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길 열리는 VC...“벤처투자 공식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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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1-07-14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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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자 실적 부족한 초기 VC, 기보 보증 대출 도입

  • 벤처투자조합 설립 SPC, 내년부턴 출자금 3배 레버리지

  • VC업계...“투자자금 확보, 스케일업 가능해질 것” 기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1' 혁신상 수상자 및 미국 포브스지 선정 '2021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인 청년 스타트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2벤처 붐’ 분위기를 타는 벤처캐피탈(VC)의 투자 공식이 바뀌고 있다. 모태펀드·성장금융펀드 등 정책자금과 민간 유동성공급자(LP) 출자에 의존했던 자금 조달 방법이 보증기관을 통한 대출과 특수목적회사(SPC) 레버리지 전략 등으로 다변화하는 조짐을 보인다. 정부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펀드 규모를 늘려 스케일업과 대규모 지분거래를 유도하는 한편, 투자 실적이 부족해 민간 LP로부터 외면받는 초기 투자사의 유동성 문제를 해소함으로써 지속가능한 VC 업계 성장을 도모한다는 목표다.

현재 벤처투자조합이 직접 대출을 받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차입투자’는 법적인 근거가 따로 없다. 시장성이나 실적이 검증되지 않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부동산·주식 투자와 달리 상당한 리스크를 동반하기 때문에 대출 활용이 어려웠다. 스타트업 투자가 핵심인 VC 또한 차입투자는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

이런 시각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스케일업해야 한다는 정책 목표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한국 유니콘 기업의 등장, 국내 VC 업계의 질적 성장 등을 계기로 전환했다. 포트폴리오가 분산된 스타트업 투자는 우려만큼 위험하지 않고, 수익률 또한 다른 투자처와 비교해 낮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다.
 
초기 VC에 직접 대출...“굉장히 이례적 지원책”
올해는 초기 VC가 직접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부터 시작된다. 기술보증기금(기보)이 중심이 되는 ‘VC 벤처펀드 특별보증’으로, 참여 투자사 신청을 이달부터 받는다.

‘VC 벤처펀드 특별보증’은 투자 실적이 부족하거나 운용 펀드 규모가 작은 초기 VC를 지원할 목표로 만들어졌다. 한국벤처투자가 선정한 모태자펀드 운용사가 민간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유동성이 부족하면 기보가 보증을 서고, 펀드당 30억원 이내에서 출자 예정 금액의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단순 계산 시 펀드당 최대 지원금액은 24억원이다. 보증비율은 100%, 고정보증료율 1%를 적용한다.

예를 들어, 모태자펀드 운용사(GP)로 선정된 A사가 1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모태펀드가 50억원을 출자했다고 가정해보자. 모태펀드 출자금을 제외한 나머지 50억원은 A사 자체 출자금과 민간 LP를 통해 조달해야 한다. 민간 LP가 20억원을 투자하면 A사는 30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초기 VC는 운용자금을 구하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개의 펀드를 운용할 경우 일시적인 자금 유동성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이때 ‘VC 벤처펀드 특별보증’을 이용하면 출자 예정액 30억원의 80%인 24억원을 보증 대출 받게 된다.

기보 관계자는 “보통 VC가 펀드 하나를 결성하려면 의무출자액 20억~30억원이 필요하다. 펀드자금을 회수하려면 7~8년이 걸리는데, 여러 개 펀드를 동시에 운용하면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VC 벤처펀드 특별보증’은 이런 유동성 불일치를 지원해주는 제도”라며 “(모태펀드 운용사인) 한국벤처투자에서 일차적으로 검증한 VC를 기술보증기금이 한 번 더 평가해 보증대상을 선정하므로 (부실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보증 규모도 대형 투자사보다는 유한회사(LLC)형이나 초기 VC가 활용하기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모태자펀드를 운용 중인 한 VC 대표는 “예전에는 펀드 출자를 대기업에서 많이 받았는데, 최근 들어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운영이 활발해지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측면이 있었다”며 “이 제도는 초기 VC를 위한 특별 대출이다. 지원 대상을 모태자펀드 운용사에 한정한다는 점에서 일부 불만도 있지만, VC에 대출해주는 굉장히 이례적인 정책이면서 모태자펀드 운용사에는 무조건적으로 도움이 되는 제도다”라고 평가했다.
 

기보가 보증을 제공하는 'VC 벤처펀드 특별보증'과 'VC 투자매칭 특별보증' 비교. [자료=기술보증기금] 

자본금 3배 레버리지...벤처펀드 ‘판’ 키운다
벤처펀드가 SPC를 설립해 출자금의 최대 3배까지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투자조합도 자금차입이 가능한 투자목적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벤처투자법 개정안에 담아 국회에 제출했다. 당초 지난해 말 벤처투자법 시행령 및 고시를 통해 SPC 결성 요건을 설정하고, 투자형 기보 보증 프로그램을 시행하려고 했으나 법제처에서 명확한 위임 근거를 요구해 법 개정 절차를 밟고 있다. 계획보다는 늦어졌지만, 내년 상반기 중에는 벤처투자법 개정과 함께 SPC의 차입투자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벤처투자법 개정의 의미는 벤처펀드의 SPC 설립을 통한 레버리지 투자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는 데 있다. SPC 설립을 통한 자금 조달은 규모가 큰 일반 프로젝트파이낸싱(PE)이나 대규모 인수합병(M&A) 거래에서 일반적인 방법이지만, VC업계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스타트업계가 성장하면서 기업가치가 빠르게 올라가고, 스케일업 펀드 조성·M&A 활성화 등 투자 환경이 바뀌면서 벤처펀드의 규모 확장이 필요해졌다. 이제 ‘레버리지 투자’는 VC 업계의 또 다른 흐름으로 파생되고 있다. 
 

기술보증기금 보증을 통한 SPC 대출 구조. 기보를 통한 SPC 대출의 경우, 보증 한도가 50억원으로 정해져 있지만, 다른 보증기관을 활용하면 한도가 달라진다. 보증 없이 대출을 진행할 수도 있다. 벤처투자법에는 '출자금의 300%' 조건 이외에 별도 대출 한도를 설정하지 않았다. [자료=기보 제공]
 

SPC 차입 규모는 자본금의 300% 수준으로 설정될 예정이다. 기보에서 운영하는 ‘VC 투자매칭 특별보증’은 최대 50억원까지 보증해주지만, 그 외의 경우는 대출 한도를 별도로 정해놓지 않았다. SPC의 의무투자비율 등은 고시를 통해 별도로 정할 예정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사모투자펀드(PEF)는 자본시장법상 SPC 설립이 가능하지만, 벤처투자조합은 대출을 받아 투자하지 못하는 구조였다. 이에 벤처투자조합도 SPC를 통한 차입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벤처투자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며 “현재는 출자금의 300%까지 대출을 할 수 있게 했다. (SPC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해지면) 스타트업의 후속투자가 용이해지고, 스케일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PC 설립에 따른 펀드 관리감독과 부실운용 문제는 규제 개선과 함께 해결해야 할 숙제다. VC업계 관계자는 "SPC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해지면 투자 규모가 커지고, 스케일업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면서도 "모태자펀드의 경우, 모태펀드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관계를 형성해왔지만, 벤처펀드 밑에 SPC를 하나 더 만들면 관리 주체에 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레버리지를 통해 운용 규모가 커지는 만큼 펀드 부실 등 관리감독 문제는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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