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김치의 중문 표기 ‘신치’ 하루빨리 확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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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선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한중통역번역학과 교수
입력 2021-04-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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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오늘날 문화 간 교류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각국의 문화는 각자 고유의 특징과 색채를 지니고 있어서 그 최전선인 통·번역 현장에서는 그에 따른 어려움도 적지 않은데, 특히 음식명의 번역이 그렇다. ‘피자’, ‘쌀국수’처럼 정착된 음차어나 번역어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개는 외국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현지의 유사한 음식명으로 번역한다. 예를 들어, 한영 번역에서 ‘전’은 팬케이크(Pancake), ‘나물’은 샐러드(Salad)가 된다. 근래에 논란이 된 ‘김치’는 중국 현지에서 쓰촨성의 음식인 파오차이(泡菜)로 통용돼 온 것이 그간 그대로 사용돼 왔다.

그러나 ‘파오차이’는 글자 그대로 중국어에서 김치뿐 아니라 서양의 피클까지 모든 절임음식을 두루 일컫는 다의어다. 비록 관용이라고는 하나 ‘파오차이’로 한국 고유의 발효 음식인 김치를 표현하기에는 뭔가 부족하고 어색하다. 음식이 한 국가의 문화 아이콘이 된 오늘날, 이러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한국 고유음식인 ‘김치’를 독자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중국어 음차어나 번역어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는 김치의 특징과 소리를 고려해 중국 현지의 언어 상황, 시장 상황 등을 검토하여 '신치(辛奇)'라는 중국어 명칭을 만들었다. 일각에서는 ‘신치’가 발음에 유사성이 떨어진다고 하나, 중국어에는 ‘기·키·끼’ 발음이 없어서, 그나마 소리가 비슷하면서 의미가 긍정적이며 김치의 속성과 연관된 것을 마련한 것이다. ‘신치’는 맵고(辛) 진기하다(奇)는 의미로, 매울 신(辛)은 모 국산 라면의 명칭과 같은 글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한국 음식임을 쉽게 연상시킬 수 있다는 마케팅 요소도 갖추고 있다.

사실 ‘한성(漢城)'이라고 불리던 서울의 중국어 명칭이 2005년 ‘서우얼(首爾)'로 변경된 바 있다. 당시 부정적인 시선도 없지 않았지만, 오늘날 ‘서우얼’은 서울의 중국어 명칭으로 뿌리를 내렸다. 한국어의 발음을 그 모습 그대로 중국어로 옮길 수는 없다. 서로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언어적 특징을 고려하지 않은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한국 김치의 새 이름인 ‘신치’도 ‘서우얼’처럼 하루빨리 대내외적으로 홍보하여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게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사진=이인선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한중통역번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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