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100℃] 불볕더위 속 골프장 목욕 금지?…차라리 쉬었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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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입력 2021-08-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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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에서 골프를 치는 골퍼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중대본이 수도권 골프장에 목욕(샤워) 금지 조치를 내렸다. 명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다.

골프를 친 뒤 불특정 다수가 공동 목욕탕에서 목욕하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골프장에 방문한 골퍼를 내장객이라 부른다. 내장객이 골프를 치는 시간(18홀 기준)은 평균 5시간 내외다.

목욕 금지 조치가 내려진 8일까지는 30~35도의 불볕더위가 이어진다. 물론 5시간 동안 내리쬐는 땡볕 아래에서 걷는 내장객들의 체감 온도는 그보다 더할 것이다.

5시간 땀에 흥건하게 젖은 내장객에게 목욕하지 말라는 것은 차라리 골프를 치지 말라는 것과 매한가지다.

사실, 혹서기는 골프장의 비수기로 분류된다. 너무 더운 날씨에 사람들이 골프를 멀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태국 등 동남아로 나갔어야 할 사람들이 국내에 체류하면서 골프장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돈이 굴러들어오니 골프장 업주들은 문을 열어 둘 수밖에 없다. 쉼 없이 돌아가는 골프장에 캐디는 쉴 시간이 없고, 골프장은 관리(코스 등)될 시간이 없다. 내장객에 대한 서비스와 내장객이 느끼는 만족도는 뚝뚝 떨어져만 간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죽어가는 골프 보조원(캐디)을 살려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내용은 이렇다. '불볕더위에도 하루 10시간을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뛰며 일하고 있다.'

내장객들에게도 문제가 발생했다. 최근 골프장 두 곳에서 내장객이 불볕더위에 쓰러졌고, 경기과 직원들의 도움(심폐소생술, 제세동기)으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한 골프장 관계자는 "차라리 영업 금지 조치를 내리는 게 좋지 않겠나. 이러한 날씨에 목욕하지 말라는 것은 영업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소리다. 오히려 골프장이 내장객들에게 욕을 먹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중대본의 선택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목욕 금지라면 번지수를 잘못 찾은 듯싶다.

더운 날씨에 내장객들의 마스크는 점점 내려갈 것이고, 캐디들의 피로감은 점점 쌓여만 갈 것이다. 연일 1000명대를 유지하는 지금, 이 순간은 잠시 쉬었다 가도 좋지 않을까.

골프 예약 전문 회사인 XGOLF는 "목욕 금지 조치 이후 예약 취소율이 30%까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회사는 수도권 골프장들의 목욕 금지 조치에 대한 대안을 설명했다.

'시원한 물수건' 등이다. 과연 그 물수건은 누가 준비하고, 누가 건네주고, 누가 닦고, 누가 치우는가. 이 또한 불특정 다수에 의한 감염 경로다.

이에 대해 골프장경영협회 관계자는 "몇몇 골프장은 물수건을 쌓아두지 못하게 철수를 하고, 바로 버릴 수 있도록 폐기한다. 조금의 코로나 전파확률이라도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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