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인싸 이야기] '조종사' 꿈꾸던 공학도, '말벌집단' 비트코인 CEO된 사연

정혜인 기자입력 : 2021-06-11 05:00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미국 월가 대표 '비트코인 기업' "정보기술 기업으로 가장한 5조원대 비트코인 수집가" 세일러 CEO "비트코인, 디지털 화폐 네트워크 지배"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정보기술(IT) 기업으로 가장한 46억 달러(약 5조1281억원)의 비트코인 수집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비트코인 투자를 위해 회사채를 추가로 발행한다고 밝힌 마이크로스트래티지를 'IT기업으로 가장한 비트코인 수집가'라고 표현하며 "모든 도박사가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이날 비트코인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4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당초 계획보다 1조 달러 늘린 5억 달러 규모의 선순위 담보 채권을 발행했다.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최고경영자(CEO) [사진=AFP통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나스닥지수에 상장된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월가의 대표 '비트코인 투자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비트코인 매수에 나선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현재 9만2079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며, 세계에서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가진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회사 시가총액 80%가량의 현금을 비트코인으로 맞바꾼 이유는 회사의 수장인 마이클 세일러 최고경영자(CEO)의 코인 사랑 때문이다.

세일러 CEO는 공군인 아버지를 따라 전 세계 여러 공군 기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조종사'의 꿈을 키웠다. 1983년 공군 학군사관(ROTC) 장학금으로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 입학, 항공 엔지니어링을 전공하며 '조종사'라는 꿈에 한 걸음 다가섰다. 하지만 그는 '심장에서 잡음이 들린다'는 의사의 진단에 끝내 조종사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조종사의 꿈을 버린 세일러 CEO는 1987년 상담(컨설팅)업체인 페더럴그룹(Federal Group)에서 일하면서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링(computer simulation modeling) 업무를 맡았다. 그는 당시 대형 화학기업인 듀폰(DuPont)의 내부 상담사(컨설턴트)로 근무하며, 주요 시장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을 개발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란 컴퓨터를 이용해 실제로 경험하거나 실행하는 실험과 같은 효과를 내도록 하는 것으로, 현재 거대 자료를 분석해 미래 경제 등을 예측하는 '빅데이터 산업'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세일러 CEO의 설계 실력에 반한 듀폰 임원진은 그가 이끄는 팀을 별도로 구성하고 자금을 지원했다. 세일러 CEO는 듀폰에서 받은 자금으로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설립을 준비했고, 1998년 6월 뉴욕증시 상장에 성공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를 거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키운 세일러 CEO는 지난해 7월 비트코인 투자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세일러 CEO는 사실 처음부터 비트코인 옹호론자는 아니었다. 지난 2013년 그는 트위터에 "비트코인 시장이 폭삭 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비트코인을 맹비난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현재 '비트코인 비판론자'는 비트코인 투자에 앞장서며 '비트코인 CEO'로 불리고 있다.

세일러 CEO는 지난해 트위터에 "비트코인은 지혜의 여신을 모시는 사이버 말벌집단이다. 진실의 불을 먹고 생존하며 암호화된 에너지로 이뤄진 벽 뒤에서 더욱 똑똑해지고, 빨라지고, 강력해지고 있다"며 비트코인을 강력히 지지했다.

지난 4~5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1 마이애미'에서는 "비트코인을 발견했을 때 나는 이것을 '디지털 금'이라고 생각했고, 100배 성장할 것이라고 봤다. 가능한 한 빨리 구매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비트코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특히 그는 비트코인 시장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았다며 "비트코인이 디지털 화폐 네트워크를 지배하고, 이는 곧 디지털 검색·비디오·모바일·사회관계망서비스(SNS) 네트워크를 지배하는 구글, 유튜브, 애플, 페이스북과 같은 수준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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