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세자, 美 백악관 제재 대상되나…양국 긴장감에 유가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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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1-03-02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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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키 대변인 "사우디 왕세자 제재할 권한 있어"

  • 단, 우방 지도자 제재한 적 없단 발언도 덧붙여

  • 유가, 사우디 '100만 배럴' 증산 결정 우려에 하락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진=AP(왼쪽)·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과 관련 사우디 왕세자도 제재할 권한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정부는 앞서 카슈끄지 암살 사건 배후에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있다는 정보당국(DNI)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에 따른 대(對)사우디 제재 명단을 공개했다. 다만 무함마드 왕세자는 제재 대상에 올리지 않아 미국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일(이하 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시간과 방법으로 어떤 조치도 취할 권리가 있다”면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제재할 권한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다만 사키 대변인은 “역사적으로 민주당과 공화당 대통령을 이어온 미국은 외교 관계를 맺은 국가의 정부 지도자에게 제재를 가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이 무함마드 왕세자를 제재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과 그동안 미국이 우방 국가 지도부에 대해 제재를 하지 않아 왔다는 기존의 논리를 재차 반복한 셈이다.

미국과 사우디는 현재 카슈끄지 암살 사건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은 지난달 26일 카슈끄지를 잔혹하게 살해한 배경에 무함마드 왕세자의 승인이 있었다는 평가가 담긴 보고서를 공개하고, 사우디 제재 명단을 발표했다.

제재 명단에는 사우디 정보국 전직 간부와 왕실경비대의 신속개입군 등과 사우디 시민권자 76명이 포함됐다. 사우디 시민권자 76명에 대해선 비자 발급 중지 조처가 내려졌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 [사진=AP·연합뉴스]


사우디 출신 언론인 카슈끄지는 2018년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을 찾았다가 실종됐고, 이후 사우디에 온 암살단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2017년 9월 사우디에서 출국해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로 사우디 정부를 비판하는 기고문을 써온 것으로 알려졌고, 이로 인해 사우디 정부에 의해 살해됐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미국 정보당국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무함마드 왕세자가 2017년 이후 안보 및 정보기구에 절대적 통제권을 행사했다는 점을 근거로 카슈끄지 살해 배경에 왕세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암살단 15명 중 무함마드의 명령만 수행하는 왕실경비대의 신속개입군 소속 요원 7명이 포함된 것도 근거로 제시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1985년생으로 사우디 실권자이다. 그는 2017년 6월 사촌형 빈나예프 당시 왕세자를 밀어내고 제1 왕위 계승자가 됐고, ‘위로부터의 서구식 개혁’을 추진하며 아랍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개혁적인 지도자 면모를 과시하며 힘을 키웠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무함마드 왕세자를 제재 명단에 포함하지 않은 것에 대해 중동의 핵심 동맹국인 사우디와의 외교 관계를 고려한 행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왕세자 직접 제재 시 외교적 부담이 너무 크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현재 중동 대 테러전 수행과 시아파 이란 견제 작업에 수니파 수장 사우디 정부를 활용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기준 최근 1주일 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 추이. [사진=oilprice닷컴 홈페이지 캡처]


한편 카슈끄지 암살사건을 둘러싼 미국과 사우디 간 긴장감은 국제유가에도 영향을 줬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0.86달러(1.4%) 하락한 60.64달러를 기록했다.

유가는 중국의 2월 차이신(財新)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부진에 따른 중국 수요 감소 우려와 사우디 등 주요 산유국의 증산 가능성에 흔들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러시아와 사우디로 이뤄진 OPEC 플러스(+)는 오는 4일 회동해 산유량 정책을 결정할 예정이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과 관련해 OPEC+가 4월부터 하루 50만 배럴 증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사우디에 대한 제재를 발표함에 따라 사우디가 자발적 감산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시장의 우려다.

사우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유가가 급락하자 하루 100만 배럴인 자발적 감산을 결정, 유가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제재 여파로 사우디가 자발적 감산을 철회하고 증산을 결정하면 4월부터 산유량은 하루 150만 배럴로 늘어나고, 이는 유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시장의 공포감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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