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쟁점] ‘배민·요기요 결합 안된다’는 공정위 vs ‘아쉽다’는 입법조사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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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진 기자
입력 2021-06-2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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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각 사 제공]
 

지난 2019년 12월 국내 배달 플랫폼 1위 서비스인 ‘배달의 민족(배민)’ 운영업체인 ㈜ 우아한형제들과 독일계 글로벌 배달앱 회사인 Delivery Hero SE(DH)가 “인수·합병(M&A) 하기로 하고 50대50 지분으로 싱가포르에 합작회사인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거래에 따라 DH는 4조7500억원가량을 투자하는 대신 ㈜ 우아한형제들 주식의 약 88%를 취득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발표 당시 DH는 국내 배달앱 시장 2위인 ‘요기요’와 3위 ‘배달통’도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1년간의 심사 끝에 DH에게 ㈜우아한 형제들과의 합병을 승인하는 대신 ‘요기요’를 운영하고 있던 DH의 한국 법인인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를 처분하라”며 지난해 12월 28일 두 회사의 인수·합병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배민’과 ‘요기요’를 한 번에 갖지 말라는 의미다.

당시 공정위는 두 회사 결합이 압도적인 독과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두 회사의 점유율 합계는 직전 연도인 지난 2019년 거래금액 기준 99.2% 수준이다.

그 결과 공정위는 배민과 요기요의 합병이 성사되면 일반 소비자와 요식업자, 라이더(배달원) 등 배달앱 플랫폼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구체적으로 공정위는 유력한 경쟁사가 없어지면 소비자에게 할인 프로모션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실제로 ‘배민’과 ‘요기요’가 상대방 대비 점유율이 높은 지역에서 주문 건당 쿠폰할인을 덜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두 회사 결합 이후 ‘배민’과 ‘요기요’의 수수료 인상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배민이 2020년 4월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사실상 수수료 인상을 시도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가 더 큰 문제로 지적한 것은 실제로 수수료가 인상되더라도 요식업자들에게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조 위원장은 “자영업자들의 매출 의존도를 분석한 결과 음식점 전체 매출 중 배민·요기요 비중이 이미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탈 시뮬레이션을 분석한 결과, (배민·요기요가) 수수료를 인상하더라도 음식점 이탈률이 1% 미만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요식업자 입장에서는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의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수수료를 올리더라도 어쩔 수 없이 두 앱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취지다.

공정위의 이 같은 판단을 두고 합병 당사자 측은 “전화 주문 등을 포함하면 시장 독과점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맞섰다.

그러나 공정위는 배달앱 서비스 자체를 독립된 시장이라고 판단했다. 요식업자들이 광고비의 85.9%를 배달앱에 지출한 대신 지면 광고를 포함한 다른 광고 수단의 지출을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는 이유에서다.

두 회사는 “미국 배달 시장의 경우 2017년 이전에 55%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던 1위 업체인 그럽허브가 2년 만에 4위 업체인 도어대시에 1위를 넘겨준 바 있다. 독립된 시장이라고 볼 수 있을지라도 쿠팡이츠를 비롯한 후발주자에게 언제든 따라잡힐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쿠팡이츠가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전국 점유율이 5% 미만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과거 5년간 5% 이상 점유율을 확보한 배달앱이 없어 유효한 경쟁 상대라고 보기 어렵다”며 끝내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두 회사 합병에 따른 독과점의 폐해가 우려되는 반면, 후발주자의 시장경쟁압력은 미미하다는 취지다. 기업결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두 회사의 합병을 사실상 불허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는 ‘쿠팡이츠의 1주문 1배달 모델의 비용이 크다’는 이유로 ‘수도권과 광역시 외에 상대적으로 주문 밀도가 높지 않은 지역까지 충분한 경쟁압력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회 입법조사처는 공정위와 다른 판단을 보였다.

지난 4일 강지원 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은 ‘플랫폼 M&A와 독·과점: 배달앱 기업결합 사건의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공정위가 ‘배달의민족-요기요’ 기업 결합 심사 당시 후발주자인 쿠팡이츠의 시장경쟁압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정위 결정 이후 6개월이 경과한 현재 쿠팡이츠는 주요 광역시와 강원·전라·제주 등에 진출하는 등 전국 확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배달의 민족도 ‘1주문 1배달’ 정책을 뒤이어 도입하는 등 시장양상은 공정위의 예측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합병으로 압도적인 비율로 시장을 점유하더라도 후발주자가 운영하는 배달앱의 확장 가능성 등과 같은 외부 경쟁압력이 크다면 독과점의 폐해가 완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쿠팡이츠의 점유율은 2%에서 지난 2월 20%까지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배달의 민족은 59%에서 53%로, 요기요는 39%에서 27%로 점유율이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디지털 시장은 너무 빨리 변해 후발 업체의 미래 경쟁력은 공정위도 기업도 예측할 수 없다”며 “쿠팡이츠처럼 후발 업체 경쟁력이 높아지면 자연히 독점 위험이 감소하기 때문에 과거의 의사결정 근거가 없어진다. 후발 업체의 경쟁력이 취약한 경우와 높아지는 경우로 나눠 두 가지 시나리오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강 조사관은 “공정위는 결합 당사회사와 경쟁사 간 정보자산의 비대칭 심화가 음식점에 대한 협상력 강화의 원천이 되어 마케팅 정보 등 비가격경쟁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하지만 기업결합으로 인해 규모·내용 면에서 한층 유용해진 빅데이터를 고품질의 마케팅 정보로 가공하여 유료화하는 것은 효율성 증대 효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요식업자들은 여전히 “요기요 매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종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수도권 중심으로 쿠팡이츠의 점유율이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지방에서는 요기요 점유율이 더 높다”며 “요기요를 매각하지 않으면 독과점으로 인해 요식업자에게 수수료를 지금보다 더 올려 받지는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한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바뀌면 시정조치를 바꿀 수도 있다”며 “하지만 현재의 쿠팡이츠 점유율을 고려하더라도 요기요 매각 결정을 철회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후발주자의 경쟁압력을 좀 더 정확하게 예측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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