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정확한 팩트체크] “구청장 압도적 많아”…이낙연의 ‘보병전’ 부정선거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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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입력 2021-03-1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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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16일 오전 울산시 남구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아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선거는 아무래도 상대는 기회를 잡았다 생각하고 공중전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공중전은 여의도에 맡기고, 의원님들과 저는 보병전에 치중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우리가 구청장도 압도적으로 많고 시의원, 구의원도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골목골목을 찾아다니면서 우리의 지지자들, 또 3년 전 선거에서 우리 구의원님, 시의원님을 지지해주셨던 분들이 다시 투표장에 가시도록 유도하는 것, 여기에서부터 우리의 선거운동이 시작됐으면 한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 15일 화상 의원총회에서

이낙연 위원장이 4‧7 재‧보궐선거를 앞둔 15일 ‘보병전’을 선언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투기 사건으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연일 하락세인데다, 소속 의원들의 땅 투기 정황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둬 소속 구청장 및 시의원‧구의원이 국민의힘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만큼, 조직력을 최대한 활용해 선거운동을 하자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문제가 없는 것일까? 팩트체크를 통해 알아봤다.

Q. 기초자치단체장의 선거운동은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선거법 60조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에 관한 규정이다. 1항 4호는 국가공무원법에 규정된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법에 규정된 지방공무원의 선거운동을 금지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정당법에 따라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있는 공무원은 그러하지 아니하다(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 외의 정무직공무원은 제외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이나 광역‧기초의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문제는 '구청장'이다. 현행법상 시‧도지사 및 기초자치단체장의 선거운동은 금지돼 있다. 구체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업적을 홍보하는 행위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하거나 실시에 관여하는 행위 △후보자에 대한 선거권자의 지지도를 조사하거나 발표하는 행위 △선거기간 중 정상적 업무외의 출장을 하는 행위 등이 금지된다.

이 대표의 발언처럼 구청장이 ‘골목골목을 찾아다니면서’ 선거운동을 할 경우, 선거법 위반이다.

Q. 기초단체장이 선거운동하면 어떻게 되나. 

선거법 위반 혐의로 처벌을 받는다. 김생기 전 정읍시장은 지난 2016년 4‧13 총선을 한 달 앞둔 3월 정읍 유권자들로 구성된 산악회 등반대회에 참석해, 정읍‧고창 선거구에 출마한 하정열 당시 민주당 후보의 지지를 호소했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시장은 1‧2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원심판결이 확정돼 시장직을 상실했다.

김 전 시장은 재판 도중 헌법재판소에 지자체장의 선거운동 금지 규정이 헌법에 어긋나는지 판단해달라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는데,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지자체장의 업무 전념성, 지자체장과 해당 지자체 소속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는 신분과 지위의 특수성에 비추어 공무원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보다 강화된 기본권 제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헌재는 “지자체장에게 선거운동이 자유롭게 허용된다면 지자체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지자체 소속 공무원들에게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선거의 공정을 해칠 우려가 높다”고 판시했다.

Q. 이낙연 위원장의 발언은 처벌이 가능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선거법 255조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가 선거운동을 하거나, 선거운동을 하게 한 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선관위는 “형사처벌 요건은 행위가 성립돼야 하므로 단순 독려만으로 처벌대상이라고 판단하긴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 위원장의 발언은 ‘독려’이고 실질적으로 구청장이 이 위원장의 지시를 받고 선거운동에 나선 사례가 없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의 발언에도 빠져나갈 구석은 있다. 그는 “(우리를) 지지해주셨던 분들이 다시 투표장에 가시도록 유도하는 것, 여기에서부터 우리의 선거운동이 시작됐으면 한다”고 했는데, 투표권유 자체는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 구청장이 투표를 하라고 독려하는데만 그친다면 이는 선거법 위반은 아니다.

다만 이 위원장이 ‘구청장’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선거운동이 시작됐으면 한다”고 말한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유력 대선주자이자 당 대표를 역임한 선대위원장이 구청장들에게 ‘선거운동을 하라’고 하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읽힐 수 있다. 유권자들을 직접 대면했을 때의 말 한 마디에 따라 선거법 위반 여부가 달라진다. 자칫 ‘부정선거운동죄’를 범하라고 한 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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