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슈 추적-공무원 갑질] 공무원 ‘꿈’ 좇아 주 52시간 넘게 일했지만…돌아온건 정직원의 ‘따돌림·폭언·편취’

김면수·태기원 기자입력 : 2021-07-13 06:01

서울관악지청 산하 서울관악고용복지센터 전경

“고용노동부에 취업하기 위해서 2년 넘게 한 노력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모두 물거품이 됐고, 인생의 목표를 잃고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받으며 절망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더 이상 공무원시험 준비를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노동자 인권에 앞장서야 할 고용노동부가 이 정도인데 다른 조직은 어떠할까요?”

A씨는 고용노동부 서울관악지청 산하 서울관악고용복지센터에서 6개월여간 무급 자원봉사자와 단기 계약직으로 근무하며 겪었던 악몽 같은 일들을 떠올리며 이같이 호소했다. A씨는 현재 당시 충격으로 불안증세와 함께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스트레스로 인한 위염, 위·식도 역류, 과민대장증후군으로 매일 통원 치료도 받고 있다.

A씨는 1980년생으로 늦깎이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다.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다 보다 안정적 미래를 위해 멈췄던 꿈을 다시 꿨다. 고용노동부 서울관악지청에 문을 두드린 것도 ‘고용노동부 상담직렬 9급’이라는 꿈 때문이었다. 관악지청에서 미래 직장에 대한 경험을 쌓고 향후 공무원 면접이나 무기계약직 입사 전형에서 이 경험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A씨는 입사 후 의욕을 가지고 성실히 일했다. 오전 7시 30분에 출근해 밤 9~10시까지 지속되는 과도한 업무로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상황도 비일비재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동료들은 “A씨는 평소 마음이 여리고 착한 성품으로 계약직임에 불구하고 공무원 3명이 할 정도의 힘든 일을 혼자서 다 할 정도로 열의가 있었다”고 평했다. 관악지청 고용복지센터는 지난 4월 A씨의 업무태도와 능력을 높게 봐 5월 말로 종료 예정이었던 계약 기간을 올 연말까지 연장했다.

하지만 문제는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일어났다.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상급자들로부터 지속적인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집단 따돌림이었다.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전임상담원 B씨와 C씨, 8급 공무원 D씨 등 상급자 3인은 A씨를 별다른 이유 없이 왕따시켰고 폭언, 무시를 하거나 다른 동료들에게 A씨에 대한 헛소문을 퍼뜨렸다.

A씨에 따르면 상급자인 C씨와 D씨로부터 “글씨체가 참 이상하네. 그 나이 먹도록 글씨 연습도 안 했어”라는 인격 모독 발언을 들었다. 다음날에는 “오늘은 글씨 연습 좀 했어? 초등학생도 그렇게는 글씨 안 쓰겠다”라는 말을 듣고 여린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른 전임상담원인 B씨 역시 “A씨는 말귀를 정말 못 알아듣는다. 지능이 낮은 거 같다” 등의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소문을 다른 동료로부터 전해들었다.

B씨는 또 의류 행사장 매대에서 5000원에 판매하는 내복 같은 티셔츠를 하나 사주고는 “왜 옷을 안 입어? 사준 사람 성의를 무시하는 거야? 매일 입고 와서 나한테 검사받으라고”라며 강요했다. A씨가 괴롭힘에 못 이겨 그 옷을 입고 출근했더니 “옷은 이쁜데, 입은 거 보니 별로네. 역시 입은 사람이 문제인가? 뭐가 문제지 정말 이상하네”라며 조롱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당시 강한 수치심을 느꼈다고도 호소했다.
 

피해자 A씨가 본인이 겪었던 직장내 괴롭힘에 대해 외부신고기관인 케이휘슬에 진정을 넣은 내용 일부.

A씨는 일부 직원이 업무와 무관한 사적 심부름을 시키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B씨의 경우 본인이 입을 옷을 대리 구매시키는가 하면 주말에 카톡으로 관광지를 검색해 달라는, 업무와 무관한 지시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B씨는 A씨가 입고 있던 7만원 상당의 옷을 한번 입어 봐도 되냐며 강제로 빼앗아 입고 “이건 내가 더 잘 어울리네”라며 옷을 돌려주지 않았다. 올 1월부터 3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보온성 기능양말 2세트, 코트, 보정용 속옷 2세트 등 10만원 상당의 의류를 대리 구매해줬지만 현재까지 물건값을 받지 못했다.

A씨는 집단 괴롭힘과 과도한 업무량으로 점점 건강 상태가 악화됐다. 처음에는 스트레스성 위염이 나타났는데 위궤양으로 증상이 악화됐다. A씨는 참다 못해 6급 공무원인 직속 팀장 E씨에게 보직 변경을 꾸준히 요청했다.

하지만 E씨는 “보직 변경이 절대 불가능하다”며 “당신이 그 업무 못하면 계약직 많으니까 알아서 판단하라”는 핀잔을 들었고, A씨는 절망한 나머지 사직서를 제출했다.

A씨는 “고용노동부가 자신의 조직에서 일어난 직장 내 괴롭힘도 쉬쉬하며 처리하지 않으면서 일반 근로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겠다고 앞장서는 모습이 너무도 모순된다”며 “고용노동부가 자신의 사건을 어떻게 매조지 하는지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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