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방귀 소리까지 거래되는 NFT 시장…거품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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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1-03-2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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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윗 한 줄·사진 파일이 천문학적 가격 판매

  • NFT는 블록체인 기술 적용한 가상 인증서...위조 어렵고 소장기록까지 기록

  • 위작 논란 공공연한 미술계서 주목하는 NFT…관련 작품 783억원에 팔려

  • 우려하는 전문가들 "NFT는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복제판"

미국 뉴욕서 활동하는 영화 감독 알렉스 라미레즈 말리스, 그가 판매한 '마스트 컬렉션' 오디오 파일 표지 [사진=알렉스 라미레즈 말리스 홈페이지]

 
듣기 거북한 방귀소리가 '이 기술'을 통해 50만원에 판매됐다. 바로 NFT(Non-fungible token)의 얘기다.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고 불리는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판매 이력을 비롯한 모든 거래 정보를 블록체인 원장에 기록하는 기술이다. 일종의 가상 인증서인 셈이다.

최근 NFT 기술이 적용된 트윗 한 줄과 사진 파일이 각각 32억원, 700억원에 팔리면서 NFT가 제2의 비트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선 NFT를 거품에 비유하며 곧 꺼질 일시적 유행에 불과하다고 우려했다.

25일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영화감독 알렉스 라미네즈 말리스는 최근 트위터에서 자신과 친구 4명의 방귀소리를 담은 오디오 파일에 NFT 기술을 적용한 '마스터 컬렉션(Master Collection)'을 약 426달러(약 48만원)에 판매했다고 밝혔다.

말리스는 뉴욕포스트에 "작년 3월부터 약 1년간 친구들과 함께 메신저 앱 '왓츠앱'으로 방귀소리를 녹음했다. 개인별 방귀 녹음 소리도 개당 85달러에 판매했는데, 익명의 구매자가 실제로 한 명의 방귀 소리를 구매했다"고 밝혔다. 말리스는 "(마스터 컬렉션) 가격이 오를수록 구매자들은 매우 귀중한 방귀소리를 손에 쥐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김한상 기자]

 
NFT는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처럼 복제가 어려운 블록체인에 소유권과 거래 이력 등 콘텐츠의 고유한 인식 값을 저장하는 기술이다. 디지털 영상과 이미지는 무한대로 복제가 가능하기에 소유권과 원본이라는 개념이 없지만, NFT를 활용하면 디지털 영상과 이미지의 소유권을 명확히 할 수 있다.

때문에 NFT를 적용한 트윗 한 줄이 천문학적인 비용으로 팔리기도 했다.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가 15년 전 올린 첫 트윗은 NFT로 포장되어 291만 달러(약 33억원)에 판매됐다. 도시가 2006년 트위터에 올린 '방금 내 트위터를 설정함'(just setting up my twttr)의 트윗 원본 파일을 위·변조가 불가능하도록 NFT 기술을 적용한 후 경매에 부친 것이다.
 
위작 논란이 공공연하게 불거지는 미술계에서도 NFT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복제와 위조가 어렵고, 소장기록까지 기록돼 원본을 명확히 할 수 있는 NFT의 특성 덕분이다. 미국의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본명: 마이크 윈켈만)은 NFT 기술을 적용한 작품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days)'을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업체 크리스티가 개최한 경매에 내놓아 6930만 달러(약 783억원)에 판매하면서 세계 미술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다른 미술품 경매업체인 소더비도 NFT 미술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찰스 스튜어트 소더비 CEO는 CNBC에 "우리는 얼마 전부터 NFT 분야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디지털 아티스트 'Pak'와도 협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돈방석 앉은 작가도 '거품' 우려···"NFT는 닷컴버블"
프랑스 최대 금융기업 BNP파리바에 따르면, 전 세계 NFT 거래액은 지난해 2억5000만 달러(약 2841억2000만원)를 기록해, 전년 대비 4배 가까이 급증했다. 하지만 NFT는 투기성 높은 자산이며 거품에 그칠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전문가도 많다. 특히 NFT작품 중 역대 최고가로 팔린 비플의 작품을 산 주인공이 다름 아닌 싱가포르의 NFT·가상자산 투자기업 메타퍼스의 최고재무책임자인 '메타코반'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상자산 관계자들이 NFT 버블을 키우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에 "NFT를 적용했더라도 해당 디지털 자산에 대한 복제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NC소프트의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집행검(이용자들이 얻기 어려운 희귀 아이템)을 예로 들며 "집행검 역시 NFT가 붙었다고 해서 복제가 불가능한 게 아니다. 리니지 게임 자체 보안 기능이 불법 복제를 막아주고 있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 지금의 (NFT) 가격은 정말 노답(답이 없다)"이라고 비판했다.

NFT 미술작품으로 돈방석에 앉은 비플도 정작 NFT는 '거품'이라고 일축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비플은 폭스뉴스의 토크쇼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달아오른 NFT 시장에 대해 "솔직히 말하면 거품이 터진 것(the bubble burst)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 주식 전문가는 NFT를 두고 20년 전 닷컴버블을 닮았다고 지적했다. 닷컴버블은 2000년대 초반 인터넷 관련 분야가 급성장하면서 IT(정보기술) 기업이면 무조건 주가가 올랐던 현상을 말한다. 가상화폐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게리 바이너척 바이너미디어 CEO는 "NFT는 2000년대 초반 인터넷 기술주들의 거품이 붕괴하기 이전과 매우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NFT는 닷컴버블의 복제본(replication)"이라며 NFT 관련 거품이 심상치 않다고 지적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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