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대면 시대에 말뿐인 ‘디지털 혁신’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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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1-06-1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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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디지털 전환은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최대 화두 중 하나다. 각 은행들은 관련 리더십 확보를 위해 많은 자금과 인력을 쏟아붓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혁신의 기본은 ‘비대면’이다. 실제 접촉 비중을 줄이면서 고객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골자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영업점 방문을 비롯한 각종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도 인건비 감소 등의 긍정적 효과가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의 핵심 수단은 당연히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 뱅킹’이 될 것이다. 모바일 앱의 접근성과 편리성을 확보했을 때, 은행들은 다음 성장 셈법을 고민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올바른 디지털 혁신을 위해선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그러나 KB국민은행의 경우, 이 부분에서 아직까지도 아쉬운 부분이 발생하고 있다. 편리성 차원의 문제다. 모바일 뱅킹에서 비밀번호를 3회 이상 잘못 입력했을 시 계정이 비활성화되는데, 이때 보안카드를 소지하지 않으면 비대면을 통한 해결이 전혀 불가능하다. 이를 개선하려면 반드시 영업점 방문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앞서 국민은행이 강조해왔던 ‘대면 서비스 최소화’라는 방향과는 정반대 기류로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비대면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불가능한 아이러니한 구조다.

그렇다면 다른 은행들 상황은 어떨까. 신한·하나·우리 등 경쟁은행들은 이미 온라인상에서 관련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개선을 끝마친 상태다. 신한은행의 경우, 휴대폰을 활용한 본인 인증 절차만 거쳐도 비밀번호 변경이 가능하다. 우리은행도 계좌 비밀번호, 휴대폰 인증, 보안 매체·신분증 촬영 등으로 오류 해제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하나은행 역시 ‘하나원큐’ 앱에서 비슷한 과정을 통해 비활성화를 해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4대 시중은행 중 국민은행만이 유일하게 개선책 마련이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이는 고령층에게 특히 치명적인 결함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나이가 많을수록 디지털 금융이 익숙치 않아 생체 인식, 패턴 등이 아닌 비밀번호로 앱을 이용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처럼 점포 통폐합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는 더욱 그렇다. 앞서 국민은행은 9월 초까지 점포(출장소 포함) 30여 곳을 통폐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고객 입장에선 조치를 취하려 해도 영업점을 찾기가 힘들고, 찾아도 대기시간 길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현재 국민은행은 인공지능(AI) 은행원 도입, 챗봇(AI 상담 서비스) 고도화 등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시도 중이다. 최근에는 네이버클라우드 출신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인 박기은 기술본부장도 영입했다. 그러나 가장 기본이 돼야 할 부분을 놓치면 이러한 노력들은 모두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앞서 허인 행장은 “우리가 10년 뒤에도 리딩뱅크 위상을 유지하는 길은 ‘디지털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환골탈태하는 것 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허 행장의 말처럼 국민은행이 10년 후에도 1등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관련 조치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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