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건 늘리고 노는 건 줄였다… 지난해 가계 소비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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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현 기자
입력 2021-04-0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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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 비중 1위… 음식·숙박 제쳐

  • '코로나19 직격탄' 오락·문화·교통·외식 지출은 감소

  • 소득 1분위·가구주 연령 60대 이상 소비지출 증가

#디자이너인 A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작년 5월부터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집에서 근무를 하니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던 단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거실 커튼의 색깔은 너무 칙칙했고 러그도 빛이 바랜 게 눈에 들어온다. 명색이 디자이너인데, 인테리어가 처참한 것 같다는 생각에 A씨는 쇼핑앱을 실행해 커튼과 러그를 '깔맞춤'하고 내친김에 사무용 의자도 구입했다.

#유치원생 아들을 둔 B씨 부부는 지난해 새 차를 구입했다. B씨가 결혼 전부터 사용한 세단은 중고로 팔고 SUV를 구입할까 생각 중이었는데, 때마침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소식도 들려왔다. 코로나로 인해 휴가를 해외로 가기는 글렀다는 생각도 자동차 구입에 힘을 보탰다. B씨는 새 차를 타고 아들과 함께 캠핑을 다니며 가족들만의 단란한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생활 패턴이 급변하면서 소비지출도 큰 폭의 변화를 겪었다. 이동 제한 조치로 해외여행은 사실상 중단됐고, 영업제한으로 외식비중도 줄어들었다. 반면 집밥 소비가 늘면서 식료품 구입은 늘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자 가구, 조명에 지출하는 비중도 커졌다.

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연간 지출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40만원으로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이는 2006년 1인가구 대상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대 감소폭이다.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소비지출은 2.8% 줄어들었다.
 
집밥 소비에 식료품 지출 증가··· 오락·문화·교통·외식 지출은 감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변화는 항목별 지출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38만1000원으로 14.6%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집밥 수요가 늘면서 식료품 수요가 증가하고 가격까지 오른 영향이 컸다. 이에 따라 육류(23.8%), 채소 및 채소가공품(23.2%), 신선수산동물(18.3%) 등의 증가율이 크게 나타났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안 곳곳을 수리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를 포함하는 주거·수도·광열 항목 지출은 28만6000원으로 전년 대비 3.3%증가했다. 특히 주택 유지 및 수선(16.1%)에 대한 지출 증가율이 크게 나타났다.

이와 함께 가구, 조명을 바꿔 인테리어를 손보거나 집에서 사용할 가전제품을 사들였다. 가정용품·가사서비스 지출은 12만7000원으로 9.9% 증가했다. 가구 및 조명 지출이 12.5%, 가전 및 가정용 기기 지출이 10.5%, 가사소모품 지출이 11.5% 올랐다. 반면 가사서비스에 대한 지출은 12.6% 감소했다.

또 다른 지출 증가 항목은 보건이다. 보건 지출은 22만1000원으로 전년 대비 9% 늘었다. 영양보조제와 마스크 구입이 증가하면서 의약품(6.3%), 의료용소모품(166.5%)의 지출이 컸다. 치과서비스 지출도 15.7%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답답함은 술로 풀었다. 주류·담배 항목의 경우 주류 지출은 13.7% 증가해 1만6000원을 지출했다. 반면 담배 지출은 0.7% 줄었다.

지난해 소비지출 감소율이 가장 컸던 항목은 오락·문화다. 14만원을 지출해 전년 대비 22.6% 줄었다. 다만 세부 항목별로는 희비가 갈렸다. 국내외 여행이 감소하면서 단체여행비는 79.8% 줄었고, 운동 및 오락서비스도 26.5% 줄었다. 반면 캠핑과 홈트레이닝이 유행하면서 캠핑 및 운동 관련 용품 소비는 25.2% 늘었다.

교육지출도 15만9000원으로 22.3% 감소했다. 학원 지출이 감소하고 고등학교 무상교육 대상을 확대 시행하면서 학원 및 보습교육(-20.3%), 정규교육(-21.5%) 지출이 모두 줄었다.

음식·숙박 지출은 31만9000원으로 전년 대비 7.7% 감소했다. 음식·숙박 지출은 지난해에는 가계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올해는 2위로 밀려났다. 영업제한 조치로 외식이 줄어들면서 식사비가 7.4% 감소한 30만9000원으로 집계됐다. 

외출이 줄어들자, 의류·신발 지출도 14.5% 줄어든 11만8000원으로 나타났다.

교통 지출은 28만9000원으로 2.4% 감소했다. 세부적으로는 자동차 구입 지출은 10만7000원으로 15.2% 늘어난 반면, 유가 하락으로 연료비 지출은 7.8% 줄어든 8만9000원으로 집계됐다. 항공요금과 선박이용료를 포함하는 기타 운송 지출도 38%나 급감했다.
 

[통계청 제공]

 
소득 하위 20%·60대 이상 가구 소비지출 증가··· 원인은 식료품 가격 상승

가구원 수별로는 3인 가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지출이 줄었다. 그중 1인 가구의 지출이 가장 크게 감소했다. 1인 가구의 월평균 지출은 132만원으로 전년 대비 7.4% 줄었다. 1인 가구는 식료품·비주류음료(9.4%), 주거·수도·광열(1%), 보건(7.7%) 지출은 늘린 반면 의류·신발(-15.9%), 교통(-33%), 교육(-40.2%) 지출은 아낀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는 식료품·비주류음료의 비중이 가장 높은 다인가구와 달리 주거·수도·광열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5%로 가장 높았다. 4·5인 가구는 교육 지출이 각각 12.5%, 13.4%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가구주의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가구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소비지출이 줄었다. 39세 이하 가구 237만6000원(전년 대비 -2.6%), 40∼49세 가구 309만원(-3.4%), 50∼59세 가구 278만3000원(-2.2%), 60세 이상 가구는 전년 대비 2.1% 증가한 169만5000원을 지출했다.

39세 이하 가구는 음식·숙박이 가구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5%로 가장 높았다. 그 외 가구는 식료품·비주류음료가 40∼49세 14.9%, 50∼59세 14.7%, 60세 이상 21.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소득5분위별로 나눠 보면 1분위 가구(하위 20%)는 전년 대비 3.3% 증가한 105만8000원을 사용했다.

1분위를 제외한 2~5분위는 모두 지출이 줄었다. 2분위 가구 163만7000원(-2.8%), 3분위 가구 220만2000원(-6.3%), 4분위 가구 289만3000원(-3.7%), 5분위 가구 421만원(-0.3%)으로 나타났다.

소비지출 항목 구성비를 보면 1~4분위 가구는 식료품·비주류음료의 비중이 가장 높고 5분위 가구는 교통 지출이 15.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정구현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1분위 가구와 가구주 연령 60세 이상 가구는 소비의 규모 자체가 크지 않은데, 지난해 식료품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나 다른 유형과 다르게 소비지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정 과장은 "5분위 가구는 상대적으로 소비 여력이 있는데 지난해 문화·오락 등의 지출을 줄이면서 자동차 구입으로 지출이 이전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계청 제공]

 
정부가 떠받친 소득··· 불황형 흑자에 보복소비 가능성 ↑

정부는 코로나19의 충격이 커지자 재난지원금으로 소득 하락을 떠받쳤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이어 피해가 누적된 취약계층과 자영업자에 선별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소득은 가까스로 플러스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출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경제 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래의 소득 감소에 대비해 현재의 소비를 더 줄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가계 흑자율은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며 '불황형 흑자'가 나타났다. 통계청의 소득 부문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지난해 전국 가구(2인 이상)의 흑자율은 1분기 32.9%, 2분기 32.3%, 3분기 30.9%, 4분기 30.4%로 모두 30%를 넘었다. 흑자율은 가계가 벌어들인 돈에서 소비와 지출을 하고 남는 돈을 의미한다.

지난해의 소비지출 감소는 코로나19로 인해 유예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소비 유예는 코로나19로 울적해진 마음을 달랠 '보복소비'(외부 요인 탓에 억눌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분출하는 현상)로 나타날 수 있다.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1분기 서울시 소비자 체감경기와 보복소비'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24.3%(291명)는 코로나19에 따른 보복소비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보복소비의 최초 시기는 지난해 4분기를 꼽은 비중이 가장 높았고 분야로는 '음식'(건강식품, 식음료·44.0%), '전자기기'(20.3%), '명품패션·잡화'(13.1%)가 이름을 올렸다.

보복소비의 이유로는 '우울해진 마음에 대한 보상 심리'(36.4%)가 1위를 차지했다. '외출 자제로 인해 미뤄둔 쇼핑 수요'(18.6%), '국내외 여행 등의 비용을 소모하는 대체 소비'(18.2%)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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