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비전, 지금이 골든타임] 삼성, 투자 급한데...‘총수 부재’ 암흑기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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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1-02-25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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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4월 '반도체 비전 2030' 발표...향후 10년간 133조원 투자

  • 이재용 부회장, ‘구속 수감’ 족쇄...TSMC, 美·日 투자 박차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올해부터 사실상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지만, 삼성전자는 최대 7년간 총수 부재 상태로 투자 적기를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가 일본·미국과의 협업을 강화하면서 글로벌 파워를 키워나가면서, 삼성전자가 ‘영원한 2위’에 그치는 것도 모자라 장기간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하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해 올해도 투자와 연구개발을 게을리하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올해 파운드리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 총 35조원가량 투자할 것으로 본다. 이는 대만 TSMC가 올해 설비 투자액으로 제시한 250억~280억 달러(약 27조~31조원) 수준보다 많은 규모다.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앞 삼성 깃발. [사진=연합뉴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2019년 4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향후 10년간 133조원의 투자 계획을 공언했다. 2019년 10월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생산시설 구축과 연구개발에 13조원 투자를 발표했다. 이어 2020년에는 경기도 평택 반도체 P3라인(3공장) 착공을 시작했다. P3 건설과 설비 투자 비용은 3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반도체 공장 건설과 설비 반입, 본격 양산 시간을 고려할 때 평택사업장 P3라인 가동은 2023년 하반기로 예상된다.

◆대만 TSMC, 신규 투자 30조원 육박...일본·미국 투자 활발 

다만 파운드리만 떼놓고 보면 TSMC의 투자 계획은 30조원으로 예상돼 삼성전자를 압도할 수밖에 없다. TSMC는 특히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총수 부재로 인해 해외 투자 확대를 단호하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TSMC는 최근 200억엔(약 2123억원)을 투자해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반도체 개발 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TSMC의 일본 신설회사는 반도체 후공정 가운데 하나인 패키징 작업과 관련한 기술 개발을 담당할 계획이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선공정의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최근 들어 후공정도 중시되면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다.

때문에 TSMC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장치 및 소재 업체가 모인 일본에 직접 진출하는 방안을 택해 후공정에서 경쟁력 우위를 점하겠다는 복안이다. TSMC는 이보다 앞서 지난해 5월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약 15조원)를 투입해 5나노 공정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착공해 2024년 양산을 목표로 삼았다. TSMC가 미국에 이어 일본에도 첨단 반도체 개발거점을 설치하는 등 의욕적 투자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2019년 4월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맨 오른쪽)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투자 카드만 ‘만지작’...총수 부재로 실행 요원

삼성전자도 “유의미한 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지난달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2023년까지 전략적 인수합병(M&A)을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뚜렷한 기업 후보군은 밝히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네덜란드의 NXP, 스위스의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미국의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일본의 르네사스 등을 거론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영업이익 측면에서 TSMC(22조7000억원)에 밀린 삼성전자(18조8100억원)로서는 마음이 급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총수 부재 상황에서 책임지고 추진할 동력을 잃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를 우려한듯 이 부회장은 구속 직후인 1월 26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첫 메시지에서 “삼성은 가야 할 길을 계속 가야 한다”며 “투자와 고용 창출이라는 기업의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이미 국민들께 드린 약속들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삼성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당장 대규모 투자는 미국 반도체 오스틴 공장 신·증설 건인데,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미국 언론들은 삼성전자가 총 17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 증설을 염두에 두고 텍사스 주정부에 세제 혜택을 요구했다고 잇달아 보도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확언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전역의 이례적인 폭설과 한파로 오스틴 공장이 전력 부족으로 셧다운(일시 가동중단)에 돌입한 것도 악재다. 삼성 입장에서는 증설은커녕 공장 재가동마저 쉽지 않은 위기에 처했다.

삼성 내부 사정에 밝은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일반면회가 허용됐지만, 10분 내외로 중요한 투자 결정을 하기는 사실상 힘들다”면서 “TSMC 등이 의욕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반면 삼성은 총수 부재로 인해 ‘초격차’는커녕 기존 반도체 경쟁력마저 퇴보할 상황에 직면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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