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야기] '안전의 대명사' 볼보, 사람을 먼저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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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경 기자
입력 2021-07-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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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사람이 운전한다. 볼보에서 제작하는 모든 것은 안전이라는 지상과제를 기본으로 만들어지고 있고, 이는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볼보의 창립자인 구스타프 라르손과 아서 가브리엘슨은 이같은 신념으로 자동차 제작에 있어 최고 가치를 안전에 뒀다. 이들의 다짐은 9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며 볼보를 '안전의 대명사'로 만들었다.

'튼튼한 차'에 대한 욕심은 생뚱맞게도 가재에서 시작됐다. 스웨덴 베어링 회사 SKF에 함께 근무했던 두 사람은 한 식당에서 바닷가재가 땅에 떨어진 뒤에도 멀쩡한 모습을 보게 된다. 사업을 구상하던 두 사람은 스웨덴의 길고 혹독한 겨울에도 버틸 수 있는 "가재처럼 튼튼한 차를 만들자"고 의견을 모으게 된다. 당시 스웨덴에는 1만5000대가량의 자동차가 수입됐지만 대부분 미국산이었다.
 
2년 뒤 첫 모델을 개발한 두 사람은 몸담았던 SKF에 투자를 요청한다. SKF의 투자금 지원으로 공장을 설립할 수 있게 된 두 사람은 당시 SKF가 미국 볼베어링 시장 개척을 위해 진행했던 프로젝트명 '볼보'를 자동차 회사 이름으로 낙점한다. 라틴어로 '나는 구른다'라는 의미다.

1927년 볼보 최초의 자동차 '야곱(OV4)'이 스웨덴 서해안 고센버그 공장의 문을 나서게 된다. 4기통 엔진을 탑재한 오픈카 모델이었다. 첫 번째 모델은 비싼 가격 탓에 280여대 판매에 그쳤지만, 이후 출시한 PV50 모델을 비롯한 후속작들이 흥행하면서 볼보는 소형트럭, 상용모델 시장까지 진출하게 된다.
 

1927년 4월 14일 아침 최초의 볼보자동차가 스웨덴 서해안에 위치한 예테보리 공장 문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볼보 제공]
 

볼보를 '스웨덴 국민차'로 만든 모델은 1944년 출시한 'PV444'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유럽 대부분 국가의 형편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서민차' 모델을 내놓은 볼보의 전략은 적중했다. PV444는 단종된 1958년까지 10만대 이상 판매되며 '리틀 볼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PV444는 볼보가 미국에 처음 수출한 모델이기도 하다. 스웨덴에서 미국차를 대체하겠다던 볼보는 1955년 미국 수출을 시작하게 된다. 당시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미국에 수출하겠다는 볼보에게 일각에서는 "사막에서 모래를 파는 격"이라고 비웃었지만, 단숨에 인기 모델이 되며 2년 뒤에는 캘리포니아에서 2번째로 수입을 많이 하는 브랜드가 됐다.

볼보를 안전의 대명사로 세계에 각인시킨 모델은 1959년 출시한 PV544이다. 볼보의 엔지니어인 닐스 볼린이 디자인한 3점식 안전벨트가 첫 적용된 모델이다. 볼보는 이 디자인의 특허를 포기해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며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
 

3점식 안전벨트를 개발한 닐스 볼린. [사진=볼보 제공]
 

이후에도 안전을 위한 볼보의 노력은 계속됐다. 1987년에는 에어백을 차량에 도입하고, 1994년에는 사이드 에어백을 선보였다. 앞좌석 등받이 가장자리에 있는 에어백으로 충돌시 운전자의 가슴 쪽의 부상을 줄여준다. 자동차 안전 역사상 가장 큰 발전으로 꼽히는 기술이다. 1998년에는 세계 최초로 전복 시 운전자와 탑승자 머리를 보호하는 커튼형 에어백을 선보이기도 했다.

2004년에는 사각지대 경고시스템(BLIS), 2012년 보행자 에어백 등으로 발전한 볼보의 안전 기술은 2008년 '시티 세이프티' 기술로 완성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볼보가 최초로 개발한 이 기술은 충돌 위험이 있을 경우 자동으로 차량을 멈춰준다.

상용차와 승용차를 아우르던 볼보는 1999년 승용차 부문을 포드에 매각하면서 볼보트럭과는 다른 길을 가게 된다. 이후 볼보 승용차는 2010년 중국 기업 지리 자동차에 인수됐지만, 분리된 기업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볼보는 승용차는 세단 S시리즈, 웨건 V시리즈, 스포츠유틸리타차량(SUV) XC시리즈로 등의 라인업으로 소비자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한 볼보의 '미래기술' 전략 
지난 90여년간 사람의 안전에 집중하던 볼보는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안전의 범위를 전지구로 확대한다.

그 중심에는 전동화가 있다. 볼보는 글로벌 포트폴리오에 있어 내연기관의 비중을 점차 축소해 2030년 완전한 전동화를 이룬다는 목표다.

볼보는 지난해 첫 번째 순수 전기차 'XC40 리차지'를 글로벌 시장에 출시했다. 지난 3월에는 두 번째 순수전기차이자 전기차 전용 모델 'C40 리차지'를 공개했다. 여기에 앞으로 또 다른 순수 전기차들을 순차적으로 출시해 2025년까지 글로벌 판매의 50%를 전기차, 나머지를 하이브리드로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볼보 순수전기차 'XC40 리차지'. [사진=볼보 제공]
 

하칸 사무엘손 볼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0일 스웨덴 고텐버그에서 열린 '테크 모멘트'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프리미엄 순수 전기차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94년 역사상 가장 최고의 자동차를 만드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지금은 이러한 발전에 있어 흥미로운 시기로 원활한 연결성, 업계 최고 수준의 안전표준, 그리고 수준 높은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순수 전기차에 대한 고객 요구를 만족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볼보는 완전한 전기차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스웨덴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와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나선다. 현재 시장에 공급되고 있는 배터리 셀보다 50% 이상 에너지 밀도를 높인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향후 10년 이내에는 1000㎞의 실제 주행거리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탄소배출을 0으로 하는 '탄소중립'에도 속도를 낸다. 볼보와 노스볼트는 100% 신재생 에너지로 배터리 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다른 배터리 공급업체들과도 2025년까지 이를 이룬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도 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다양한 방안도 모색 중이다.

특히 차세대 전기차는 잔여 전력을 전력망으로 재공급할 수 있도록 양방향 충전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기 생산 비용과 탄소 배출량이 일일 최고치에 도달하면 전력망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반대의 경우 충전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차량의 안전에 대해서도 새로운 기준을 설정했다. 볼보는 더욱 안전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고객의 자동차로부터 실시간 데이터를 전송받아 분석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의 루미나와 협력해 고객 자동차로부터 실시간 데이터를 전송받으면, 특정 지리에서의 자동차 환경 관련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볼보는 이를 통해 더욱 빠르게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실시간 자료수집이 도입될 때도 고객이 제공 여부를 선택하도록 하고 적절한 보안 절차를 거친다.

볼보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는 오드가르드 앤더슨 젠스엑트 CEO는 "실시간 데이터의 도움을 받게 되면 그동안 수년이 걸리던 개발 프로세스를 며칠 내로 단축할 수 있다"며 "또한 실시간 자료수집은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생성해, 안전의 다음 진보에 대한 더 나은 그리고 더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데이터 세트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가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는 이미지. [사진=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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