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AI 비서가 코로나19 격리자 관리...증상 체크도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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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아 기자
입력 2021-03-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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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케어콜' 개발한 조아라·장병순 SK텔레콤 AI&CO 리더

  • SKT AI 기술로 코로나 방역에 도움주고자 2개월 만에 '뚝딱'

  • "SKT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기술로 사회에 보탬될 것"

[그래픽=임이슬 기자]

"안녕하세요, 보건소에서 코로나19 증상 확인차 전화 드렸습니다. 차현아님 되시죠?"

휴대전화로 걸려 온 전화를 받자, 한 여성이 친절한 말투로 인사를 건넸다. 먼저 발열 증상이 있는지를 물어왔다. 없다고 답하자, 목 아픔 증상 여부를 물었다. 목이 따끔거린다고 답했더니 "아, 목 아픔 있으시고요?"라고 반응한 뒤 기침증상이 있는지 물었다. 마지막으로 여성은 이 외에 불편한 증상은 없는지도 확인했다. 몸이 살짝 무겁다고 답했다. 여성은 "알겠습니다, 담당자 확인 후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답하고 끊었다.

마치 사람같지만 사실 전화를 건 상대방은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비서 '누구(NUGU) 케어콜'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5월 코로나19 자가격리자에게 매일 두 번씩 증상을 묻는 전화를 사람 대신 걸어주는 누구케어콜 서비스를 출시했다. 경상남도 내 지자체를 시작으로 광주광역시, 서울 25개구에서 도입해 운영 중인 누구케어콜은 지난 3일 현재 누적 통화 대상자만 8만4590명에 달하는 코로나19 방역을 지키는 든든한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전체 통화 시간은 1만100시간, 통화시도 횟수는 92만3100건에 달한다.

아주경제는 지난 3일 SK텔레콤 본사에서 누구케어콜을 개발한 조아라 SK텔레콤 AI&CO 에이전트서비스기획셀 리더와 장병순 AI&CO 인프라융합기술셀 리더를 만났다.

방역당국에서 코로나19 자가격리자에게 확인해야 할 사항은 단순하다. 발열과 목아픔, 기침 증상이 있는지만 매일 두 번씩 확인하면 된다. 하지만 사람 담당자가 매일 같은 전화를 반복해 걸기엔 코로나19라는 유래없는 팬데믹 상황을 맞은 각 지자체의 방역 일손은 턱없이 부족했다. 자가격리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SK텔레콤이 자사 AI 기술로 방역 현장을 돕기 위해 나선 배경이다. 이현아 AI&CO장(컴퍼니장)의 아이디어로 출발한 누구케어콜 서비스는, 각 기술과 서비스 담당자들이 모두 발벗고 나선 덕분에 두 달 만에 출시됐다. 조아라 리더는 "당시 전사적으로 코로나 상황에 어떻게든 우리가 도움을 주자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통상적인 서비스와 달리 누구케어콜이 이례적으로 빨리 출시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화를 받은 자가격리자 대부분은 협조적으로 답하거나 크리스마스 잘 보내라며 인사를 건네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종종 하고 싶은 말만 하거나 왜 자꾸 묻냐며 짜증을 내는 자가격리자들도 있다. 

두 번째로 걸려온 전화로 AI가 "발열 증상이 있으세요"라고 묻자 "배고파요"라고 답해 봤다. 그러자 AI는 "몸에서 열이 나나요"라며 같은 질문을 다른 문장으로 반복했다. 또 다시 엉뚱한 답변을 하자 AI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장병순 리더는 "누구케어콜은 대화가 다른 쪽으로 새지 않고 필요한 답변을 유도하도록 설계됐다"며 "관련없는 말만 계속 할 경우 전화를 끊고 사람 관리자가 직접 다시 전화하도록 별도로 표기해둔다"고 설명했다.

또한 누구케어콜은 자가격리자가 코로나19로 특이 증상이 있다고 답한 것도 별도로 기록해 놓는다. 사람 담당자는 시스템에서 전체 자가격리자와의 통화 중 정상 답변은 빠르게 넘기고 특이 답변들만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별도 조치가 필요한 자가격리자에게 방역당국이 대처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한층 짧아진다.
 

[누구케어콜 관리자 시스템 화면. 자가격리자의 응답결과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사진=SK텔레콤 제공]

답변을 정확히 인식하기 위한 기술 고도화 작업도 계속 진행 중이다. 일례로 누구케어콜은 사투리도 인식한다. "예"를 경상도 사투리로 "야"라고 답하면 인식이 어려웠던 부분도 출시 이후 보완됐다. 지난해 11월부터는 누구케어콜은 영어도 적용됐다.

누구케어콜은 SK텔레콤이 가진 '누구 인터렉티브(NUGU interactive)' 기술을 활용했다. 누구 인터렉티브는 이동통신망 상의 AI가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대화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지난해 12월 고객센터의 단순·반복 안내업무를 AI 상담사가 수행하는 '누구 인포콜(NUGU infocall)' 서비스에도 도입됐다.

장 리더는 "요금미납 안내는 고객이 들으면 불편하게 느끼는 부분이라 사람이 아닌 AI가 물어보면 오히려 고객들도 편하게 답하는 경향이 있다"며 "AI는 사람이 해야 하는 단순 반복작업을 대신해줄뿐만 아니라 서비스 가치를 높이고 고객 경험을 향상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누구케어콜과 누구인포콜처럼 고객과 SK텔레콤이 만나는 다양한 접점에 AI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조 리더는 "ESG 차원에서 통신과 ICT 기술 등 SK텔레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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