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틀리發 '먹통' 손실액 1.5조원…'재발 가능' 디지털 인프라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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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1-06-0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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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존 등 세계 소매업체 손실 1조원대 추산

  • 디지털광고 손실, 시간당 323억원에 달할 듯

  • 대기업에 집중된 인프라…사이버안보 우려도

CNN, BBC, 뉴욕타임스(NYT) 등 세계 주요 언론사와 미국 백악관, 영국 정부의 주요 누리집(홈페이지)이 8일(이하 현지시간) 한때 접속 불가 사태를 겪자 사이버안보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졌다. 특히 이번 접속 대란의 근본적인 원인이 디지털 사회기반시설(인프라) 취약성 때문이라는 분석과 함께 이번과 같은 사태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사진=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누리집 갈무리]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미국 기준 이날 새벽 CNN, NYT, 파이낸셜타임스(FT), BBC 등 미국과 영국의 주요 언론사 누리집 접속이 일제히 차단됐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과 미국 비대면(온라인) 동호회(커뮤니티)인 레딧(Reddit), 전자결제업체 페이팔 등의 누리집 접속도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백악관 등 미국과 영국 정부 주요 누리집의 접속도 막혔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이하 닛케이)은 이번 사태로 전 세계 기업 및 정부 기관의 누리집 접속이 차단되는 사례는 수천 건에 달했다며 아마존·이베이와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 등 세계 소매업계의 피해액이 1500억엔(약 1조5290억원)으로 추산됐다고 전했다. 이어 영국 시장조사업체 칸타르(Kantar)를 인용해 이번 사태로 인한 디지털광고 손실액은 시간당 2900만 달러(약 323억4950만원)라고 부연했다.

미국 백악관 접속도 막히자 일각에서는 거대 해킹조직의 '사이버 공격'이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또 최근 사이버안보 대응에서 대립구도를 보였던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이 심화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했다. 사화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 등에선 '사이버공격(#cyberattack)'이란 해시태그와 함께 주요 누리집의 접속 불가 내용이 공유되며 '사이버공격설'이 힘을 얻었다. 

하지만 이번 접속 대란의 원인은 콘텐츠 전달 네트워크(CDN)를 제공하는 업체 패스틀리(Fastly)의 기술적 장애 탓으로 확인됐다. CDN은 일종의 물류센터 역할을 하는 서버로, 인터넷에서 자료 전송을 효율화하기 위해 서버를 분산시켜 전송 속도 제한이 걸리게 않게 한다. 하지만 하나의 서버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이를 이용하는 모든 웹사이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접속 마비될 수 있다.
 

[사진=영국 가디언 누리집 갈무리]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패스틀리 측은 "CDN 업데이트 과정에서 PoPs(상호접속위치·points of presence) 구성 오류가 발생했고, 이것이 접속 차단으로 이어졌다"면서 "서비스 이용 고객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쳐 매우 죄송하다"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패스틀리발(發) 접속대란'이 일부 정보기술(IT) 업체에만 집중된 전 세계 디지털 인프라의 취약성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고 진단했다.

CCS 인사이트의 벤 우드 수석 분석가는 "이번 사태는 일부 기술(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세계 인터넷 환경의 취약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도이체벨레(DW)방송도 "소수의 (IT) 업체들에 의해 인터넷 인프라가 얼마나 (많은) 허점에 노출됐는지를 보여주는 사태"라고 전했다.

가디언은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 인프라의 중앙 집중화가 대규모 인터넷 접속 차단 사태를 초래했다"면서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 오류 등을 거론했다. 지난 2017년 아마존 AWS 오류로 미국 동부 해안 전역이 몇 시간 동안 인터넷 접속 장애를 겪었다. 지난해에는 클라우드플레어의 기술적 장래로 유럽과 미국 전역의 주요 도시 인터넷이 30분 동안 중단됐다.

웹 성능 정보수집(모니터링)업체인 캐치포인트의 메흐디 다오우디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 인터넷의 대규모 접속 중단 사태가 언제든지 재발할 우려가 있다며 디지털 인프라 개선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다오우디 CEO는 "서버의 용량이나 성능 문제는 해결될 수는 있지만 완벽하지 않다. 패스틀리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인터넷 보급으로 디지털 콘텐츠 규모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만큼 이를 분산 저장할 수 있는 다양한 서버 운영업체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축적된 디지털 콘텐츠보다 향후 3년간 생겨날 디지털 콘텐츠의 규모가 더 큰 것으로 추산됐다.

 

8일(현지시간) 접속이 중단된 미국 뉴욕타임스(NYT) 공식 누리집. [사진=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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