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2020] "룰을 좀 지키세요"...'버블방역 실패' 연속 질문에 짜증낸 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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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7-2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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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개막을 이틀 앞두고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취재진의 질의응답에 짜증을 내 화제가 됐다. 자국의 코로나19 방역 실패와 올림픽 안전 개최 문제에 대해 '연속 질문'을 받던 그는 공식 취재 일정 중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지난 21일 밤 스가 일본 총리가 도쿄 총리관저에서 퇴근하는 길에 일본 총리실 출입 취재진의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밤 10시가 가까운 늦은 시각 퇴근하는 스가 총리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묻어 있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질의응답 전체 영상.
TBS라디오 기자에게 짜증을 내는 모습은 14분 50초부터. [출처=유튜브/TBS]


도쿄올림픽 개막식을 이틀 앞둔 데다 일본 전역의 코로나19 5차 유행세 조짐이 완연해진 만큼, 이날 자리에선 민감한 질문이 오갔다.

다만 도쿄올림픽의 개최 의의를 묻는 첫 번째 질문은 기분 좋게 넘어갔다.

이에 대해 스가 총리는 "전 세계 선수들의 활약을 통해 어린이와 청년들에게 꿈과 감동을 주는 최고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정부 역시 코로나19 감염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대회의 성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이후 자국 코로나19 재유행 상황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스가 총리의 표정은 굳어갔다.

아사히신문 소속 기자와 소속과 성명을 밝히지 않은 한 기자가 연이어 도쿄도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대한 총리의 대응 방침과 도쿄패럴림픽의 유관중 개최 전환 가능성을 물었다.

이에 스가 총리는 "도쿄도와 연계해 제대로 대응하며, 특히 백신 접종에 역점을 두겠다", "패럴림픽의 경우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달라진다면 '유관중'으로 (개최)하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두루뭉술한 짧은 답변을 내놨다.
 

지난 21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질의응답 중 짜증을 내는 모습. [사진=유튜브/TBS]


문제는 일본 민영방송인 TBS라디오 소속 기자가 연이어 일본 정부의 부실 방역 상황에서 (일본) 국민의 생명을 지킨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는지 물어본 질문이었다.

언짢은 기색이 역력해진 스가 총리는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분석해보세요"라면서 통계 수치상에서 현재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일본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일본 도쿄도의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고 있지만, 중증 발병 위험률이 높은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4%도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TBS라디오 소속 기자는 곧바로 '버블방역'(올림픽 관계자들과 일반 시민의 동선을 분리하는 방식의 코로나19 방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말과 실제가 다른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스가 총리가 해당 질문에 당황하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등과 연계해 이를 제대로 지켜주면 좋겠다"라고 말해 버블방역 붕괴의 책임을 IOC에 돌리는 듯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해당 기자는 재차 "(결국엔 말과 실제가) 달랐다는 말이라는 건가요"라고 묻자 곧바로 스가 총리는 기자를 응시하며 손짓까지 동원해 "조금 '룰'(규칙)을 지켜주십시오"라고 반응했다.

이후 반대편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하던 오노 히카리코 내각 홍보관(대변인)을 돌아보면서 "(규칙을 지키라고) 분명하게 말해주세요!"라며 주의를 줬다. 당황한 오노 홍보관은 다급하게 "회사명을 말해달라"고 말했다.

TBS라디오 측은 잠시 멈칫한 후 소속과 이름을 밝힌 후 질문을 마무리했고, 스가 총리는 "나도 (버블방역) 시찰을 철저히 하라고 말은 하곤 있는데, (해당 시설이) IOC 소관에 있으니까 제대로 철저히 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스가 총리는 이내 표정과 목소리를 가다듬었지만, 여전히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일본 정부의 방역 책임을 회피하는 답변을 이어간 것이다.

이와 관련해 도쿄신문은 "스가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회사명을 밝히지 않고 잇따라 질문하려고 한 기자에게 주의를 재촉하는 등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교도통신은 "스가 총리의 취임 이후 총리 관저에는 질의응답 시 회사와 신분을 밝히는 것을 통례로 하고 있다"면서 "스가 총리는 오노 홍보관에게 주의를 재촉하는 등 초조함을 드러낸 것 물론, 취재를 마치고 관저를 나갈 때까지도 오노 홍보관을 질책하는 등 분노가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데일리신초는 "이날 스가 총리가 노기를 보이며 이성을 잃었고, 퇴장하면서는 여성 홍보관을 보기 흉하게 몹시 꾸짖기까지 했다"면서 총리실 기자단 소속의 한 기자의 말을 인용해 "엄밀히 말해서 그 자리에서 규칙 위반 같은 건 없었다"고 비판했다.

기자는 이어 "해당 질의응답은 자유로운 자리이기에 원래 규칙 따윈 없으며 규칙이 있는 것 자체가 위화감을 준다"면서 "스가 총리가 취임한 이후 암묵적으로 규칙이 생겼고, TBS라디오 소속 기자가 참석 경험이 적어 잘 몰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질의응답 후 퇴장하던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화면 밖에 위치한 오노 히카리코 내각 홍보관을 향해 꾸짖는 모습. [사진=유튜브/T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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