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도려내랬더니 'LH 해체론' 등판…"전형적인 미봉책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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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기자
입력 2021-03-1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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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단 해체하고 보자…공급대책은 차질 없이

  • 전문가들 "앞뒤 안 맞아 현실성 없는 말 뿐"

  • 민간 참여 전제로 한 2·4대책 좌초 '불 보듯'

정부·여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구조조정을 예고하면서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합병해서 탄생한 LH가 12년 만에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주요 고위 인사들은 일제히 대대적인 '해체론'을 들고나온 상태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고가 터지면 '일단 해체하고 보자'는 식의 미봉책에 우려를 나타냈다. 구성원은 그대로인 채 구조만 바뀔 가능성이 큰 데다 근본적으로 개발 정보로 사익을 얻는 일과 조직 구성은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이달 말까지 (LH 개혁 관련) 2개의 대책안을 확정·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장 강력하면서도 합리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LH 기능과 인력, 사업구조는 물론 청렴 강화, 윤리 경영에 이르는 전 부문을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 = 신동근 기자]


이로써 최근 'LH 해체론'은 이달 말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앞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지난 15일 "LH는 해체 수준의 대수술이 불가피하다"고 못 박은 바 있다.

국회뿐 아니라 정부 쪽에서도 정세균 국무총리가 "LH의 신뢰회복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며 "해체적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맹공을 퍼부은 상태다.

문제는 LH가 이번 정부의 주택공급 관련 정책의 중추라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운영 중인 임대주택만 128만 가구에 달하며, 300조원 규모의 330개 지구(20만 가구)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를 의식한 정부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면서도 거듭 ‘차질없이 주택공급을 추진하겠다‘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내는 모습이다.

이날 국토부는 해명자료에서 "서울 32만 가구, 전국 83만 가구의 주택 부지를 공급하는 3080 플러스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개혁과 차질 없는 주택공급을 한 문장에 담을 순 없다고 지적한다. 개혁이 제대로 됐다면 담당자와 담당 업무가 모두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A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해체 수준의 구조조정 이후에 업무가 차질없이 돌아간다면 그게 더 큰 문제"라며 "문제의 사람들이 그 자리 그대로라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정부가 앞뒤가 안 맞고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얘기만 하니까 어떤 얘기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며 "(정부·여당이 말한) 해체론이 가벼운 이유"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사회에서 계속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을 해체한다는 말 자체가 성립되기 어려워 보인다"며 "말뿐이었던 해경 해체와 유사한 수순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문제는 LH라는 법인이 아니라 내부 정보를 사유화한 개인한테 있다"며 "그런데도 조직 전체를 문책하는 건 전형적인 옛날 보여주기식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2·4대책(3080 플러스 공급대책)의 경우 정부 의지와 상관없이 LH 투기 사태로 인해 실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도심 주요 공급방안인 '공공참여형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이 실현되려면 토지 소유주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공공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진 상황이어서다. 

이은형 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어떤 토지 소유주가 공공과 함께 사업을 같이하자고 동의할 수 있겠는가"라며 "정부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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