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우려 치솟는데, 미국 국채 금리 하락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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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1-06-1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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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시장 움직임이 이상하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리는 되레 떨어지는 추세다. 금리는 국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이는 곧 국채 가격이 상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투자 플랫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은 1.492%를 기록했다. 지난 3월 초 수준으로까지 하락한 것이다. 3개월 전보다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면 국채금리는 보통 상승한다. 블룸버그의 브라이언 채페터 칼럼니스트는 "최근 이런 움직임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채권 시장은) 미국의 성장 가속화와 재정확대가 미국 국채수익률을 밀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에 과격하게 반기를 든 것"이라고 이날 지적했다. 
 

[사진=파이낸셜타임스(FT) 누리집 갈무리]


채페터는 "미국 10년물 국채에 대한 380억 달러 규모의 경매가 1.497%의 수익률로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요를 끌어냈다는 사실은 국채로 돈이 몰리고 있는 게 확실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지금 국채시장으로 뛰어드는 이들은 미쳤거나(crazy) 똑똑하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만큼 최근 국채시장의 움직임이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10일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된다. 블룸버그 설문에 따르면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대비 3.5% 오르면서 1993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폭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미국 내 임금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는 물가상승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 1993년 당시 10년물 미국국채금리(수익률)는 6% 이상이었다. 게다가 지난 5월 임금인상을 단행했다고 답한 중소기업들은 1980년대 이후 최대다. 모든 지표가 물가상승 가속화를 가리키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연준은 다음주 자산매입 규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긴축을 향한 첫걸음이다. 긴축의 다음 단계는 기준금리 인상이고,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것은 국채 금리 상승을 불러오는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하락했다는 것은 이면에 다른 요소가 국채 투자자들을 움직였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페터는 수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 기업 연금과 은행들의 국채 보유분 증가 등을 변수로 꼽았다.

미국 100대 기업 연금( America’s 100 Greatest Corporate Pensions)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완전히 지원을 받게 된다. 이는 상당한 투자 부분을 장기 국채로 돌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은행들의 미국 국채 보유분은 2015년 이후 4조1000억 달러 수준까지 2배로 늘어났다. 금융위기 이후 금융규제로 은행들은 고신용의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초과적립금과 재매입 약정에 대한 이율이 낮은 상황에서 국채는 최고의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테이퍼링을 향한 연준의 움직임은 채권에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정책입안자들이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 나선다는 것을 뜻하며, 이는 물가상승률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낮게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반시설투자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처음 제안했던 것보다 규모가 더 축소되고 실행 시기도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국채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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