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실리콘밸리 신기록 쓴 '스트라이프'…비결은 '이것'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홍승완 기자
입력 2021-03-16 16:49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핀테크 공룡 '페이팔' 뒤쫓는 '스트라이프'...몸값 108조원으로 껑충

  • '간편함' 무기로 창업 11년 만에 페이팔 경쟁상대 된 스트라이프

  • 스트라이프, 투자 자금은 유럽으로? "유럽은 핀테크 성장 기회 무궁무진"

패트릭 콜리슨(왼쪽)과 존 콜리슨 형제 [사진=스트라이프 홈페이지]

 

"가게에 물건을 사러 갔다가 결제하기 위해 은행을 다녀오는 것과 같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스타트업 가운데 가장 비싼 회사가 된 스트라이프(Stripe)의 창업자 패트릭 콜리슨(32)과 존 콜리슨(30) 형제는 기존 온라인 결제 방식을 이렇게 표현했다. 스트라이프는 아일랜드 소도시 출신 콜리슨 형제가 지난 2010년에 설립한 온라인 결제 기업으로, 14일(현지시간) 기업가치가 950억 달러(약 108조원)로 평가되면서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스트라이프의 기업가치는 뉴욕 증시 상장 직전 당시 페이스북(800억 달러)과 우버(720억 달러)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스트라이프는 온라인 결제 분야의 핀테크(금융+기술) 공룡인 페이팔(Paypal)을 빠른 속도로 뒤쫓고 있다.

스트라이프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4월엔 360억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트라이프가 최근 6억 달러의 자금을 신규 조달하는 과정에서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950달러였다. 불과 1년 사이에 기업가치가 3배 커졌다. 이 여세를 몰아 스트라이프는 페이팔과의 경쟁에서도 조금씩 주도권을 쥐기 시작했다. 지난해 미국 경제매체 CNBC도 스트라이프를 올해의 혁신기업 1위로 꼽으면서, 스트라이프는 페이팔을 위협할 수 있는 기업 중 하나가 됐다.

미국 비즈니스 조사업체 데이터나이즈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스트라이프의 미국 내 점유율은 7.95%로, 페이팔(76%)에 비하면 미미했지만, 작년 스트라이프는 점유율을 18.57%까지 끌어올리며 페이팔(54.48%)과의 간격을 바짝 좁히고 있다.
 
스트라이프는 어떻게 창업 11년 만에 페이팔의 경쟁 상대가 됐나
스트라이프가 창업 11년 만에 온라인 결제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힌 페이팔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는 스트라이프의 '간편함'을 비결로 꼽는다. 판매자가 온라인 결제 시스템을 서비스에 연동하는 데 몇 주가 걸렸던 작업을 스트라이프는 복사·붙여넣기만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래픽=김한상 기자]


판매자가 페이팔 결제 시스템을 자신의 서비스와 연동하기 위해서는 최대 9단계 과정을 거쳐야 했다. 스트라이프는 이 과정을 세 단계로 축소했다. 예를 들어, 판매자는 스트라이프에 회원 가입 후 스트라이프에 공개된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소스 코드를 복사해 판매자 홈페이지에 붙여넣기만 하면 스트라이프의 결제 시스템을 간편하게 가져와 쓸 수 있다. 패트릭은 "우리는 (결제 시스템이) 매우 간단하기를 원했다. 제공하는 정보는 페이지가 길어서는 안 된다. 페이팔은 이런 문제를 왜 해결하지 못했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스트라이프는 구매자에게도 간편한 결제 환경을 제공했다. 예를 들어, 구매자가 페이팔을 통해 결제할 때는 별도 페이지에서 구매 절차를 진행해야 하지만, 스트라이프는 별도 페이지를 열지 않아도 곧바로 결제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구매자가 결제 과정 중에 입력해야 하는 정보를 판매자가 직접 설정할 수 있어 결제 과정은 더 간결했다.

낮은 수수료도 이용자를 끌어들인 요인이다. 보통 미국 카드사의 수수료는 4~5% 수준이지만, 스트라이프는 건당 2.9%에 30센트만 추가로 받는다. 또 자국 내 카드에는 수수료를 감면하고, 설치비나 월별 수수료 등 추가로 붙는 비용은 없다고 스트라이프 측은 설명했다. 패트릭은 "우리는 고객들이 돈을 벌 때 우리도 돈을 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따라서 고객들이 많은 수수료를 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수수료 책정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사진=스트라이프]


스트라이프는 다양한 신사업을 발굴하면서 몸집 불리기를 거듭하고 있다. 스트라이프 아틀라스(Stripe Atlas)를 이용하면 미국 밖에서도 미국 내 사업을 500달러로 진행할 수 있다. 또 회사 설립에 필요한 법률과 세금 자문을 처리해주고, 해외에서도 미국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해준다. 부가서비스인 '레이다'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결제 패턴을 파악한 뒤, 의심스러운 활동을 식별해 사기 행위를 막아준다.

이같은 서비스를 통해 콜리슨 형제는 최연소 자수성가 억만장자가 됐지만, 여전히 배고프다고 한다. 이들 형제는 "우리의 임무는 인터넷의 GDP를 높이는 것이며, 우리는 여전히 인터넷 경제 초기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스트라이프 측은 "온라인 상거래에 대한 장벽을 제거하면 새로운 비즈니스가 시작돼 전 세계적으로 경제 생산과 무역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트라이프 창업한 패트릭·존 콜리슨 형제의 남다른 사업 수완
패트릭·존 콜리슨 형제는 지난 2010년 스트라이프를 설립하기에 앞서 2008년께 이베이 판매자를 위한 소프트웨어 옥토매틱(Auctomatic)을 창립했다. 이후 이들은 캐나다 회사 라이브커런트미디어에 500만 달러로 매각했는데, 이때 형제 모두 나이가 10대였다. 

이후 콜리슨 형제는 각각 MIT와 하버드에 진학했지만, 2010년 대학을 중퇴한 뒤 같은 해 샌프란시스코에 스트라이프를 설립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제품을 쉽게 출시할 수 있게 됐지만, 구매와 판매 과정이 여전히 복잡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열 줄이 채 안 되는 간편한 API 코드로 결제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의 코너 위트 핀테크 전문가는 "스트라이프가 이커머스 사업자들의 '통행료 징수원'으로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도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한 미국인 중 절반은 모르는 사이에 스트라이프를 통해 구매했을 것"이라며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스트라이프를 이같이 표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트라이프의 잠재력에 세계 벤처투자자들도 지갑을 열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 티엘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투자자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최근에는 알리안츠X, 악사(Axa), 베일리 기포드, 피델리티 매니지먼트 앤 리서치, 세쿼이아 캐피탈, 아일랜드 재무관리청 등이 스트라이프에 투자했다.

한편, 스트라이프는 투자받은 자금을 유럽 시장에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존 콜리슨은 "올해는 유럽, 특히 아일랜드에 좀 더 많은 투자를 할 계획이다. 유럽은 핀테크 부문에서 성장할 기회가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
 

[사진=아주경제DB]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