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직격탄…은행권 디지털전환 ‘올 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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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21-03-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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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스템 준비 미비…소비자 피해 전가 지적도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이후 은행권이 잇따라 무인 단말기와 비대면 관련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디지털전환이 금소법에 발목 잡히는 모양새다. 시행을 코앞에 두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금융당국과 대응을 서두르지 않은 은행 사이에서 소비자에게만 불편이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디지털 셀프뱅킹 창구 'YSL(유어스마트라운지)'을 통한 입출금통장 및 예·적금, 예금담보대출 등 상품 가입을 지난 25일부터 오는 9월 25일까지 6개월간 중단한다.

YSL은 계좌 조회와 입·출금 등 간단한 창구 업무는 물론 상품 가입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키오스크의 일종이다. 현재 거점 점포 등을 중심으로 총 37대가 운영되고 있다.

해당 기기를 통한 신규 가입이 중단된 것은 금소법 시행에 따른 영향이다. 지난 25일 시행된 금소법은 모든 금융상품에 대해 약관과 계약서, 상품 설명서를 고객에게 교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현재 신한은행을 포함한 대다수의 은행이 운영하는 키오스크는 스크린을 통해 약관이나 설명서를 보여주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 만큼, 금소법 시행에 따라 프로세스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한은행은 금소법 시행을 계기로 아예 시스템 고도화에 나설 예정이다. YSL의 첫 도입이 2017년에 이뤄진 만큼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가입 중단 기간이 6개월이나 소요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다만 YSL과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화상상담형 점포 '디지택트 브랜치'의 경우 '디지털 데스크'로 이름을 바꿔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디지털 데스크의 경우 2평 규모의 부스 안에 카메라를 설치해 은행 직원과 화상상담 형식으로 거래할 수 있는데, 프린터 기능이 설치돼 금소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른 은행들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KB국민은행은 'STM(스마트텔러머신)'을 통한 입출금 통장 가입 서비스를 다음달 30일까지 중단한다. 우리은행 또한 스마트 키오스크를 통한 예금과 펀드의 신규 판매, 신용카드 신규 발급 등 일부 기능을 한시적으로 막고, 다음달부터 순차적으로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일부 비대면 서비스도 발이 묶였다. AI가 고객별로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데,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불완전판매의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하나은행은 AI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하이로보' 서비스를 중단했다. 하나은행 측은 "투자 성향에 적합한 포트폴리오 알고리즘 재조정 및 가입 프로세스를 수정해 다음달 중 재오픈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NH농협은행 또한 'NH로보 프로'의 서비스를 5월까지 운영 중단한다.

시중은행들이 금소법 시행과 동시에 비대면 서비스의 운영을 중단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되레 소비자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금소법 시행세칙을 17일에는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시행 전날인 24일에야 공포됐다"며 "각 은행들 역시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금소법이 지난해 3월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전반적인 내용이 확정됐음에도, 은행권 역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핑계로 사전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KB국민은행 서울 여의도본점에 설치된 STM(스마트텔러머신).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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