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이 사라진 시장…좀비기업 연명 '시한폭탄'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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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1-04-2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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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양 역풍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돈이 넘쳐나면서 파산의 우려 자체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인 리사 아브라모비츠는 오피니언을 통해 "거대 부양책은 미국의 신용-사이클(순환주기)을 없애 버렸다"고 최근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가 불러온 보건 위기는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넘쳐나는 유동성으로 부채 시장에서 파산 우려가 거의 사라지고 있다는 게 아브라모비츠의 지적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도 역사상 가장 저렴한 차입비용을 누리고 있다. ICE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지수 자료에 따르면 트리플 C 등급 이하 기업들의 회사채,  즉 정크본드의 수익률은 2020년 3월까지 최고 20.2%에서 약 8%까지 급락했다. 이는 회사채 가격이 상승했다는 것이며, 투자자들이 기업에 돈을 빌려주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지어 여행 산업의 황폐화로 수익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크루즈 회사와 항공사들도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었다.

블룸버그 바클레이즈 미국 고수익률 채권지수에 포함된 미국의 정크등급 부채 규모는 2019년 10월 1조2000억 달러에서 1조5300억 달러로 급증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노엘 헤버트 신용 리서치 부장은 "신용평가사들은 점점 더 높은 레버리지에 익숙해져 있으며,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브라모비츠는 이같은 상황 탓에 리스크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렴한 차입 비용은 기업들이 더 오래 그리고 더 쉽게 생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2021년 예상 미국 정크본드 부도율을 2017년 이후 최저 수준인 2%로 떨어뜨렸다. 정부 관료들은 전례 없는 속도로 세계 경제에 현금을 쏟아 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데일리샷에 게재된 코너스톤 매크로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미국만의 통화·재정 부양액은 12조3000억 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는 집계까지 나온다. 

그러나 이같은 거대 부양은 존재해서는 안 될 사업들의 해산을 방지하고, 소위 좀비 회사를 만들게 된다.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는 기업들을 연명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구조는 앞으로 중앙은행의 결정을 더욱 힘들게 만들 수 있다. 

아브라모비치는 "경기부양이나 금리인상은 기업의 레버리지(지렛대)를 감안할 때 기하급수적으로 더 고통스러운 결과를 나을 수 있기 때문에 더 어려워질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부양과 부채 규모가 커질수록 금리 정상화의 길은 멀어진다.

게다가 부채가 늘어나면 장기적인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압박하면서 경제의 역동성에 타격을 주게 된다. 

코로나19 사태 지속으로 저금리와 부채의존도의 이러한 순환은 예전보다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것은 인플레이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하면 금리인상은 불가피하다. 이렇게 될 경우 정크본드 시장은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 있고, 일부 부실 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는 결과를 나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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