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두 얼굴의 이모님…베이비시터가 불안한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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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1-07-1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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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후 80일 된 아기 업고 담배 피우는 베이비시터 사진 공개에 맘 카페 발칵

  • 빈집서 도둑질까지…베이비시터 고용 앞둔 부모들에게 필수가 된 CCTV

  • 하루 4시간 5일이면 자격증 취득…검증 부실한 베이비시터 자격증 지적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믿고 아기를 맡겨야 할 베이비시터(육아도우미)에 대한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가정집에서 베이비시터가 몰래 물건을 훔치는가 하면, 생후 80일 된 아기를 업은 상태로 흡연하는 사실이 발각되면서다. 베이비시터로 일하기 위해선 자격증이 필요하지만, 발급 기준이 낮아 이들의 전문성을 입증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경기도 지역 맘 카페에는 베이비시터로 일하는 60대 여성이 생후 80일 된 아기를 업은 채로 흡연하는 사진이 올라와 발칵 뒤집혔다. 글쓴이 A씨는 "평소 베이비시터가 아기와 함께 외출한 뒤 돌아오면 섬유유연제 냄새와 담배 냄새가 섞여 나는 것 같아 의심했지만, '설마 그러겠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건 당일 잠시 나갔다가 깜빡 두고 온 마스크를 챙기러 집에 들어가니 포대기에 아기를 업은 채로 베란다 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며 베이비시터가 흡연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첨부했다. 외출 전 A씨가 촬영으로 설정해둔 스마트폰 동영상 속에 고스란히 담긴 장면이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이 글을 본 지역 맘카페와 육아 커뮤니티 회원들은 베이비시터의 자질을 문제 삼았다. 아기에게 담배 연기는 급성 호흡기질환이나 폐 기능 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현저히 크기 때문이다. 경기도 용인 지역의 한 맘카페 회원은 "베이비시터는 당연히 비흡연자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아기를 업은 상태로 흡연을 한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다른 회원은 "담배를 참지 못할 정도라면 베이비시터 일을 그만둬야 한다. 최근 들은 이야기 중 가장 기가 막힌다"고 비판했다.

A씨는 문제를 일으킨 베이비시터가 10년 경력자라는 점에서 웃돈까지 주고 고용했지만, 이런 일이 발생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해당 베이비시터를 아동복지법상 신체적 학대 혐의로 조사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일제히 휴원에 들어가면서 베이비시터를 찾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믿고 맡긴 베이비시터에게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부모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베이비시터로 일하던 50대 여성이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명품, 의류 등 금품을 훔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논현경찰서에 따르면 이 여성은 집주인이 없는 사이에 고가 의류와 지갑, 생활용품을 비롯해 500원짜리 동전까지 훔친 뒤 해당 아파트 현관문 앞 양수기 함에 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피해자 측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월급 400만원에 들어온 베이비시터가 집안 곳곳을 뒤지며 물품을 수색하고 챙겼다. 식구들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데 베이비시터는 2주 동안 일한 월급을 입금하라고 한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글을 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베이비시터를 고용하기로 한 부모들에게 CCTV는 필수가 됐다. 회원 수 300만명이 넘는 한 육아 커뮤니티에는 "베이비시터 오실 때 CCTV 추천"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회원은 "최근 베이비시터와 관련해 안 좋은 뉴스가 자주 올라와 염려된다. 백일 된 아기를 맡기면서 CCTV를 설치하려고 한다. 좋은 제품을 추천해달라"고 썼다. 다른 회원도 "지금까지 CCTV 설치를 고려해본 적은 없지만 흉흉한 일들이 일어나는 걸 보니 아기방이나 거실에는 CCTV를 설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동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기를 베이비시터에게 맡긴 뒤에도 불안해하는 부모들이 많아지자 베이비시터 자격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비시터는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지만, 자격증 문턱은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한 자격개발원은 교육비 8만원(검정료 별도)을 내고 하루 4시간씩 5일간 교육을 들으면 베이비시터 자격증을 발급해준다. 다른 교육개발원은 30분 분량의 강의 영상 30개를 들으면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이마저도 강의를 빨리감기하면 하루 만에 가능하다. 지나치게 허술하다 보니 사실상 무자격자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여성가족부(여가부)는 베이비시터에 대한 국가 자격증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여가부는 '2021년 업무계획'에서 육아전문관리사(가칭) 자격증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민간 베이비시터 알선업체들은 자체 기준에 따라 사람을 뽑고 있지만, 베이비시터 국가 자격증 제도가 시행되면 자격증을 갖춘 베이비시터에 수요가 쏠릴 것으로 여가부는 내다보고 있다. 결국 민간업체들도 자격증을 소유한 베이비시터를 고용할 것이고 공공과 민간 영역에서 동시에 베이비시터들의 전문성을 높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여가부 측은 평가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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