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人사이드] '부동산 재벌' 헝다 쉬자인 또 구제될까

최예지 기자입력 : 2021-08-01 06:00
'빚더미'에 앉은 헝다그룹 회장 쉬자인 공산당 규제 속 '홍색 자본가' 구제하나 주가 하락에 쉬자인 자산 1년 새 반토막

쉬자인(许家印) 헝다그룹 회장 [사진=신화통신]

'장수선무 다전선고(長袖善舞 多錢善賈)'.

'한비자(韓非子)'의 오두(五蠹)에 나오는 구절이다. 소매가 길면 춤을 잘 추고, 돈이 많으면 장사를 잘한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하든 조건이 좋은 사람이 유리하다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최근 블룸버그, 대만 자유시보 등에서 중국 부동산 재벌 헝다그룹(3333.HK)의 쉬자인(许家印) 회장을 이같이 묘사했다. 지난 2017년만 해도 중국 최대 부호로 이름을 올렸던 쉬자인 회장이 최근엔 빚에 허덕이고 있다. 중국 기업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논란 속에도 중국 당국이 또다시 쉬자인 회장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 주목된다. 
 
중국 공산당, '홍색 자본가'에 구원의 손길 내밀까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헝다그룹의 부채 위기를 일제히 조명하며 쉬 회장과 중국 당국의 관계가 밀접하기 때문에 중국 당국이 또다시 헝다를 구제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지난달 28일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가 헝다그룹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가만히 두고만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공산당 노선을 따르지 않는 자유분방한 억만장자를 통제하고 싶어 하는데, 쉬자인 회장은 '홍색 자본가'라고 불릴 정도로 당의 호의를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지난 7월 1일 중국 공산당 100주년 창당 기념식과 지난해 10월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쉬자인 회장이 참석했다는 사실을 주목했다. 

블룸버그는 그가 중국 공산당 정책에 앞장서서 발맞추는 데 능하다며 헝다가 그간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건 쉬 회장의 광범위한 인맥과 중국 정부의 정책을 미리 읽어내는 혜안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그 덕분에 부채 위기에 직면한 쉬자인 회장을 살리기 위해 중국 당국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광둥성 내 기업 중 연매출 '톱5'에 드는 헝다그룹은 지방정부 재정수입의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국 당국이 헝다를 이대로 무너지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다수 은행과 거래하고 있는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가 파산하게 되면 금융 시스템에 악영향을 미칠 뿐더러 중국 경제를 뒤흔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 2019년 10월 신중국 건국 70주년 행사 때 톈안먼 성루에 오른 몇 안 되는 기업인 중 하나다. [사진=웨이보 갈무리]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이 지난달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헝다그룹 제공]

 
'빚더미' 헝다 주가 하락 곡선...쉬자인 자산 반토막

하지만 헝다는 여전히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수년간 부동산에서 시작해 관광, 스포츠, 자동차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넓히며 거액의 부채를 떠안게 됐다. 지난해부터 잇달아 자산을 내다 팔며 부채 줄이기에 속도를 내고는 있지만 역부족이다.

설상가상 최근엔 4억 위안(약 700억원)이 넘는 공사비 체불로 피소됐고, 시장가보다 저가로 주택을 판매해 불공정 거래를 했다는 이유로 당국의 조사까지 받으면서 부도 우려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중국 지도부가 올해부터 '정부가 해결해 주겠지' 하는 식의 도덕적 해이 유발을 막고 경제 금융 부문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면서 헝다의 대마불사 신화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태다. 

시장 불안감 속 헝다 주가는 폭락하고 있다. 헝다그룹 주가는 최근 한 달 새 반토막이 나서 현재 5홍콩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헝다의 지분 70.8%를 보유하고 있는 쉬 회장은 주가 하락에 자산이 1년 사이 50% 증발하기도 했다. 쉬자인 회장은 불과 4년 전만 해도 마윈 회장과 마화텅 회장을 제치고 중국 부호 1위에 올랐었지만 지금은 세계 100대 부호 순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이다.

 

2021년 포브스차이나 선정 중국 '기부왕' 순위 [자료=포브스차이나]

 
빈농→근로자 관리자→부동산 재벌 1위

비록 빚더미에 앉았지만 헝다를 중국 최대 부동산기업으로 키운 건 모두 쉬 회장의 뛰어난 안목 덕분이다. 성실한 면도 한몫했다. 

1958년 중국 허난(河南)성 저우커우(周口) 타이캉(太康)현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난 쉬 회장은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홀아버지 슬하에서 가난에 허덕였다. 그래도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날을 꿈꾸며 농사일로 연명해 대학까지 졸업하게 된다.  

이후 허난성 우양강철공사에 입사해 단기간 내 300명 이상의 근로자를 관리하는 주임으로 승진할 정도로 수완을 발휘했다. 당시 그와 함께 일하던 동료들은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던 그를 '열정이 충만하고 원칙을 준수하는 사람'으로 칭했다.

그러다가 34세 때인 1992년 광둥성 선전의 부동산 개발업체 중다그룹으로 이직, 말단사원부터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순식간에 회사를 이끄는 주역으로 자리 잡는다. 그는 처음 맡은 개발 사업에서 당시 돈으로 1억 위안 이상의 이익을 거뒀다. 유행하던 중대형 아파트 대신 소형 아파트를 저가에 공급한 전략이 주효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다진 쉬 회장은 1997년 헝다그룹을 창업한다. 그는 '최소의 돈으로 최대한 많은 땅을 구입해 가능성을 연다'라는 자신만의 원칙에 따라 경매를 통해 광저우의 부지를 헐값에 매입, '진비화위안(金碧花園)'이라는 주택을 설립해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들을 공략했다. 

그의 전략은 통했다. 진비화위안이 중국 유명 도시화 단지 톱(TOP) 50위에 꼽혔고, 그는 '진비(金碧)'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13개 지역에서 한꺼번에 개발사업을 진행, 이 사업을 성공시키면서 광저우 30대 부동산개발업체 가운데 7위로 올라섰다. 

창업 10년 만에 112억 위안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100억 클럽'에 가입했지만 첫 상장 도전에서는 실패를 맛봤다. 그럼에도 그는 절치부심하며 이듬해(2009년) 홍콩증시에 상장하는 데 성공했고, 점차 중국 재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어릴 적부터 힘든 나날을 겪어온 쉬 회장은 '민생을 본(本)으로 하고, 산업으로 보국(報國)한다'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자선활동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그는 2011년 3억9000만 위안의 기부 자선으로 중국 자선사업가 1위에 오른 이래 2020년까지 10년 연속 1위를 지켜왔다. 

지난해부터 부채에 시달려도 그는 자선활동을 계속 이어왔다. 포브스차이나가 최근 발표한 2021년 중국 기부왕 순위에 따르면 쉬 회장은 마윈 회장에게 1위를 빼앗겼지만 여전히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는 30억4000만 위안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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