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주가 뽑은 별별 명장면] '미드나이트' 간절했던 경미의 애원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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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1-07-1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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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이트' 경미 역을 맡은 배우 진기주[사진=CJ ENM 제공]

*다음 기사는 영화의 결말·줄거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배우가 기억하는 작품 속 최고의 명장면은 무엇일까? 그들이 직접 고른 장면을 씹고, 뜯고, 맛본다. <별별 명장면>은 배우가 기억하는 영화 속 한 장면과 그 안에 담긴 의미, 영화에 얽힌 일화 등을 이야기하는 꼭지다. 이번 주인공은 영화 '미드나이트' 진기주다.

영화 '미드나이트'(감독 권오승)는 한밤중 살인을 목격한 청각장애인 '경미(진기주 분)'가 두 얼굴을 가진 연쇄살인마 '도식(위하준 분)'의 새로운 표적이 되며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극 중 진기주는 청각장애인 경미 역을 맡았다. 수어 상담사로 일하는 경미는 우연히 살인 현장을 목격하고 연쇄 살인마 도식의 표적이 된다. 경미는 들리지 않고, 말할 수 없는 상황 속 연쇄 살인마 도식과 치열한 추격을 벌인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번화가 한복판에서 도식에게 붙잡히는 장면이에요. 죽음을 직감한 경미는 도식에게 애원하기 시작하죠. 제게도, 경미에게도 중요한 장면이었어요."

진기주가 언급한 장면은 영화 말미 등장한다. 경미는 추격 끝에 가까스로 도식에게서 달아나고 복잡한 번화가에 몸을 숨긴다. 그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이때 도식은 경미가 자신의 여동생이며 정신이 온전치 않다고 주장, 그를 다시 암흑 속으로 끌고 가려 한다. 누구에게도 도움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경미는 무릎을 꿇고 도식에게 애원하기 시작한다. 수어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경미는 사력을 다해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소리를 낸다.

"경미가 농인이라는 설정을 과도하게 이용하지 않으려 했어요. 표현에 굉장히 조심스러웠죠. 수어 학원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어요."

진기주는 해당 장면을 위해 수어 학원 선생님들에게 '대사를 직접 읽어달라'라고 부탁했다.

"흔쾌히 해주시는 분도 계셨지만 오랜 시간 망설이다가 용기 내주신 분도 계세요. 제겐 정말 감사하고 소중한 자료죠. 제게도, 경미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라서 오래 준비했고 많이 노력했어요. 거울을 보며 혀 위치, 입술 모양까지 익히면서 경미만의 발음을 만들기 시작했죠."

'미드나이트' 속 한 장면[사진=CJ E&M 제공]

권오승 감독은 진기주가 준비한 녹음 파일을 듣고 감탄했다. 권 감독은 해당 장면을 온전히 진기주에게 맡기기로 했다고.

"감독님께 '말하는 게 익숙해지면 안 되니까 예행연습도 하지 않겠다'라고 했어요. 구어는 교육을 통해 익힐 수는 있겠지만, 일상에서는 자주 쓰이지 않을 거로 생각했거든요."

진기주는 경미의 전사까지 마련했다. 그는 경미는 교육을 통해 구어를 익혔지만, 학교 혹은 직장 생활을 하며 청인들이 알아듣지 못하자 점차 음성을 쓰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구어를 많이 연습해서 능숙해지게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감은 잡았으니까 촬영이 시작됐을 때 바로 표현하고 싶었죠. '날 것으로 (연기) 하고 싶다'라고 하니 감독님께서 흔쾌히 허락해 주셨어요."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진기주의 수어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경미라는 인물을 들여다보고 연구하며 그의 수어에도 '성격'과 '말투'를 묻어나게 했고, 일상 언어처럼 쓰이게 했다.

"정말 열심히 외웠어요. 대본에 있는 건 지금도 할 줄 알아요. 다만 수어 중에도 모르는 단어가 훨씬 많아서요. 알고 있는 단어로 대체해서 말하는 정도예요. 영어 같은 거죠."

한편 '미드나이트'는 지난 6월 30일 CJ ENM의 자사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과 극장에서 동시 개봉됐다. 단편 '36.5℃'로 2011년 제9회 서울 국제사랑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권오승 감독과 '리틀 포레스트' '오! 삼광 빌라' 진기주와 '곤지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위하준이 뭉쳤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 전산망 13일 기준 누적 관객 수는 10만541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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