에서 시의원들이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SH공사 사장으로서의 역할과 구체적인 방법론을 묻는 질문에 "시켜만 달라", "서울시와 협의하겠다" 식의 원론적인 대답만 내놨다.

본인이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에는 동문서답, 시간끌기 등으로 일관했고, 공기업 수장으로서 자질이 없다는 지적에는 "국회의원으로서 의정 경험이 풍부하다"고 답했다. SH사장으로서 공공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주장하면서 SH공사 사장 지명 직전에 일산에서 공공주택 공급 반대 운동을 조직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도 의미 있는 대답을 듣지 못했다. 공기업 수장으로서 김 후보자의 정책 철학을 드러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아쉬운 대목이다. 

이는 차기 SH사장 후보자가 유념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김 후보자의 자진 하차가 다주택자 투기 논란 때문이라는 소모적인 이슈로 끝나버리면 4개월째 수장 공석 사태를 겪는 SH공사가 억울하지 않겠는가. 이는 공사 경쟁력 향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다음 SH공사 후보자는 부디 본인이 걸어온 길, 걸어갈 길에 대한 흔들림 없는 철학과 명확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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