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임직원 땅투기 의혹 밝혀져도…"처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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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람·김재환 기자
입력 2021-03-0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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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벌 규정은 있지만…"인과관계 규명 어려워"

 4일 LH 직원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재활용사업장 인근 토지에 묘목들이 심어져 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임직원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100억원대 땅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이들이 허점을 이용해 처벌을 피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관련 법을 개정해 제도적 허점을 당장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법조계에서는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관련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부패방지법 7조 2항, 공공주택법 57조, 한국토지공사법 등 공직자 투기와 관련해 처벌규정은 있지만, 유·무죄를 판단하는 기준인 ‘업무 관련성’을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처벌 여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법률의 여러 조항이 유·무죄를 판단하는 기준인 업무 관련성이 없다는 점이 입증될 경우, 이들은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에 적용돼 징계만 받게 된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은 "처벌규정이 있어도 인과관계를 규명하기가 어려워서 처벌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택지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유관기관과 관련 지자체 등 오랜 기간 협의해야 하는 사람이 많은데, 어떤 사람이 어떤 경로로 정보를 얻었는지를 증명해 내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이 같은 사안으로 많은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종합법률사무소의 엄정숙 변호사는 "내부 정보를 이용하지 않고 본인의 경험치와 감을 믿고 땅을 샀을 뿐, 자신의 공직자 지위와 상관없는 자체적인 투자라고 항변할 경우 처벌이 어려워진다"고 부연했다.

내부정보를 이용해 땅투기를 했다고 해도 업무상 얻은 정보가 아니라 다른 직원을 통해 전해 들은 정보라면 처벌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인사상 불이익 외에 '땅 몰수'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택지개발 관련 법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강훈 변호사는 "비밀이 유지될 것을 가정하고 만든 법인데, 지정하는 과정에서 비밀이 유지될 수가 없는 구조다. 누군가는 알게 되기 마련이다. 차라리 개발 논의가 시작된 지점을 기준으로 해서 이후에 취득한 사람은 모두 현금청산 대상으로 삼는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후 공직자들의 틈새 투기를 막기 위한 방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태근 법무법인 융평 대표 변호사는 "(공직자의 땅투기 의혹은) 1970년도 강남신도시 개발부터 계속된 문제"라면서 "우리 사회는 공직자의 부동산투기에 대해 너무 너그럽다. 공직자의 부동산투기에 대해서도 증권사에 적용하는 자본시장법에 준하는 처벌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시 상장기업에서 내부자 임직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서 수익을 얻으면 자본시장법에 따라 모두 회수하고 부당한 이득의 최고 1.5배 수준의 과징금을 낸다. 엄정숙 변호사도 "증권사에서 주식 내부 정보를 이용하면 처벌받듯이 공직자에 대해서도 같은 처벌 규정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LH 직원들은 100억원에 달하는 토지대금 중 58억원 상당을 은행대출을 받았으며, 택지 지정 발표 후 토지보상 극대화를 위해 매입 농지에 나무까지 심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이 제도적 허점을 노렸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이들의 투기 정황은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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