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시장 동향] 국내 수요 13개월 만에 최대치 기록했는데 탄소중립 위해 없어지는 '기름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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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1-07-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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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3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국내 석유제품 수요가 크게 회복됐다. 여전히 코로나19 확산 영향이 지속되고 있지만 점차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최근 국내 일부 정유사가 탈정유 선언을 한 것도 눈에 띈다. 업황의 변동성이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 글로벌 친환경 규제 도입이 예고된 탓에 정유 산업에서 탈피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6월 석유제품 수요, 13개월 만에 최고치 기록

2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원유수입량은 8017만 배럴로 지난해 6월 7466만 배럴 대비 551만 배럴(7.38%) 늘었다.

다만 올해 상반기(1~6월) 누적 원유수입량은 4억6825만 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억9890만 배럴 대비 3065만 배럴(6.14%) 줄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1월과 2월 초 원유수입량이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누적 원유수입액은 234억8735만 달러에서 294억5303만 달러로 59억6568만 달러(25.4%) 늘었다. 올해 글로벌 유가 급등으로 더 적은 규모의 원유를 수입했지만 이에 대한 가격을 비싸게 낸 셈이다.

유가가 급등한 것은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가 회복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 국내에서도 석유제품 수요가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국내 석유제품 수요는 7737만 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5월 7871만 배럴 이후 13개월 만에 최고 규모다.

이는 국내 정유사가 예상했던 석유제품 수요 회복세가 다시 나타나는 모습이다. 당초 상당수 정유사는 올해 초 수요 회복 조짐이 나타나 하반기에는 완연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난 5월까지는 국내 코로나19 사태의 영향 탓에 수요가 좀처럼 늘지 않는 모습을 보였으나, 지난달에는 다소 반등에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 석유제품 생산량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5.16% 늘었다. 세부적으로 아스팔트는 77.74%, 항공유는 45.43% 가량 생산량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등유는 29.99%, 윤활유는 16.33% 수준으로 생산량이 줄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최악의 상황을 딛고 천천히 석유제품 수요가 회복되는 모습"이라며 "다만 아직까지는 코로나19 영향을 완전히 떨치지는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탄소중립 위해 없어지는 '기름공장'···국내·외 정유사 시선집중

SK가 사실상 탈정유를 선언했다. 핵심계열사 SK이노베이션을 통해 60여년 동안 그룹의 중추 사업영역이었던 정유 사업을 접고 배터리(2차전지)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SK이노베이션 전체 매출에 비하면 6%에 불과한 배터리 사업에 그야말로 올인하겠다는 선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콘래드 호텔에서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한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 설명회'를 개최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등 전사 경영진이 총출동한 가운데 "회사 성장의 축을 기존 석유·화학 중심에서 배터리 중심으로 전면 이동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유 부문은 SK이노베이션 계열사 SK에너지의 전신인 한국석유공사(유공)이 1962년부터 영위해온 사업이다. 이후 SK가 유공을 인수한 이후 줄곧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를 지켜왔다.

SK이노베이션의 이날 성장의 축 전환 선언은 사실상 SK그룹의 탈정유 선언으로 파악된다. SK이노베이션 전체 매출 중 배터리 부문 비중은 올해 1분기 6%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2019년 1% 수준에 비해서는 크게 늘었지만 아직 전체적으로 볼 때 미미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SK이노베이션은 매출비중이 6% 수준에 불과한 사업을 가장 중심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파이낸셜 스토리 구축 주문에 대한 SK이노베이션의 응답이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시장의 신뢰와 공감을 중심으로 재무성과를 만들어가겠다는 SK그룹의 의지를 담은 표현이다. 결국 SK이노베이션은 지금까지 안정적인 성장동력인 정유 사업을 버리고 배터리 사업으로의 체질 전환을 성공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김 총괄사장은 "2016년 기준 6% 수준이던 SK이노베이션 내 그린자산(Green Asset)을 2025년까지 7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최 회장이 주문한 '탄소중립(넷제로)'의 목표 달성을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최 회장은 지난달 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넷제로는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경쟁력의 문제로서 남들보다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SK그룹 계열사 CEO들은 기후 위기 극복 등을 위해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 시점인 2050년보다 신속하게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공동 결의했다. 아울러 향후 각 계열사별로 넷제로를 위해 구체적인 실천계획 등을 시장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의 탈정유 행보는 넷제로 달성 시점을 앞당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가이드라인 격인 2050년에 앞서 모든 사업부의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이 이 같은 도전에 나서는 것은 정유업 이상으로 유망하다고 평가받는 배터리 사업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파이낸셜 스토리 설명회에서 배터리 수주잔고 1테라와트(100만MW)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향후 배터리 생산능력을 현재 40GWh에서 2030년까지 500GWh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국내 배터리 시장 매출액이 지난해 22조7000억원 수준에서 2030년 166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 예상이 실현된다면 10년 만에 7배 이상 성장한다는 것이다.

SK의 '이유 있는 탈정유' 선언에 대해 국내외 정유사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어제까지의 경쟁자가 돌연 시장 이탈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유업이 미래 친환경 규제에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과거에도 조금씩 정유 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왔지만 앞으로 아예 정유업에서 손을 떼겠다는 것은 매우 의외"라며 "다른 정유사도 친환경 규제에 대한 비슷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SK이노베이션의 행보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콘래드 호텔에서 정유업 탈피를 중심으로한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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