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미국 집값이 미쳤다고들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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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자본시장부 부장
입력 2021-07-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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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GFM투자연구소장]

미국의 4월 주택 가격이 작년 동월 대비 14.59% 상승했다고 한다. 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전국 기준)에 따른 계산이다. 얼핏 제목으로만 보기에도 수 차례나 미국 집값이 미쳤다는 내용의 기사가 많았던 것 같아서 구글에 ‘미친 미국 집값’이라고 검색해 보니 아닌 게 아니라 몇 달 전부터 비슷한 유형의 기사들이 즐비하다. △미국 ‘미친 집값’에 우는 밀레니얼 세대(4월 5일), △미국 집값이 미쳤다··· 3월 가격 상승폭 22년 만에 최대(4월 23일), △미친듯이 치솟는 미국 집값··· 악취 나는 흉가도 7억원에 팔렸다(6월 20일), △미국도 ‘미친 집값’··· 4월 주택가격 14.6%↑, 34년 만에 최대폭(6월 30일) 등등···.

미국 집값이 말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아마도 이런 기사들을 보고 “왜 나만 갖고 그래”라며 한탄할 것이라 단언한다. 2021년 상반기를 마무리하면서 이 세상에 차고 넘치는 유동성을 담고 있는 ‘그릇’들의 반 년 동안 상승률을 한 번 살펴보았다. 베트남 증시는 27.6% 올랐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6개월 동안의 상승률이다. 미국 나스닥이 12.5% 오르고, 우리나라 코스피도 14.7% 올랐다. 미국의 극장 체인 AMC의 주가는 작년 말 2달러 12센트에 불과하던 것이 72달러로 올라섰다가 6월 말에는 56.68달러로 마감했다. 고점 대비 22% 밀려나기는 했지만 반년 만에 AMC 주식 수익률은 2574%다. 25배 넘게 올랐다는 의미다. 국내 증시에서는 카카오가 109%, HMM은 215%의 급등세를 보였다. 그렇다고 아무것이나 붙들고 있었다고 다 오른 것은 아니기에 시장은 늘 어렵다. 개인투자자들이 집중 매수에 나섰던 삼성전자는 반년 등락 끝에 작년 말보다 300원 낮은 가격에 반기말을 마감했고(-0.4%), 바이오 업종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셀트리온의 경우에는 반년 성적표가 -25%에 달한다.

유동성을 담고 있는 그릇들을 몇 가지 더 살펴보면, 원자재 시장에서는 유가가 50% 올랐고, 비철금속의 대표주자인 구리 값은 20%, 곡물의 대표주자인 옥수수 선물 가격은 43% 넘게 뛰어올랐다. 비트코인은 작년 말 대비로는 24% 올랐고, 고점 대비로는 44% 급락한 상태다(2만9938달러 → 6만4829달러 →3만5063달러). 조금 더 자극적인 경우도 있다. 작년 말 0.47센트에 불과했던 도지코인은 74센트에 육박했다가 0.25425달러로 마쳤으니 고점 대비로는 64% 정도 폭락한 상태지만 반 년 만에 5400% 넘는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이 와중에 미국 집값이 6개월도 아닌 1년 전에 비해 14% 남짓 올랐다고 ‘미친 집값’이라고 성토 일변도라면 집값이 억울할 판이다. 주택은 그나마 실체가 있고 실제로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곳이기라도 하지만, 앞서 언급된 ‘넘치는 유동성을 담아두는 그릇’들 가운데에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어느 날 갑자기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들도 없지 않다. 아, 그러고 보니 미친 정도로만 따지자면 미국 집값이 ‘족탈불급(足脫不及)’이라고 인정할 만한 서울의 집값도 당당히 명함을 내밀 만하다.

이처럼 세상이 미쳐 돌아가게 만든 자들은 누구인가? 함께 미쳐 주식이다, 코인이다 하며 그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아부었던 자들은 그럼 모두 다 큰 수익을 내고 부자가 되었는가? 투자라고 나섰다가 손실을 입었을 경우의 쓰라림은 충분히 짐작되지만, 어느 정도 수익을 낸 경우라고 해서 만족감과 행복감을 충분히 누리고 있는지는 궁금하다. 나는 여윳돈 굴려 반년 만에 ‘겨우’ 20% 수익밖에 못 냈는데(지금은 은행에 1년 예치하면 그야말로 ‘겨우’ 1% 정도 받는 시절이다), 내가 아는 누구는 빚 내고 레버리지 기법까지 동원하여 ‘따블’을 먹었다는데···.

표(票)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이나 국민 세금으로 고액 연봉에 은퇴 후 연금도 두둑하게 보장된 정책 입안자들이나 ‘미쳐 가는’ 집값이나 그 외의 미친 자산가격들에 대한 해결책을 진정 몰라서 세상은 늘 이렇게 시행착오만 거듭해 나가는 것일까? 청년들은 자신의 능력으로는 결혼하여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과 함께 지낼 집 한 채 구입할 견적이 도저히 안 나오는 세상에 좌절하면서 ‘논리도 배경도 없이’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코인 시세를 시도 때도 없이 들여다보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어느새 한 해의 반을 지난 시점에 미친 집값 운운하는 기사에 울컥하여 이런 하나마나한 얘기로 귀한 지면을 채운다. 연준도, 한국은행도 말을 꺼냈으면 ‘테이퍼링(자산매입 규모를 줄여 나가는 것)’이든 금리인상이든 잘 준비하고 시행하여 미친 세상을 조금이나마 정상으로 돌려 놓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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