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산당 100년]"왜 모두 우리를 싫어하나"…중국의 자문자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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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1-06-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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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중 넘어 혐중, '중국 공포증'까지

  • 민주화 없이 G2 등극에 위협 느껴

  • 중국인 자부심·자신감 역대 최고조

  • 중국 특수성 강조, 보편 가치 외면

  • "우린 우물 안 개구리" 자성 요구도

지난 18일 베이징의 공산당 역사전시관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산당 입당 선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CCTV 갈무리]


"개혁·개방의 성과가 제도적 우월성을 드러낸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그런데 왜 서방은 중국에 두려움을 느끼고 중국 제도를 괴물로 보는가."

최근 중국의 저명한 정치 학자인 정융녠(鄭永年) 홍콩중문대 선전 캠퍼스 교수가 온라인 공간에서 던진 화두다.

국제 사회 특히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의 반중 정서에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불쾌감을 드러낸다.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요 2개국(G2)이 됐다. 글로벌 경제의 견인차 역할도 자임해 왔다.

지난해 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가장 빠르게 경제·사회적 안정을 되찾았다.

아무리 봐도 자랑거리 일색인데, 서방은 늘 중국을 경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홀대하고 무시한다. 중국인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자신이 학술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화난이공대 공공정책연구원 위챗 계정을 통해 "중국적 특수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세계적) 보편성을 망각했다"고 지적했다.

서구의 제도와 각국의 경험이 중국의 발전에 미친 영향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세계의 보편적 가치를 깎아내리며 비판만 해 왔다는 자성이다.

중국이 거둔 성취에 취해 과도한 민족주의와 국수주의로 흐를 가능성도 경계했다.

정 교수의 우려에도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그 어느 때보다 자부심과 자신감이 높아진 중국인들은 외부의 비난과 지적에 귀를 닫은 모습이다.

◆전 세계로 번지는 '차이나 포비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5일 공산당 중앙정치국 집단학습에서 "지금 중국은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다"며 "혁명 선배의 기대에 부응하고 역사와 인민에 부끄럽지 않은 새 업적을 창조하자"고 강조했다.

이어 마오쩌둥(毛澤東)의 집무실 겸 생활공간이었던 베이징 중난하이 내 펑쩌위안(豊澤園)을 둘러보는 등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계기로 내부 결속을 더욱 다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시 주석은 "겸손함과 신중함을 잃지 말고 교만함과 조급함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의 굴기(崛起·우뚝 섬)가 외부에 오만으로 비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메시지다.

지난달 31일 열린 집단학습 때도 비슷한 언급이 나왔다.

당시 시 주석은 "새로운 정세 속에서 국제적으로 전파 능력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겸손하고 신뢰와 존경을 받는 중국의 이미지를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세계 곳곳에서 반중 정서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다만 "중국의 국력과 위상에 걸맞은 외부 언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시 주석의 말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중국의 실질적 변화보다는 선전 방식의 변화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더 많다.

그냥 '그런 척'하라는 의미에 가깝다. 베이징의 정치 평론가 우창(吳强)도 "중국의 대외 소통 실패와 고립을 인정한 것이지만 일부 미세 조정 외에는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변화 여부와 별개로 전 세계에는 '차이나 포비아(China Phobia·중국 공포증)'로 부를 법한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의 퓨 리서치 센터가 14개국 국민(1만42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61%가 중국에 부정적이었다. 응답자의 78%는 '시진핑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특히 20~30대의 경우 일본과 북한보다 중국을 더 싫어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발원지설'이 퍼진 게 결정적 계기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과 신장위구르자치구에 대한 인권 탄압이나 대만을 향한 적대적 태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주변국과의 잇단 충돌 등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하지만 반중 정서가 갈수록 고조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다름'이 초래하는 공포와 경계심 때문이다.

1979년 개혁·개방 전까지 세계는 중국에 대해 무지했다. 중국이 글로벌 경제 시스템에 편입된 이후에는 '중국 붕괴론'이 힘을 얻었다.

자본주의가 침투하고 민주화가 진전되면 중국이 안에서부터 무너져 내릴 것이라는 환상이었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은 고도 성장을 거듭하며 미국을 위협하는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됐다.

그동안 중국 공산당의 1당 체제는 더욱 공고해졌고, 중국 사회는 여전히 폐쇄적이고 권위주의적이다.

민주주의나 자유, 인권 등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가 글로벌 패권국으로 부상하는 중이다. 이를 바라보는 세계인들은 불편하다.
 

톈진시 거리에 설치된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조형물. [사진=이재호 기자]


◆"코로나도 못 잡으면서" 중국의 '민주' 무용론

중국인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좀 다르다. 지난해 말 관영 환구시보가 중국 주요 도시 16곳의 성인 19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78%가 '중국의 국제적 이미지가 개선됐다'고 응답했다. 이미지가 악화됐다는 응답은 6.6%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72.6%는 코로나19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응한 게 이미지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국력을 과시하며 공격적인 외교, 이른바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를 지속해야 한다는 응답은 71%에 달했다. 중국이 강해진 만큼 다른 국가를 압박하고 입김을 행사하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다.

사회주의가 서구식 민주주의와 비교해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믿음도 상당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자부심은 더 고취됐다. '민주주의의 등대'로 불리는 미국은 최첨단 의료·과학 기술을 보유하고도 방역에 실패해 세계를 경악시켰다. 또 다른 민주주의 국가 인도는 비효율적인 통치 체제 탓에 수십만명의 확진자를 양산했다.

대만도 초기 방역 성공에 도취돼 자만했다가 지난 수개월 새 확진자가 급증해 핵산검사 키트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는 처지가 됐다.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 등에서 회자되는 내용들이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민주는 결코 만능이 아니다"라며 "동남아시아 등 제3세계 국가들이 민주화에 나섰다가 사회 갈등 격화와 경제 붕괴, 정치적 분열 등에 직면한 반면, 중국은 개혁·개방 초기부터 경제 안정과 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워 민생을 해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은 서방으로부터 독재나 비민주 등의 비판을 받아 왔다"며 "오직 정치적 투표권만 있으면 전란이 끊이지 않고 민생이 파탄 나도 민주 국가라고 허풍을 떨며 비민주 국가보다 우위에 있다고 여긴다"고 꼬집었다.

최근 만난 중국 대학의 한 교수는 "지난 100년의 공산당 발전사와 현재 민주 국가들이 처한 곤경을 감안할 때 정치적 득실과 민심의 향배로 통치 체제의 우위를 평가해야 한다"며 "'민주'라는 아름다운 구호도 인민의 삶을 나아지게 만들지 못한다면 그저 이데올로기적 간판에 불과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필요하다면 서구 배워야" 자성도

그럼에도 중국 내에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정융녠 교수는 화난이공대 공공정책연구원 위챗 계정에 남긴 글을 통해 "중국 공산당은 세계적 방안을 중국화했고 덩샤오핑(鄧小平)이 주장한 시장경제도 세계성을 갖추고 있다"며 "우리의 특수성이 보편성에서 발전돼 나온 것이라는 점, 보편성과 특수성은 상호 보완적이며 어느 하나도 없으면 안 된다는 점을 소홀히 여겼다"고 고백했다.

정 교수는 지난해 8월 시 주석이 주재한 전문가 좌담회에 참석해 국제 관계에 대해 조언한 인물이다.

그는 "분명히 세계적 보편성이 있는데 특수성만 말하거나 다른 국가의 경험을 대립적으로만 보면서 보편적 가치를 이유 없이 멸시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의 실천을 왜곡하거나 해석 불가능하게 만들고 외부 세계와의 대결을 촉진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중국의 혁명은 세계 혁명의 한 부분이며, 중국의 현대화도 세계 현대화의 일부"라며 "우리의 거대한 성공으로 세계 정상에 앉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표현 방식은 마치 우물 안 개구리 같다"고 글을 끝맺었다.

좀 더 강경한 주장도 있다.

중화권 정치 평론가 쑤톈쩌(蘇天澤)는 지난 26일 기고문에서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사회주의는 여전히 독재와 개인 숭배, 계획경제와 낙후함의 대명사로 여겨진다"며 "중국도 법치 수준이 미흡하고 사회 보장과 인권 보호 등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중국이 맞닥뜨린 4개의 '큰 산'으로 높은 집값과 교육, 의료, 양로 등을 언급한 뒤 "일반 중국인의 몸과 마음을 여위게 만들고 중국 사회에 불만과 악한 기운이 깃들게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서구의 현대 정치 제도는 포퓰리즘 함정에 빠지거나 자본에 휘둘릴 때도 있지만 선진적이고 문명적인 측면이 있다"며 "중국의 필요에 부합한다면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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