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한·일] 계속되는 과거사 갈등...文 대통령 방일 결국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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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1-07-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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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 도쿄올림픽 개막 일주일 전인 16일까지도 '진전 無'

일본 도쿄올림픽 계기 문재인 대통령 방일에 적신호가 켜졌다.

한·일 양국은 도쿄올림픽 개막을 일주일가량 남긴 16일까지도 문 대통령 방일 여부를 결정짓지 못했다.

그간 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간 첫 대면회담 개최를 두고 공방전을 벌여온 양국이 끝내 의견 차를 좁히는 데 난항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양국 정상이 이번 도쿄올림픽 개막식 계기에 직접 대면함으로써 과거사 문제 등을 해결할 단초를 찾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쉽지 않은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한국, '文 방일' 요건으로 '수출규제 성과' 요구

16일 외교가에 따르면 당초 이날 판가름 날 것으로 보였던 문 대통령 방일은 아직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정상회담 개최에 적극적이었던 한국 정부는 최근 일본 측에 대한(對韓) 수출규제 문제 등에서 성과가 없을 경우 문 대통령이 방문하기 힘들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 정부는 이번 회담 성과로 수출규제 문제 해결뿐 아니라 양국 과거사 갈등 해법 도출과 후쿠시마(福島)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 협의도 내걸었다. 그러나 막판 협의 과정에서 이런 기대치를 확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 등 탓이다.

일본 측은 정상 간 만남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한국 정부 제안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양국 간 깊은 감정의 골이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일회적 만남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양국이 각각 내년 대선과 올림픽 직후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은 더욱 부정적이다. 한국에서는 정권 교체가 거론되고 일본에서도 스가 총리의 연임이 불투명한 상황인 까닭이다.

스가 총리로서는 올림픽 직후 총선이라는 심판대에 오를 예정인 만큼 문 대통령과의 회담 개최에 더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일본 국내적으로 혐한 감정이 극에 달한 가운데 한국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그렇지 않아도 저조한 지지율이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충북 청주시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제2공장에서 열린 K-배터리 발전전략 보고 'K-배터리, 세계를 차지(charge)하다'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문 대통령으로서는 내년 정권 이양에 앞서 한·일 관계를 조금이라도 회복시켜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는 상황이다. 스가 총리와의 처음이자 마지막일 가능성이 높은 대면회담을 어떻게든 성사시켜 내년 5월 출범할 차기 정부의 대일(對日) 외교 부담감을 줄여줄 의무가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부터 악화해온 한·일 관계는 지난 2018년 한국 대법원의 징용 피해 배상 판결 이후 1965년 국교 정상화 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와중에 일본이 문 대통령 답방 의사에 소극적으로 반응하는 데 더해 한국 측과의 실무 협의 내용을 언론에 거듭 흘리면서 한국도 크게 반발, 문 대통령 방일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 모습이다.

앞서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11일 언론에 일본과의 정상회담 개최 논의 사실을 알리며 "양국 외교 당국 간 협의 내용이 최근 일본 정부 당국자 등을 인용해 일본의 입장과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언론에 유출되고 있는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질타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과 교도(共同)통신 등이 일본 당국자를 인용해 한·일 정상회담 관련 논의 내용을 보도한 것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한국 정부는 당초 문 대통령 방일에 적극적이었던 분위기와 달리 한층 신중한 기류로 돌아선 듯하다.
 

지난 14일 일본을 방문한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가운데)이 15일 도쿄 데이코쿠(帝國)호텔에서 한국 특파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혜숙 여성위원장, 김 회장, 김석기 간사장. [사진=연합뉴스]

◆"성과 있어야" vs "우선 만나"...한·일 의원 시각차도 뚜렷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둘러싼 양국의 시각차는 양국 의원들 간에도 나타났다.

최근 방일한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은 지난 14일 오후 에토 세이시로(衛藤征士郞) 회장대행,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간사장 등 일·한의원연맹 측과 1시간 30분가량 합동 간사회의를 열고 문 대통령 방일 관련 의견을 교환했다.

이후 김 회장은 한국 특파원단과 만나 "한·일 간에 어려운 현안이 있지만 문 대통령이 꼭 일본을 방문해 양국 관계가 조금이라도 개선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또 에토 회장대행 등 일본 의원들이 "(올림픽 개회식에) 전 세계에서 여러 나라 정상이 한꺼번에 오기 때문에 문 대통령에게 외교적, 의전적으로 배려하더라도 많은 시간을 주기 어렵겠지만 (일본 측이) 최대한 배려해서 모시고, 또 정상회담이 이뤄져 한·일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일본 언론에 보도되듯이 (회담을) 15분을 할 것이냐, 30분을 할 것이냐, 의전을 어떻게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양국 간 현안에서 너무나 어려운 게 많고, 이런 문제를 개선하는 데 최소한의 성과가 마련된다는 전제로 두 정상이 만나는 게 한·일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또 한국 측에서 양국 정상이 의전적으로만 만나 '세이 헬로(안녕)'만 한다면 양 국민 실망만 더 커지고 양국 관계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한편 김 회장은 자민당 이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과도 만났는데, 니카이 간사장은 김 회장에게 "일본 의원들은 성과를 따지지 말고 문 대통령이 와줬으면 좋겠다는 것에 방점이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방일을 통한 한·일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두고 양국 의원연맹 회장단 간에도 의견 차이가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다만 양측은 어떤 경우에도 양국 관계가 더욱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며 할 수 있는 것부터 협력하고 자주 만나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양국에서 각각 반일·혐한 감정이 격화한 상황에서 양국 정치권이 공격적인 언사 등으로 양국 관계 악화를 더욱 부추긴 측면도 없지 않다며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도쿄올림픽 개막 1주일을 앞둔 16일 도쿄 관저에서 올림픽 추진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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