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대한민국號의 미래, ‘시민 기술 + 착한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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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동서울대 교수
입력 2021-02-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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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지속 성장 위해선 새로운 사회 가치 구현 기술·기업 필요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동서울대 교수

팬데믹 1년, 세상은 여전히 거칠고 험난하다. 좋은 뉴스보다 나쁜 뉴스가 더 많다. 엽기적인 아동학대와 해묵은 학폭까지 가세하면서 민심도 흉흉하다. 그래도 세상을 밝게 하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미담이 있어 그나마 위안을 준다. 흙수저 신화 기업들의 기부 행렬이 그것이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개인 재산 절반인 5조 원을 기부하겠다고 천명했다. 연이어 배민의 김봉진 의장도 5500억 원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갑부들의 재산 기부가 보편적 추세다. 세계 최고 부자들의 기부 클럽으로 알려진 미국의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는 ‘기부(giving)’를 ‘약속(pledge)’한다는 뜻으로,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등 억만장자들의 기부 선언이 줄을 잇는다.

국내 주력 대기업의 대를 이은 오너 경영이 갖은 구설에 휘말리고 있는 것에 비해 이들 창업 1세대들의 선명한 경영 철학이 우리 경제의 미래 진로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해주고 있다. 향후 한국의 새로운 도약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암시해 주고 있기도 하다. 주력 제조업의 중요성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더 많은 벤처 창업이 나와야 국가의 경쟁력이 배가된다. 고용 창출 등 국가 경제적 차원에서도 제조업보다 성공한 벤처 창업기업의 기여도가 훨씬 높다.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뉴노멀과 맞물려 제조업의 일자리는 많이 늘어날 가능성이 작다. 반면 벤처 기업은 미래에 대한 투자가 인재 확보이기 때문에 경쟁적으로 고용을 늘린다. 고용을 질(質)도 후자가 전자보다 낫다.

코로나로 인해 새롭게 생겨나는 뉴노멀과 관련 기업 쪽의 최대 화두는 ‘지속가능경영’이다. 기업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신뢰, 건전한 환경, 사회적 책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기업의 가치 성장과 사회적 가치 창출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른바 ‘EGS 경영’으로 E(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가 핵심 내용이다. 사회적 책임 경영을 간과하고서는 기업의 장기적 생존이 어려워지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종래와 같이 영리만을 추구하는 기업은 설 자리가 좁아지고, 공동체를 위한 사회 공헌이 경영의 또 다른 중요한 축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적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발걸음도 한층 분주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와 연계해 나타나는 중요한 키워드가 ‘착한 기업(Good Company)’ 이슈다. 최근 글로벌하게 급부상하고 플랫폼 기업들을 보면 오픈마켓 혹은 공유경제(Sharing Economy)를 표방하면서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전면에 내건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유튜브, 애플, 네이버, 카카오, 알리바바, 에어비앤비, 우버 등이 대표적 사례다.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10개 중 7개가 플랫폼 기업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런 대형 플랫폼 기업이 바로 착한 기업이라는 등식은 아니다. 기업 활동의 본질인 이윤을 추구하면서도 착한 일에 솔선수범하는 기업들을 통칭한다. 착한 척하는 기업이 아닌 진성으로 착한 기업이 많아질수록 국가의 신성장 동력이 생겨나며, 지속적인 부의 축적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진다.

내부 의사결정 방식의 전환을 통한 미래지향적 합의점 도출 여부가 관건

세상의 이런 거대한 흐름에 편승하여 눈여겨봐야 할 또 다른 이슈가 ‘시민 기술(Civic Technology)’이다. 10여 년 전부터 일부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자본주의의 보편적 가치로 자리를 잡은 개인 소유의 극대화 추구가 아닌 우리가 사는 공동체와 그 공간을 걱정하면서 새로운 가치의 추구를 위해 발현되는 기술을 의미한다. 국가가 일방적으로 ‘지배구조(Governance)’를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 공유하거나, 오히려 시민이 중심이 되는 사회 시스템을 구현해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미래 어젠다의 우선순위가 투명하게 결정되고, 착한 기업의 모태가 되는 신규 창업이 생겨나면서 일자리의 창출도 가능하게 된다. 더는 미룰 수 없는 선택이 아닌 필연이다.

연일 쏟아져 나오는 부정과 좌절의 쓰나미 속에서도 그나마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은 열정적 창업 정신과 무모한 도전 의식이 여전히 꿈틀거리기 때문이다. 지난 1990년대 말에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닷컴의 촉발이 우리 1세대 IT 창업자들에게 성공의 기반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포스트 코로나로 글로벌하게 생겨나고 있는 디지털 경제의 확산은 또 다른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가진 DNA가 이와 궁합이 잘 맞는다. 단지 창업자뿐만 아니고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컨드 크리에이터인 스마트한 소비자들로 넘쳐난다.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한류가 지구촌에서 꾸준하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고, 이에 편승하여 가능성을 보여주는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고무적이다.

한국 경제가 새로운 성장의 동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의사결정 방식의 획기적 전환을 통한 미래지향적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는가로 모아진다. 시민 기술을 구심점으로 착한 기업을 확대 재생산해낼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구호와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민주적 리더십의 회복과 사회 전반의 일대 혁신이 동반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압축성장의 그늘, 산업 현장의 갈등 등 어두운 구석을 치유해내는 창의적이고 민주적인 기술 개발에 관심을 집중할 때다. 정부나 공공 부문의 독주 방식으로는 실패의 연속과 미래 세대에 큰 부담만 안긴다. 연이어 큰 선거들이 닥친다. 현명한 유권자라면 냉철한 잣대로 국가나 도시의 명운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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