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공급대책 청신호 켜졌지만…향후 4년 유례없는 공급가뭄 온다

김재환 기자입력 : 2021-06-16 15:59
2024년까지 서울 새 아파트 입주물량 다 합쳐도 4만 가구 한 해 적정 수요도 감당 못할 공급절벽…집값 상승 불가피 집값 걱정에 멈췄던 도심공급, 치명적 부작용으로 돌아와
정부가 주도하는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 법안 중 일부가 4개월 표류한 끝에 통과될 전망이다. 이로써 법안이 마련되기 전에 미리 주민동의를 받아뒀던 약 7000가구를 시작으로 공급대책이 첫발을 떼게 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기 공급가뭄을 해소할 방법이 없다고 단언했다. 지난 4년여간 새로 시작된 정비사업이 씨가 마르면서 앞으로 새 아파트 공급물량이 급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집값은 우상향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성원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첫발 뗀 공급대책…해갈까진 하세월
16일 국토교통부와 국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2·4대책 관련 공공주택특별법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 7개 법안에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

이번 합의안은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예정이다. 새 법에 맞춘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국토부가 만들면 공급대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본래 계획은 지난 3월 법안을 개정하고 6월 중 공급대책을 실현하는 순서였다. 하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사태와 사유재산 침해 논란이 불거지면서 법안 심사가 미뤄졌다.

정부·여당이 새롭게 제시한 공공참여형 정비사업(공공직접시행·도심공공주택복합개발·주거재생 혁신지구)에 핵심 역할을 맡아야 할 LH가 혁신 대상이기 때문이다.

또 근거 법안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지난 2월 4일 이후 공공참여형 정비사업 대상 부지의 주택을 매입할 경우 조합원 자격 없이 현금청산토록 한 조항도 문제가 됐다.

이에 따라 이번 여·야 합의에서 LH 등 공공기관이 민간의 땅을 모두 확보해서 직접 재개발·재건축하는 '공공직접시행' 근거 법은 보류됐다.

현금청산 기준일은 '국회 본회의 의결일'로 변경된 상태다. 종합하면 도심공공주택복합개발사업(이하 도심복합개발)과 주거재생 혁신지구 두 가지 유형의 새로운 제도가 마련됐다.

근거 법안이 마련되기 전부터 정부가 공공참여형 정비사업 후보지로 지정하고 주민 동의서를 받았던 전국 102곳 10만8000가구 규모 공급에 속도가 붙게 된 셈이다.

후보지 중 사업지구로 지정되기 위한 주민동의요건(3분의2 이상)을 달성한 도심복합개발 후보지 4곳 7181가구는 정부가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하는 대로 정비사업을 시작한다.
 

[자료=국토부 제공]
 

전문가들은 우여곡절 끝에 정부가 주도하는 공급대책은 본궤도에 올랐지만, 공급가뭄이 당분간 해소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지난 3년간 신규 민간정비사업을 억제한 데다 3~4년 뒤 공급량 선행지표인 인허가 물량이 줄곧 줄어온 탓이다.

이는 앞서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국회 현안질의에서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발언한 맥락과 같다.

공급대책이 이번 정부 후반에서야 나온 만큼 성과를 보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단기 공급가뭄은 필연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향후 3~4년 동안 공급량 급감은 피할 수가 없다"며 "올해를 포함해 2023년까지는 (서울) 새 아파트 공급물량이 1만 가구 내외에 그치면서 전셋값 상승과 이에 따른 집값 급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호텔을 주택으로 전환하거나 빌라를 매입해서 공급하는 등의 방법은 있겠지만, 대세에 영향을 주긴 어렵다. 공급가뭄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집값 걱정에 틀어막은 공급, 치명적인 수급 불균형 초래
실제로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를 포함해 오는 2024년까지 예정된 서울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은 총 4만7940가구에 불과하다.

지난 2018년(3만4151가구)과 2019년(4만539가구), 2020년(3만9320가구) 추이를 고려하면 최근 한 해 물량과 유사한 수준이다.

향후 4년간 연간 입주물량이 한 해에 1만 가구 남짓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구변화를 토대로 추정한 서울의 적정물량 4만7876가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자료=아실 제공]
 

이와 함께 공급 선행지표도 이번 정부에서 일제히 악화된 상태다. 새 땅이 없는 서울에서 주요 공급방안인 재건축사업의 경우 중앙정부가 안전진단 승인 권한을 갖게 된 이후 인허가 수가 급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적정성 검토 제도가 신설된 지난 2018년 3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총 19건의 심사 중 4건만 통과했다.

이 제도가 만들어지기 전에 서울에서는 지난 2015년 3월부터 2018년 3월까지 3년간 총 56개 단지가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후 재건축사업을 시작했었다.

적정성 검토 제도는 광역지자체(특별시·도)가 선정한 정밀안전진단 업체의 조사 결과를 국토부 산하기관이 다시 따져보는 절차다. 재건축 호재로 인해 집값이 급등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정부에서 전반적인 주택(아파트·다세대 등 전 유형) 인허가 건수도 하락세다. 이번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7년 5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주택 인허가 수는 29만6438건으로, 직전 48개월 33만1818건 대비 11% 줄었다.

정부 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조차 '수도권 중장기 주택공급 전망과 시사점' 연구에서 현 정부의 공급대책이 순항해도 오는 2023년까지는 수급 불균형이 예상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정부 부동산 정책에 참여했던 A대학 교수도 "민간 재건축을 너무 오랫동안 묶어버렸고, 그 사이에 공공이 주도하는 공급대책이 지지부진하면서 공급 공백이 길어졌다"며 "수급량으로 봤을 때 집값 상승은 막을 수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KB국민은행 주간주택동향 통계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0.38%를 기록해 전주(0.37%)보다 더 높아졌다.

최근 추이를 보면 지난달 17일 0.22%에서 24일 0.35%, 31일 0.37%까지 상승세에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1억원인 만큼 한 주당 400만원가량 오르는 폭등이다.
 

강조한 영역은 이번 정부 재임기간 추이. [자료=국토부 자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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