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NA] 韓, '드러나지 않은 실업자' 최다

  • 대기업, 공무원 등 안정적인 직장으로 몰려... 고용 미스매치 극심

[명문대학인 고려대학교. 'SKY'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재수생'이 되는 젊은층이 많다. =서울, 6월 (사진=NNA)]


한국에서 '드러나지 않은 실업자'가 증가하고 있다. 대기업 취업과 공무원 시험준비를 하고 있는 취업준비생의 수가 올해 5월 역대 최다를 경신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고용불안은 더욱 심화, 안정적인 일자리를 선호하는 경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한편 고용조건이 대기업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중소기업 구직자는 계속 줄어들어, '고용 미스매치' 현상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취업준비생'

공무원이나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시험준비를 하거나, 화려한 경력을 만들기 위해 자격증 취득에 전념하는 한국 젊은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은 통계 정의상,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 인구에 포함되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실업자'로도 불린다.

통계청에 의하면, 15~29세 취업준비생 수는 5월 기준, 1년 전에 비해 5만 5000명이 증가한 85만 9000명에 달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젊은층의 비경제활동 인구 중 취업준비생이 차지하는 비율도 19.1%(5월 기준)로, 최고를 경신했다.

전북 군산 출신인 유이랑(28)씨는 요즘 "친구 전화를 받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지방대를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준비에 전념하기 위해 2년 전부터 서울의 유명학원에 다니고 있으나, 번번히 시험에 낙방. 유씨는 "불안과 초조한 나날과 싸우고 있다"며 힘든 심정을 토로했다.

■ 'SKY' 출신에게도 좁은 취업의 문
한국 취업시장은 날이 갈수록 어려운 상황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삼성전자 등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도쿄(東京), 와세다(早稲田), 케이오(慶応)에 해당하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들도 3명 중 2명만 취업에 성공할 정도로 취업문은 좁다.

한편, 비정규직만 늘고 있는 취업 빙하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안정을 추구하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이 준비하고 있는 시험내역을 살펴보면, 공무원 시험이 32.4%(5월 기준)로 가장 많으며, 이는 대기업 취업시험(22.2%)과 자격증, 기타(18.9%)를 웃돌고 있다.

■ 공무원 시험 경쟁률 27.6:1
코로나 사태도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차, LG 등 대기업들은 신입사원을 한번에 채용하는 '정기채용'에서, 부문별로 각각의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필요에 따라 채용하는 '수시채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신입사원보다는 즉시 투입이 가능한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같은 대기업 취업 경쟁률 심화는 다시 공무원으로 몰리는 상황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5월에 실시된 '9급 공무원' 필기시험 경쟁률은 27.6:1로, 지난해의 26.3:1보다 더 높아졌다. 일본의 같은 시험에 해당하는 일반직 시험(고졸자, 경쟁률은 한 자릿 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쟁률이 치열하다. 문제는 이 경쟁률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는 것.

■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일손부족
역설적으로 중소기업은 심각한 일손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경영체력이 빈약하기 때문에, 젊은층들이 선호하는 조건으로 고용하기 어려워, 결원을 외국인노동자들로 충당하는 회사가 많다.

중소기업의 급여는 대기업의 60% 수준이며, 복리후생면에서도 자녀학비나 의료비가 지원되는 대기업과는 압도적으로 차이가 난다. 평균근속연수도 4년으로 짧으며, 불안정한 고용상황이 젊은층들의 안전지향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일자리는 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안전한 일자리를 목표로 차라리 공부하는 길을 택한다'. 이것이 '취업재수생'이 계속 양산되는 구조다.

■ 정책과제도 노출
"항상 가슴이 아프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젊은층들의 힘든 취업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중소기업 고용지원 및 젊은층에 대한 금융지원을 통해 고용의 미스매치를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취업준비생은 계속 늘어만 가고, 정책적인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높은 교육을 받은 우수한 젊은이들을 취업을 통해 사회발전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을 한국 정부는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호조를 보이고 있는 거시경제의 그늘에는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고용의 구조적인 문제가 한국의 젊은층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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