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해백신평등주의: 인류는 한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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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입력 2021-03-3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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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교수]


[박상철의 100투더퓨처] 2019년 말부터 불어닥친 코로나 사태는 전세계를 엄습하여 인류를 고통에 빠뜨리고 있다. 이 역병은 단순히 의학적 문제만 야기한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민낯을 보여준 사건이 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세상의 변화에 대한 수많은 예측이 있지만 가장 큰 우려는 세계화와 인류평등 사상의 붕괴이다. 교류의 단절만이 아니라 연결을 차단하는 방벽이 여러 측면에서 세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국가간 또는 권역간 방벽의 핵심은 백신의 배급 불균형이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면서 전세계 인류 초미의 관심은 백신 개발과 공급시기에 있다. 경제부국들이 제약회사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선급하여 개발을 독려하고, 긴급사용허가권을 주어 역경을 돌파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모더나, 화이자, 아스트로제네카, 존슨앤존슨, 큐어박, 노바박스 등 유수한 백신개발 제약회사들에게 미국, 영국, 유럽공동체와 일본이 선급을 주어 생산된 백신을 우선 공급받기로 계약해버린 엄중한 일이 벌어졌다. 경제빈국들은 백신을 제공받을 수 없는 비극적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빈부의 문제가 다시 국제적으로 노출하게 된 엄청난 사태이며 차별화에 대한 심각한 후유증이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태는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훨씬 전부터 예측되었고 국제적인 박애주의 그룹들은 이에 대비한 준비를 하여 왔으며, 그중에서 우리나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가난한 나라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전염병들은 백신을 활용하여 예방할 수 있지만 대형제약회사들은 경제적 수익성 한계 때문에 백신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고, 일단 개발한 백신들은 대부분 고가이기 때문에 저개발국가에서는 접종을 엄두 낼 수 없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하여 국제사회에서는 대책들을 수립하여 왔다. 우선 인류에게 닥쳐올 신종전염병, 특히 바이러스성 팬데믹을 예방하기 위해 자선단체들의 후원으로 다양한 백신플랫폼을 미리 개발해두자는 취지에서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Coalition for Epidemic Preparedness Innovations)이 설립되었다. CEPI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팬데믹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기되는 메르스, 사스, 니파, 라싸, 리프트밸리, 마부르그, 치쿤구냐, 에볼라 바이러스를 비롯하여, 미지의 병원체인 "Disease X"를 대상으로 백신을 사전에 개발해두려는 목적으로 조직되었다. 다보스세계경제포럼에서 2017년 정식으로 발족한 CEPI는 빌앤멜린다 게이츠재단, 웰컴트러스트재단과 일부 국가들의 후원으로 설립되었다. 그 결과 CEPI는 코비드-19사태에서도 백신개발 지원을 위한 가장 중요한 기관으로 활약하고 있다. 빌 게이츠는 CEPI가 10년이 걸리는 백신개발을 1년으로 단축하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한편 코비드-19 팬데믹에 대응하여서는 경제부국의 백신 독점을 막고 약소국도 백신을 고루 접종하여 전인류의 건강을 지키자는 취지에서 코백스(COVAX Facility)라는 국제적 연대가 각종 자선단체들과 각국 정부의 참여로 구성되었다. 코백스는 WHO, CEPI 그리고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Gloval Alliance for Vaccines and Immunization)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국제 백신 공동 구매 및 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로서, 코비드-19 백신을 확보하기 힘든 개발도상국 등을 포함해 백신을 공정하게 배분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백신제조업체, 유니세프, 세계은행(World Bank)과 다양한 민간기구를 포함하여 전세계 192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금년 말까지 전세계 인구의 20%에게 백신을 균등하게 공급하는 것이 목표이다. 코백스 참여국들은 도즈(1회 접종분)당 3.5달러를 내고 백신 종류를 선택하거나, 1.6달러만 내고 백신 종류를 선택하지 않는 방식을 선택하여 선입금을 내도록 되어 있다. 실제 대형제약회사들이 백신을 개발하여 상업적으로 판매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도즈당 30~40달러에 이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자선기금이 활용된 것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각국은 참여 비율에 따라 백신을 공급받게 되며, CEPI가 절대적인 후원금을 제공하기 때문에 개도국들이 제출하여야 하는 경비는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하다.

이보다 앞서 우리나라에는 저개발국가에 만연하는 각종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을 저가에 공급할 수 있도록 개발하여 보급하자는 취지에서 UN산하의 국제백신연구소(IVI, International Vaccine Institute)가 설립되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의 전염병 치사율을 낮추기 위해서 백신의 연구개발, 생산방법 개량, 교육 및 규제강화 등을 총괄하기 위한 국제적인 연구기관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설립하고자 하였다. 이에 대한민국이 중국, 인도 등의 경쟁국을 물리치고 유치에 성공하여 현재 서울대학교 연구공원 내에 1997년 빈교수]
 
 
[박상철의 100투더퓨처] 2019년 말부터 불어닥친 코로나 사태는 전세계를 엄습하여 인류를 고통에 빠뜨리고 있다. 이 역병은 단순히 의학적 문제만 야기한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민낯을 보여준 사건이 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세상의 변화에 대한 수많은 예측이 있지만 가장 큰 우려는 세계화와 인류평등 사상의 붕괴이다. 교류의 단절만이 아니라 연결을 차단하는 방벽이 여러 측면에서 세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국가간 또는 권역간 방벽의 핵심은 백신의 배급 불균형이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면서 전세계 인류 초미의 관심은 백신 개발과 공급시기에 있다. 경제부국들이 제약회사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선급하여 개발을 독려하고, 긴급사용허가권을 주어 역경을 돌파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모더나, 화이자, 아스트로제네카, 존슨앤존슨, 큐어박, 노바박스 등 유수한 백신개발 제약회사들에게 미국, 영국, 유럽공동체와 일본이 선급을 주어 생산된 백신을 우선 공급받기로 계약해버린 엄중한 일이 벌어졌다. 경제빈국들은 백신을 제공받을 수 없는 비극적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빈부의 문제가 다시 국제적으로 노출하게 된 엄청난 사태이며 차별화에 대한 심각한 후유증이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태는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훨씬 전부터 예측되었고 국제적인 박애주의 그룹들은 이에 대비한 준비를 하여 왔으며, 그중에서 우리나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가난한 나라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전염병들은 백신을 활용하여 예방할 수 있지만 대형제약회사들은 경제적 수익성 한계 때문에 백신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고, 일단 개발한 백신들은 대부분 고가이기 때문에 저개발국가에서는 접종을 엄두 낼 수 없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하여 국제사회에서는 대책들을 수립하여 왔다. 우선 인류에게 닥쳐올 신종전염병, 특히 바이러스성 팬데믹을 예방하기 위해 자선단체들의 후원으로 다양한 백신플랫폼을 미리 개발해두자는 취지에서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Coalition for Epidemic Preparedness Innovations)이 설립되었다. CEPI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팬데믹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기되는 메르스, 사스, 니파, 라싸, 리프트밸리, 마부르그, 치쿤구냐, 에볼라 바이러스를 비롯하여, 미지의 병원체인 "Disease X"를 대상으로 백신을 사전에 개발해두려는 목적으로 조직되었다. 다보스세계경제포럼에서 2017년 정식으로 발족한 CEPI는 빌앤멜린다 게이츠재단, 웰컴트러스트재단과 일부 국가들의 후원으로 설립되었다. 그 결과 CEPI는 코비드-19사태에서도 백신개발 지원을 위한 가장 중요한 기관으로 활약하고 있다. 빌 게이츠는 CEPI가 10년이 걸리는 백신개발을 1년으로 단축하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한편 코비드-19 팬데믹에 대응하여서는 경제부국의 백신 독점을 막고 약소국도 백신을 고루 접종하여 전인류의 건강을 지키자는 취지에서 코백스(COVAX Facility)라는 국제적 연대가 각종 자선단체들과 각국 정부의 참여로 구성되었다. 코백스는 WHO, CEPI 그리고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Gloval Alliance for Vaccines and Immunization)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국제 백신 공동 구매 및 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로서, 코비드-19 백신을 확보하기 힘든 개발도상국 등을 포함해 백신을 공정하게 배분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백신제조업체, 유니세프, 세계은행(World Bank)과 다양한 민간기구를 포함하여 전세계 192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금년 말까지 전세계 인구의 20%에게 백신을 균등하게 공급하는 것이 목표이다. 코백스 참여국들은 도즈(1회 접종분)당 3.5달러를 내고 백신 종류를 선택하거나, 1.6달러만 내고 백신 종류를 선택하지 않는 방식을 선택하여 선입금을 내도록 되어 있다. 실제 대형제약회사들이 백신을 개발하여 상업적으로 판매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도즈당 30~40달러에 이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자선기금이 활용된 것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각국은 참여 비율에 따라 백신을 공급받게 되며, CEPI가 절대적인 후원금을 제공하기 때문에 개도국들이 제출하여야 하는 경비는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하다.
 
이보다 앞서 우리나라에는 저개발국가에 만연하는 각종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을 저가에 공급할 수 있도록 개발하여 보급하자는 취지에서 UN산하의 국제백신연구소(IVI, International Vaccine Institute)가 설립되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의 전염병 치사율을 낮추기 위해서 백신의 연구개발, 생산방법 개량, 교육 및 규제강화 등을 총괄하기 위한 국제적인 연구기관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설립하고자 하였다. 이에 대한민국이 중국, 인도 등의 경쟁국을 물리치고 유치에 성공하여 현재 서울대학교 연구공원 내에 1997년 빈(Wien)협약하의 국제기관으로 설립되었다. 이는 유엔산하 국제기관 중에서 본부가 대한민국 내에 위치한 최초이자 유일한 국제기구가 되었다. 주요 실적으로 세계최초 저가 경구용 콜레라백신을 개발하여 전세계에 6000만 도즈 이상 공급하였으며, 유아에게 접종 가능한 장티푸스 백신 개발에 성공하였다. 코비드-19에 대응하여서도 백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국제기관이 우리나라에 있기 때문에 WHO나 CEPI 등과 긴밀한 협조를 할 수 있고 코로나 사태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이 CEPI, COVAX 그리고 IVI의 궁극적 목표는 최우선적으로 팬데믹 발생 시 저개발국가들에 저렴한 가격으로 백신을 공급하는 것이다. 백신을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일은 의료계의 꿈이었다. 이와 같은 국제적인 노력들로 코로나 사태에서 불거진 권역과 국가이기주의와 같은 뼈아픈 상처가 아물어질 수 있는 희망이 남아있게 된다. 모든 인류가 인종적, 문화적, 경제적 차별을 받지 않고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사해백신평등주의(cosmovaccinism) 운동은 인류는 하나의 가족이고 사람은 모두 평등한 인권을 가진 만민평등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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