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이후] ①총선 압승 10문장서 3문장으로…줄어든 메시지만큼 떨어진 국정동력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봉철 기자
입력 2021-04-09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민심 이반 수용했지만 정책수정엔 선 그어

  • “국정운영 기조 수정해야 86%…유지 5%”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오전 제주 4·3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제73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위대한 국민의 선택에 기쁨에 앞서 막중한 책임을 온몸으로 느낍니다. 국민들께서 선거를 통해 보여주신 것은 간절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간절함이 국난 극복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정부에게 힘을 실어주셨습니다. 정부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겠습니다. 결코 자만하지 않고 더 겸허하게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겪어보지 못한 국가적 위기에 맞서야 하지만 국민을 믿고 담대하게 나아가겠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이겨내겠습니다. 정부의 위기 극복에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국민 여러분, 자랑스럽습니다. 존경합니다.”(2020년 4월 15일 총선 압승)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입니다. 더욱 낮은 자세로, 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습니다. 코로나 극복,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 부동산 부패 청산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하는 데 매진하겠습니다.”(2021년 4월 7일 재·보궐 선거 참패)


문재인 대통령이 4·7 재보선에서 서울과 부산시장을 모두 큰 득표율 차로 내주면서 8일 ‘반성문’을 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대독하는 형식은 같았지만, 총선 이후 낸 긴 장문의 메시지에 비하면 이번 재보선 결과에 대한 입장은 확연히 달랐다. 불과 1년 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 것이다. 단 세 문장의 짧은 문장 속에서 위기감과 결연함이 묻어났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부족했다”면서 “앞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헌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패인이었던 부동산 정책 실패 등 국정 전반의 정책 기조 변화 요구에는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현 정부 정책기조 변화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코로나19 극복,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 부동산 부패 청산 등이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의 절실한 요구로 나타났다”면서 “이런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흔들림 없이 계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사실상 지금까지 국정운영 기조의 큰 틀은 바꾸지는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국민의 눈높이에 걸맞는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일 뿐, 정책 방향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는 인식을 드러났다고도 해석이 가능하다. 일종의 반성문 형태의 입장문이었으나, ‘사과’의 의미는 아니었다.

재보선 패배에도 민심과 괴리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문재인 정부 4년에 대한 평가였던 만큼 국정운영 기조와 정책 방향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은 국정운영 기조가 수정돼야 한다고 응답한 여론조사 결과가 이날 나오기도 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함께 지난 5~7일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전국지표조사 결과(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 ±3.1%포인트·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를 보면, 재보선 이후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응답자의 86%가 ‘일부 또는 전면 수정돼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51%는 ‘기존 기조를 유지하되, 일부 정책은 수정돼야 한다’고 답했다. 35%는 ‘기존 국정운영 방향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기존 국정운영 방향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5%에 그쳤다. ‘모름·무응답’은 9%였다.

부동산 정책 추진에 대한 질문에는 절반에 가까운 46%가 ‘매우 잘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34%가 ‘잘못하는 편이다’라고 답해 전체 응답자의 80%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매우 잘하고 있다’는 2%, ‘잘하는 편이다’는 13%에 불과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임기 1년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정책을 급선회할 경우, 국정운영 실패를 자인하게 되고 이는 곧 대선 패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당장 국정기조를 어떻게 바꿔야겠다는 청사진이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약속할 수도 없다. 청와대도 민심의 흐름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총사퇴한 만큼 당의 쇄신 속도를 지켜보면서 수습책을 모색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김태년 원내대표와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가 이날 4·7 재보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민주당은 새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내달 9일에서 2일로 1주일 앞당기기로 했다. 차기 원내대표 경선도 당초 전대 이후인 5월 중순에서 오는 16일로 한 달 앞당겼다. 원내대표 경선 전까지 비대위원장은 친문(친문재인) 중진인 도종환 의원이 맡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