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행] 재택근무의 늪...일과 휴가 동시에 즐기는 법

기수정 문화팀 팀장입력 : 2021-07-28 06:00
코로나19 장기화에 근무 형태도 재빠르게 변했다. 먼 얘기인 줄만 알았던 재택근무가 보편화했고, '워케이션(휴가지 원격 근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일과 휴식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장점에 많은 직장인이 많이 활용한다. 

해변이 내려다보이거나, 산속에 들어앉은 숙박시설은 물론이거니와 도심 속 호텔도 최적의 재택근무지로 인기를 끈다. 최근에는 지역 곳곳에 자리한 한옥까지 워케이션 여행지로 주목받는다. 고즈넉한 공간에서 업무도 하고, 휴가의 여유도 즐길 수 있는 국내 한옥 세 곳을 소개한다.
 

충남 보령 이광명 고택 [사진=기수정 기자]

◆조선말 건축술의 백미···이광명 고택

충남 보령 농촌 마을에 들어선 99칸 저택. 완벽한 정사각형에 외벽을 두른 고택이 눈길을 끈다. 높은 담장에 사방으로 난 마루, 문을 닫으면 복도가 거실로 바뀌는 조선 말기 양식까지, 모든 것이 새롭다.

앞에는 논밭, 뒤는 언덕과 대숲이 어우러진 호젓한 전원 풍경을 마주하며 고즈넉한 한옥 고택에서 업무도, 휴식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공간······. 바로 ​충남 보령에 자리한 이광명 고택이다.

이광명 고택은 구한말에 지어진 한옥으로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 대한제국 황제인 고종의 다섯째 아들 의친왕의 딸과 이 집안 사이에 혼담이 오가자 왕가에서 거금 3000환을 하사해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광명 고택은 모양 자체가 정사각형에 가까워 빈틈없는 입 '구(口)' 자로 지어졌다. 이런 구조를 가진 한옥은 전국에 이곳 한 채뿐이다. 건물 안쪽으로 4면에 복도가 있고 그 옆으로 여러 개의 방이 나란히 들어앉아 있다.

으리으리한 99칸의 저택은 조선말 건축술의 백미로 손꼽힌다. 유리가 끼워진 창문 등에서 기존 전통 한옥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멋이 느껴진다.

집이 워낙 크고 견고해 6·25전쟁 때 인민군이 본부로 사용했던 아픈 역사도 간직하고 있다. 전문적인 한옥 스테이는 아니지만, 옛 정취에 취하고 싶은 사람들이 알음알음 찾는다.

하루 한 팀, 최대 5인까지 머물 수 있다. 안채에는 집주인이 머물고, 객실로 제공되는 공간은 집 전체의 4분의 1가량인 사랑방, 대청마루, 응접실, 화장실 등이다. 취사는 할 수 없다.

집 주변으로 논과 대나무숲, 저수지 등이 펼쳐져 있어 집주인이 손수 가꾸는 농작물을 계절별로 둘러보는 소소한 재미도 있다.

2011년부터 일부를 한옥 숙박 체험 장소 목적으로 일반에 개방됐으며, 지난해 10월부터는 민속그네 체험, 민속놀이 체험, 한복 체험 등도 할 수 있다. 
 

경주 위연재 외관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가족과 함께라면 더 좋아...경주 위연재

경주 첨성대 맞은편 쪽샘길로 들어서자 눈에 띄는 한옥 한 채. 두 배로 기쁘다는 뜻의 쌍희자(雙喜字·囍)가 커다랗게 새겨진 대문 위로 '위연재'라고 새긴 현판이 보인다. 사자성어 무위자연(無爲自然)에서 따온 이름이다.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 속에서 있는 그대로의 시간을 누리라는 주인장의 마음이 '위연재' 세 글자에 고스란히 담긴듯 마음이 포근해진다. 

이곳 위연재에서도 워케이션(Workation) 여행이 가능하다. 방에 작은 상이 있어서 업무 처리도 편리하다. 자연 속에 들어앉은 한옥에서 빠른 업무 처리가 가능한 것은 인터넷 강국의 특권일 것이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ㄷ'자로 배치된 한옥이 퍽 아늑하다. 팔작지붕과 굵은 기둥은 한옥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품었다. 담장을 따라 오죽과 소나무로 꾸민 정원은 한옥의 운치를 배가시킨다. 

위연재는 황토와 소나무를 사용해 전통 방식으로 지었다.

총 5개의 객실이 있는데, 모두 온돌방이다. 온돌 바닥은 숯과 흙을 알맞게 배합하는 등 더욱 공을 들였다. 

뽀송뽀송하게 잘 마른 이불이 살갗에 닿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느낌이 참 좋다. 덥고 습한 여름, 솔솔 불어오는 바람과 잘 건조된 이불이 선사하는 쾌적함 덕에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 수 있다. 멋스러운 소나무 서까래를 마주하면 눈도 마음도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누마루가 딸린 객실 '문무'는 인기가 많다. 누마루에서 내려다보는 마당과 한옥의 풍경이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느낌을 준다.

전통 한옥이 주는 불편함도 깨끗이 해소했다. 욕실은 현대식이다. 겨울철에도 걱정 없다. 온풍기를 갖춘 샤워부스 덕이다. 

무엇보다 위연재의 강점은 경주의 내로라하는 명소들이 지척에 있다는 것이다.

첨성대는 걸어서 1분 내외이고 대릉원, 황리단길, 동궁과 월지 등 웬만한 관광지도 동네 한 바퀴 돌듯 쉬이 다녀올 수 있다. "아빠는 열심히 일 하세요. 저는 동네 한 바퀴 산책하고 올게요." 업무에 열중해야 하는 시간이라도 괜찮다. 약간 서글픈 마음이 들겠지만 뭐 어떤가. 업무를 빨리 끝낸 후 위연재 밖을 나서면 되니 걱정할 필요 없다.
 

공주 봉황재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시원한 대청마루에 앉아 '워케이션'...공주 봉황재

충남 공주는 백제의 중심지였던 고장답게 유서가 깊다. 그래서인지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고층 아파트보다, 봉황재가 자리한 공주 원도심에 더 마음이 기운다. 

옛 공주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제민천을 중심으로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마치 1970~80년대 서울 변두리 주택가를 연상케 하는 마을의 모습을 보며 어릴 적 추억을 회상해본다. 편하다. 그리고 정겹다. 이곳이 풍기는 분위기가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공주에서 즐기는 워케이션의 매력인 듯하다.

봉황재는 좁은 골목길 끝자락에 둥지를 틀었다. 멋스러운 솟을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단아한 봉황재가 모습을 드러낸다. 마당과 'ㄱ' 자형 한옥으로 이뤄진 봉황재는 1960년대 지어졌다. 단순한 구조이지만, 마당 한켠 화단 덕에 분위기는 화사해진다. 

봉황재 객실은 총 네 곳이다.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왼쪽에 끝방과 건넌방이, 그리고 오른쪽에 윗방과 안방이 자리한다. 안방 옆 부엌과 대청마루는 공용 공간이 된다. 

방과 화장실로 이뤄진 객실 구조는 모두 비슷하지만, 끝방은 툇마루와 연결돼 조금 더 여유로운 느낌이다. 다락방과 이어지는 안방은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 단위 이용객에게 안성맞춤이다.

봉황재의 모든 공간은 사무실이자 휴식공간이 된다. 객실 내 앉은뱅이 탁자가 불편하면 바람 시원한 툇마루나 파라솔이 있는 마당으로 나와 업무를 봐도 좋다. 유리창으로 마당이 내다보이는 대청마루도 업무를 하기에 손색없다. 

업무 중간 중간, 대청마루에 누워 잠깐의 여유를 부려보는 것도 좋다. 열심히 업무에 매진했으니, 잠깐의 게으름은 괜찮을 듯하다. 

최대 3인까지 이용할 수 있는 다른 객실과 달리 안방은 4인까지 숙박할 수 있다. 별도 조리시설이 없는 객실 내에선 취사를 할 수는 없다. 

토스트, 달걀, 시리얼, 우유 등으로 차린 무료 조식도 이용할 수 있다. 공주 여행에 필요한 유익한 자료들과 다양한 서적이 비치된 대청마루는 봉황재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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