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인적분할, 그룹 지배구조 개편 서막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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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욱 기자
입력 2021-06-1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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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텔레콤-SKT신설투자로 인적분할

  • 사업별 속도감 있는 투자 강화 목적

  • 하이닉스 위상 변화 목적 감안한 것

  • 자사주 소각에도 SK와 합병 배제 못해

[SK텔레콤 본사. 사진=SK텔레콤]

[데일리동방] SK텔레콤이 오는 11월 인공지능(AI)·디지털 인프라(Digital Infra) 부문과 반도체·정보통신기술(ICT) 투자 부문으로 인적분할해 ‘SKT 2.0’ 시대를 연다. 이번 SK텔레콤의 인적분할은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시동이 걸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SK텔레콤은 10일 이사회를 열고 SK텔레콤(존속회사)과 SKT 신설투자(가칭)로 인적분할하기로 결정했다.

SK텔레콤은 오는 10월 12일 임시 주주총회을 거쳐 11월 11일 분할한 회사로 새롭게 출범한다. 존속회사 사명은 SK텔레콤을 유지하며, 신설회사 사명은 임시주총 전에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분할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으로 6(존속회사) 대 4로 결정됐다.

◆SKT, 중간지주 체제로 분할한 이유

박정호 SK텔레콤 대표(CEO)는 “SK텔레콤과 SKT신설투자회사로의 분할은 더 큰 미래를 여는 SKT 2.0 시대의 개막”이라며 “회사의 미래 성장을 통해 대한민국 ICT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의 인적분할은 단순히 회사를 쪼개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SK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었다는 의미가 담겼다.

SK텔레콤의 분할은 오래 전부터 거론됐다. 박정호 대표는 지난 2019년 1월 CES에서 분할을 추지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으며, 지난 3월 정기 주총에서도 지배구조 개편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고 지난 4월에는 내부 구성원 대상 타운홀 미팅에서 이를 공식화했다.

SK텔레콤이 통신회사와 ICT 투자회사로 분리한 이유는 SK텔레콤과 자회사의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해서다.

탈(脫)통신을 외치고 있는 SK텔레콤은 통신・미디어 사업을 제외한 ICT 부문을 투자회사로 배치하면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SK텔레콤의 자회사 총 기업가치는 SK텔레콤만의 기업가치 20조원대보다 큰 것으로 분석된다. 분할을 통해 SK텔레콤은 이런 왜곡 현상을 해소하고, 자회사들은 각 기업 성격에 맞는 투자를 속도감 있게 집행하겠다는 것이다.

존속회사인 SK텔레콤은 유무선통신을 비롯해 AI 기술로 구독, 메타버스 등 신규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관련 사업을 적극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신설투자회사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무대로 인수합병(M&A)을 적극 추진한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미래형 반도체를 포함한 혁신기술에 투자해 SK하이닉스와 함께 반도체 에코시스템(Ecosystem)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 보안(ADT캡스), 커머스(11번가), 모빌리티(티맵모빌리티) 등 다양한 ICT 영역에서 국내외 투자를 통해 사업 경쟁력을 높일 예정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이 분할을 추진한 결정적 이유로 SK하이닉스를 꼽는다. 현재 SK그룹 지배구조는 ‘SK㈜-SK텔레콤-SK하이닉스’다. 개정된 공정거래법상으로는 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확보해야 한다. 현재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어 올해 안에 10%가량을 추가해야 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10조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안에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면 여기서 자유로워진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는 지주사인 SK 손자회사인 탓에 M&A 시 제약이 따른다. 현재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는 M&A 시 지분 100%를 소유해야 한다. 향후 중간지주회사인 신설투자회사를 그룹 지주회사인 SK와 합병하면 SK하이닉스는 SK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올라가 투자에 자유롭게 된다.
 

[사진=아주경제 DB]

◆SK-신설투자 합병 가능성은?

SK텔레콤은 인적분할 계획을 밝힌 이후인 지난달 6일 약 2조6700억원 규모의 자사주 869만주를 소각했다. 발행주식 총수의 10.8% 규모다.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의 자사주 소각에 놀란 반응을 보였다. 대규모 소각이라는 점도 있지만, 자사주를 SK그룹 지배구조 강화용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그동안 줄곧 ‘주가 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라는 목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했지만, 소각에 대한 언급은 피해왔다. 이 때문에서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이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의 마법’을 통해 총수 지배력을 높일 것이라고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자사주는 회계 처리상 본 회사가 보유하면 자본의 차감항목이지만, 다른 회사가 보유하면 투자자산이 된다. 즉 자사주가 신설 투자회사에 귀속되면 SK텔레콤 존속회사에 ‘투자’한 자산이 되므로 의결권이 생긴다.

인적분할 후 SKT 신설투자가 지주사 SK와 합병하면 기존에 SK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의결권이 생긴 자사주 지분이 더해져 총수 지배력이 공고해진다.

실제로 과거 SK는 SK C&C 합병 전에 자사주를 사들였고 합병 후 소각을 통해 최태원 회장 지분율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SK텔레콤의 자사주 소각은 인적분할의 목적이 총수 지배력 강화가 아니며 인전분할 계획 발표 후 계속 불거지고 있는 합병설에 따른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SK하이닉스를 SK 자회사로 만들기 위한 합병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룹의 핵심 기업 중 하나인 SK하이닉스가 투자에 제한을 받는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현 체제를 유지하겠지만 결국 SKT 신설투자는 SK와 합병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ESG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 반발을 사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SK텔레콤이 자사주를 매각한 것은 최 회장이 자사주를 활용하는 편법이 아닌 정공법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장은 아니라는 신호를 보낸 만큼 자회사들 IPO가 끝나는 시점에 SK와 SK신설투자의 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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