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차량용 반도체 5월 '보릿고개'…장기적 관점서 공급망 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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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기자
입력 2021-05-06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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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늦었다. 그동안 수요가 없고, 수익성도 낮아서 굳이 만들 필요가 없었다. 설비 일부를 차량용 반도체 라인으로 전환해 생산을 본격화할 때쯤에는 공급난이 끝나 있을 것이다."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최근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이 절정에 달한 상황에서 업계가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잇달아 생산을 중단하면서 부품업체들까지 연쇄 충격을 받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의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전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은 비교적 넉넉한 재고를 확보해 왔던 현대자동차·기아 등에도 4월 들어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있다. 현대차는 4월 울산 1공장을 7일간 휴업했고, 아산공장도 4일가량 가동을 중단했다. 한국지엠(GM) 부평공장과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도 지난달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생산을 중단했다.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5월에도 국내 생산을 예년 대비 10~20% 줄인 4만대 수준으로 잡았다. 

이 같은 수급난은 완성차 업계가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예측에 실패한 데 더해 주요 반도체 공장이 있는 미국, 일본, 대만 등에 자연재해가 겹치면서 가중됐다. 현재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 98%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수급 차질이 가장 큰 품목으로 꼽히는 차량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품목의 공급망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

차량용 반도체는 생산성과 수익성이 낮은 데다가 자동차에 탑재되는 만큼 수명, 온도, 안전성 등 개발 조건이 까다로워 공급 기업이 한정적이다. 또 자동차 교체 주기를 고려하면 재고를 오래 보유해야 한다는 점도 반도체 업체로서는 부담이다. 이로 인해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 스위스 ST마이크로, 일본 르네사스 등 오랜 경험을 가진 일부 업체에 생산이 편중돼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이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해도 신뢰성 검증 등을 거쳐 결실을 보려면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일시적인 수급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투자나 생산설비 증설을 하기 어려운 셈이다. 

이에 단기 수급난을 해결하는 것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탄탄한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이미 글로벌 강자들이 구축된 MCU 중심 차량용 반도체 시장으로의 진입보다는 고성능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적극 공략해 미래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장에서는 훨씬 더 고사양의 차량용 반도체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각각의 반도체를 중앙집중화한 AP 기반 집중처리형 고성능 제어기 등의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반도체인 만큼 개발·테스트·검증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정부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도 필수다. 

물론 당장 급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민·관 협력채널을 총 동원해 주요 국가, 해외 반도체 기업 등과의 협의를 지속해야한다. 또 단기간에 사업화가 가능한 차량용 반도체 품목을 선별하고 생산 지원 등에도 속도를 내야한다. 
 

지난 14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에서 납품 차량이 오가고 있다.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7일부터 14일까지 울산1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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